원신/임무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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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임무 아이템
2.1. 그윽한 피2.2. 백무금기 비록2.3. 제압석 조각
3. 책
3.1. 도감
3.1.1. 티바트 유람 가이드3.1.2. 몬드의 고탑3.1.3. 츄츄어 시도작3.1.4. 바네사 전기3.1.5. 츄츄족 시집선3.1.6. 모험가 로알드의 일지3.1.7. 누군가의 일지3.1.8. 절운 기문3.1.9. 츄츄족 풍습 고찰3.1.10. 시종 기사의 노래3.1.11. 샘물의 마음3.1.12. 방랑기3.1.13. 죽림월야3.1.14. 취객 일화3.1.15. 제군의 속세 여행기3.1.16. 리월 풍토지3.1.17. 협객기3.1.18. 숲속의 바람3.1.19. 연심주3.1.20. 소녀 베라의 우울3.1.21. 민들레밭의 여우3.1.22. 멧돼지 공주3.1.23. 신소절극록3.1.24. 쇄몽기진3.1.25. 개와 2분의 13.1.26. 하얀 공주와 여섯 난쟁이3.1.27. 황산고검록
3.2. 배낭
3.2.1. 바위 신의 전설3.2.2. 신과 함께3.2.3. 천년의 고독3.2.4. 비행 가이드3.2.5. 고화파의 대사형3.2.6. 기형경3.2.7. 석서 수록집3.2.8. 천형절 시집3.2.9. 왕과 왕실사3.2.10. 군힐드 전기3.2.11. 호법선인야차록3.2.12. 파손된 노트3.2.13. 기사단 매뉴얼3.2.14. 두꺼운 노트3.2.15. 산과 바다의 책3.2.16. 오래된 고찰 일지3.2.17. 주옥 광물

1. 개요[편집]

2. 임무 아이템[편집]

2.1. 그윽한 피[편집]

드발린을 무찌른 뒤 회수한 어떤 물질. 드래곤의 체내에 오래된 바람과 모종의 심오한 에너지가 모인 결정. 숭고한 바람 드래곤은 3가지 극독으로 만들어진 철창에 구속되어 있었다:과거를 삼킨 피, 심연 메이지의 선동, 잊혔다는 슬픔. 눈물과 시인의 말에 따라 독혈로 만들어진 응혈을 부수고 드래곤을 구속하는 그물망을 찢어버린다...어쩌면 이건 바람을 따라서 온 자유로운 이방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드발린의 등에 박혀있던 응혈이다.

2.2. 백무금기 비록[편집]

우인단의 집행관 타르탈리아에게 빌린 증표. 리월 사람들은 절운간 밖에서만 선인을 모시지만, 이 증표를 지닌 자는 선인들의 거처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타르탈리아가 준 증표로 과거 암왕제군 모락스가 만들었다고 한다. 소량으로 뿌린데다가 과거에 만든 것이기에 현대에는 대부분 소실되었지만 어째서인지 타르탈리아[1]가 가지고 있었다. 타르탈리아가 여행자 일행에게 빌려주며 선인에게 자신들의 사정을 호소한다.

2.3. 제압석 조각[편집]

소용돌이의 마신을 무찌른 뒤 회수한 어떤 조각.
먼 옛날, 소용돌이의 마신을 진압할 때 사용되었다.

이 땅의 주민은 산처럼 높은 파도에 맞서고, 자다가 지축을 흔드는 해일에 놀라서 깼다. 이런 공포는 평화로운 날들이 지속되자 사라졌다.
그래도 상관없다. 바다속에서 긴 잠에 빠진 고대의 마신이 다시 깨어난다고 해도,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막을 순 없다. 어쩌면 그때 마신을 봉인한 그는 수천 년 지난 지금의 풍경을 기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소용돌이의 마신을 봉인한 바위 신의 창인 고운각의 조각이다.

3. [편집]

1.0 버전에선 모두 임무 아이템 탭에 있었으나, 1.1 패치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책들이 도감으로 이전됐다. 하지만 일부 서적들은 여전히 배낭에 남아 있다.

자세한 입수경로는 링크 참조.

3.1. 도감[편집]

3.1.1. 티바트 유람 가이드[편집]

리사의 전설 임무인 모래시계의 장 제1막을 클리어하고 얻는 책. 클레의 그 악명높은(?) 어머니 앨리스의 문제작. 대강 훑어만 봐도 앨리스가 얼마나 답이 없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인지 알 수 있다. 작가의 주관적 의견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절판된 상태라고 한다. 사실은 정기 간행물로, 리사의 전설 임무를 클리어하고 얻는 것은 몬드편이다. 행추의 전설 임무인 금직의 장 제 1막은 이 책을 얻으면서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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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바트 유람 가이드 · 몬드편

모험가 길드에서 발행하는 여행잡지. 매번 티바트 대륙의 여행할 만한 장소를 소개한다. 이 책엔 여행가 엘리스의 몬드 여행기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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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바트 지리 잡지 특집호-앨리스의 몬드 여행기

티타우 협곡

이 골짜기에 번성한 츄츄족 부락 세 곳 있다. 골짜기 가운데에 거대한 공 모양의 회전 우리를 만들어, 주변의 모든 츄츄족을 집어넣는다면, 그 힘으로 몬드성의 모든 방앗간을 최소 5년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늙거나 체력이 소진된 츄츄족을 방앗간에서 사료로 만들어 건장한 츄츄족에게 먹인다면, 계속 동력이 생산되어 스네즈나야 왕국처럼 거대한 공장을 쉽게 가동할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도서관의 사서 리사 아가씨에게 이런 의견을 말하자, 그녀는 날 보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우아하게 화제를 돌렸다.

별을 따는 절벽

바람의 신은 정말로 사소한 것을 신경 쓰지 않는 신이다. 내가 신이었다면 이렇게 제멋대로인 지형을 가만두지 못했을 것이다! 적당한 위치에 강력한 폭탄을 충분히 설치한다면, 아무리 별을 따는 절벽 같은 거대한 절벽도 무너질 것이며, 몬드의 지형은 지금보다 훨씬 정돈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교활해 보이는 기병대장은 내 의견을 딱 잘라 반박하며, 내게 별을 따는 절벽에 가지 말라고 권했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

이곳은 몬드에서 유일하게 지세가 다소 평탄한 벌판으로, 중심 지대 가까이에 거대한 참나무 한 그루가 자라 있다. 여기가 바네사가 승천한 곳이라고 한다. 나무를 돌며 한참을 찾았지만, 발사 시설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주변에서 츄츄족 몇을 잡아다가 실험해봤다. 그러나 가장 멀리 날아간 게 샘물 마을 사냥꾼 집이었다. 실망이었다.

매의 해안

실패한 실험으로 샘물 마을이 혼란에 빠지는 바람에, 기사단의 진 아가씨가 감시인을 붙였다. 난 매의 해안만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이곳은 너무 따분하다. 하늘을 바보처럼 빙빙 떠도는 매부터 부풀어 오른 바람 슬라임까지 특별한 게 없다...무엇보다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미칠 것 같다!
날 감시하는 정찰기사 아가씨는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논다.

속삭임의 숲

몬드의 또 다른 숲, 그 엠버라는 정찰기사는 이곳에 매우 익숙한 것 같다. 엠버가 늘 가지고 다니는 폭발 장난감은 참 재미있다. 내가 개조한다면 일격에 이 숲을 잿더미로 만들고 주변 바위까지 흔들리게 만들 수 있다.
내 제안에 그녀는 몹시 놀란 것 같다. 그러나 폭발하는 인형은 내가 예전에 생각 못한 굿 아이디어이다.
다음에 꼭 시도해 봐야겠다.

크라운 협곡

마침내 기사단의 스토커를 따돌리고 와인 호수 서북 기슭에서 이 협곡을 찾아냈다. 오래된 관문은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열풍의 왕을 위해 관문을 지키던 사병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간의 바람이 무심히 지나가자 지능이 없는 츄츄족과 말 없는 기계만이 이곳에 남아있다.
츄츄족으로 유적 가디언을 조종하는 실험도 실패했다. 유적 가디언은 사분오열되고 위쪽에 묶어둔 츄츄족은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었다...온전했던 유적도 절반가량 망가졌다.

바람 드래곤의 폐허

크라운 협곡은, 괴팍한 열풍의 왕 데카라비안이 건설한 도성인 이 거대한 고대 유적으로 통한다. 고성은 고리 모양이다. 안쪽 원과 바깥쪽 원 사이에 모든 백성들의 위치가 미리 정해진 것 같다. 정중앙에 매우 높고 큰 탑이 있는데, 바로 열풍의 왕이 살았던 궁성이다.
백성의 삶을 설계한 냉혹한 군왕, 그러나 그 성대한 유적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앞으로 이곳에 올 사람들이 편하게 탑에 오를 수 있도록 회랑 몇 곳을 폭발시켰다. 효과가 제법 좋아서 고대 유적의 운치가 물씬 난다.
리월편은 행추의 전설 임무인 금직의 장 제1막의 마지막에 경책산장에 있는 상구야한테서 얻을 수 있다. 리월항에 소재한 서점 만문집사의 사장 기향에 의하면 리월편 유람가이드는 워낙 인기도 없고 독자들의 항의도 많아서 이 책 또한 절판되었다고 하며, 사장 또한 앨리스의 책이 가이드 역할도 제대로 못한다면서 깠다. 어째 가이드란 가이드는 죄다 절판 페이몬은 몬드편 가이드는 마치 모험일기 같아서 재미있었다며 절판 소식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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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바트 유람 가이드 · 리월편

모험가 길드에서 발행하는 여행잡지. 티바트 대륙 각지의 여행할 만한 장소들을 추천해준다. 이번에는 여행가 앨리스의 리월 여행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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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풀밭

북쪽으로 흐르는 벽수강은 이곳에서 습지를 이룬다. 커다란 석문을 지나 남쪽으로 가면 억새풀이 끊없이 펼쳐져 있다. 최남단에는 거대한 돌 위에 건설된 객잔이 있다. 「망서 객잔」은 적화주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거기선 귀리 평원과 저 멀리 바다 위에 있는 고운각도 볼 수 있다. 객잔 꼭대기에는 이상한 젊은이가 사는데 난 그가 말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객잔의 점심은 아주 풍성했고 주방의 시설들도 완비되어 있어서 연금 실험을 하기 딱 좋다.
난 폭파 촉매제에 대해 몇 가지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다. 만약 별일 없다면 여기서 며칠 더 머물다가 귀리 평원으로 갈 것이다.

귀리 평원

예상한 것보다 며칠 일찍 귀리 평원에 왔다.
고서에선 귀리 평원은 마신 전쟁 이전에는 원래 번영된 시장이었다고 한다.
이곳의 여우와 스패로우는 전부 털빛이 고아 예쁘다. 듣기론 이 녀석들이 리월 사람들이 바위 신에게 바친 공양품들을 훔쳐 먹었다고 하니 사냥해서 구워 먹으면 과일 맛이 나진 않을까?
대로에 있는 검문소가 아주 엄격하긴 하지만 경비병들은 아주 친절하다. 난 현지의 약재들을 가지고 포션을 만들어 한 경비병을 치유했다. 계속 다른 사람의 말과 억양을 따라 하는 아주 작은 부작용이 생기긴 했지만...

절운간

절운간의 어느 산꼭대기에 구름과 산 안개 사이로 선인의 거처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수많은 리월의 약초꾼들이 선인의 거처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내 경험으로 볼 때 그들은 이상한 버섯을 많이 먹어서 헛것을 본 것 같다.
이곳의 지형은 아주 특이하다. 수많은 거대한 돌기둥은 마치 지하 깊은 곳에 나타나는 지형을 띄고 있다. 이곳 지하에는 엄청나게 많은 지하수가 있으니 지하수를 모두 바다로 방출한다면 어쩌면 절운간이 다시 지하로 가라앉진 않을까?
나랑 동행한 종려 씨는 늘 진지했지만 내 상상에 빵 터졌다.
정말이지 이상한 사람이다.

알카이드 해안

요광[2] 해안에는 자주 해무가 낀다고 한다. 해무가 심할 땐 자신의 손바닥도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땐 해무가 없어서 좀 아쉬웠다.
백사장엔 아름다운 조개껍질이 사방에 널려있다. 이중 몇몇이 마신 전쟁 시대의 유산일까? 이 조개껍질들로 목걸이를 만들었지만 객잔 쪽에서 낚시를 하는 녀석이 깔고 앉아 전부 다 부서져 버렸다...
게다가 조개껍질의 깨진 조각이 그를 찔러 치료비도 배상해야 했다.
벽수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엔 거대한 소라가 있다. 그곳엔 아주 상냥한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 그녀의 가족들은 과거 이 거대한 소라 껍데기를 타고 표류하다가 이곳에 온 뒤로 조난을 당해 해안가로 떠밀려온 사람들을 도와 왔다고 한다. 소라를 자력으로 구동하는 배로 개조한다면 조난을 당한 사람들을 더 쉽고 많이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 소라 배가 통제를 잃고 폭발한 뒤 할머니는 더 이상 날 건져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운각

이곳은 과거 바위 신이 바다의 마신을 진압한 장소다. 해저 깊숙이 박혀있고 오래전 부러진 거대한 바위 창이 해면 위로 우뚝 솟아있다. 바위 원소가 모여 만들어진 육각형 기둥 형태의 구조가 아주 흥미롭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이 바위기둥들은 마치 미리 정렬하여 바다에 특이한 그림을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 당시 바위 신은 이러한 악취미를 품은 채 투창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리월항의 종려 씨는 이곳의 전설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가 이곳에 온 걸 한 번도 본 적 없다. 이곳에선 저 멀리 망서 객잔이 보인다. 저번에 본 이상한 젊은이는 분명 계속해서 이곳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이곳의 지맥 흐름은 아주 흥미롭다. 리월의 다른 곳들보다 더 활발하고 리듬도 더 어지럽다...마치 해저에 어떤 힘이 약하게 뛰는 것 같다. 어쩌면 진압된 그 마신이 여전히 심해에서 꿈틀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3.1.2. 몬드의 고탑[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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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의 고탑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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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귀족 시대, 몬드성 광장에는 높은 탑이 서 있었다. 바람의 신 바르바토스를 기린다는 명분으로 세웠지만, 사실 귀족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허세에 불과했다. 그 어두웠던 시절 평민들은 귀족의 통치에 억눌려서 하르파스툼 축제 때만 제한적인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 해 하르파스툼 축제 때 탑에 아름다운 타향의 소녀가 등장했다. 그녀의 이름은 이나스, 머나먼 곳의 유목민족 출신인 떠돌이 가수였다. 순간 광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그녀의 자태에 매혹됐다.
귀족과 평민, 노인,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그녀가 하르파스툼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부르는 타향의 노래를 들으려고 했다.

「바르바토스의 축복이 모두에게, 이런 날 얼굴을 찌푸리는 건 죄라네!」

이런 노래를 부르며 이나스는 축제 기간에 번 수입을 성의 빈민과 고아에게 나누어줬다.
빈민과 고아들 틈에는 비쩍 마른 사람이 있었다. 그는 그 당시의 대주교였다. 대주교는 이나스에게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신에 대한 충실한 믿음으로 그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에 수치를 느꼈다. 이나스의 자유분방한 행동을 보며 그는 타향의 소녀가 성당이 지닌 빈민을 구제하는 권한에 도전하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
지금 몬드성의 신인 바람의 신 바르바토스는 인간의 자유로운 사랑을 격려한다. 하지만 바람의 신이 깊은 잠에 빠져있던 그 시절 귀족들의 고압적인 통치와 가난, 마룡의 괴롭힘 때문에 「정통」이라고 자부했지만 실제로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성당은 금욕 생활을 해야 마신의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람을 상징하는 하프도 「성결」한 곡만 연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신의 벌」은 귀족들이 자신들의 폭정을 감추고 평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내세운 허울에 불과했다.

「이 소녀가 성에 계속 머문다면 모든 사람들을 홀릴 것이다. 혹시 마녀 아닐까?」 대주교는 이렇게 추측했다.

따라서 대주교는 이나스를 체포할 음모를 세우고, 그녀를 가둔 후 처리하려고 했다. 귀족 시대의 관례에 따라 하르파스툼을 던지는 소녀로 선택되면 축제가 끝난 후 사흘 동안 귀족의 궁전에 머무르며 그들의 시중을 들고, 사흘 동안 그들의 보호를 받는다. 대주교는 양자인 옥타브를 궁전에 잠입시켜 이나스를 납치하려 했다.
옥타브는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였다. 태어나자마자 미신을 믿는 부모에게 버려져 대주교의 손에 자랐다. 그는 어린 시절 시민들에게 마룡을 불러들이는 불길한 징조라고 여겨져 구타와 배척을 당했다. 주교만이 그를 감싸줬다. 옥타브가 세상의 냉대를 당할 때 대주교만이 아버지처럼 그를 돌봤다. 그래서 그는 대주교를 아무 조건 없이 따랐다.

「어제 그 하르파스툼을 던지던 소녀를 데리고 오너라. 다른 사람에게 들키거나 내 이름을 발설하면 안 돼」

대주교의 명령으로 순수한 옥타브는 야음을 타 궁전의 손님방 발코니로 올라갔다. 소녀는 달빛 아래 울고 있었다.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런 광경에 마음이 흔들렸다. 발코니의 소녀를 넋 놓고 보던 옥타브는 자신의 임무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귀족의 시종들이 그와 소녀의 순결한 적막을 깨기 전까지...

3.1.3. 츄츄어 시도작[편집]

일일 퀘스트 중 엘라 머스크의 '시로 소통하기'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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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족 시도작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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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ah! Olah!
Yoyo mosi mita!
Nye, nye mosi mita,
Yeye mosi gusha!
Mosi gusha, mosi tiga,
Yeye kucha ku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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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족 시도작 제2권

엘라 · 머스크가 지은 츄츄어 시.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이 「격양된 서사시」엔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읽으면 어딘가 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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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족 시도작 제3권

엘라 · 머스크가 지은 츄츄어 시.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이 「아름다운 서사시」엔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읽으면 어딘가 좀 이상하다….

3.1.4. 바네사 전기[편집]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설립자이자 과거의 해방된 위대한 검투사 바네사의 대해 다룬다.[3] 원신 공식 코믹스프롤로그: 바람의 노래가 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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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네사 전기·상편

몬드성 건립된 이후부터 내려온 민요. 페보니우스 기사단 창시자인 바네사가 젊은 시절 몬드에서 노역을 하던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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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성의 술꾼들이여, 죽을 때까지 마시자
자유를 위하여! 신을 위하여! 모두 건배!
첫 번째 기사인 바네사를 위하여!
몬드의 자손들은 바람의 신의 자비를 잊어선 안 돼.
아냐-자유는 신의 자비가 아냐, 항쟁이야말로 신의 자비야.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내가 주제 넘게 헛소리해서 미안한데
근데 다들 알겠지만 우리 몬드성의 영광스러운 자유는
바르바토스가 하프를 켜면서부터 시작됐잖아.
영웅의 이름으로 시를 짓고 노래를 불러야
자유는 더욱 의미 깊어지지

그 시절 몬드성은 귀족들의 억압 아래 울부짖고
축제는 귀족들만의 전유물로
평민들에겐 그저 사치일 뿐이었지.
몬드성은 바람 속에 표류하는 감옥일 뿐
제멋대로 노예들을 혹사하는 귀족들은
자신도 모르게 업보의 굴레에 빠진 걸 느끼지 못했다네.

멀리 남쪽의 평야에서 온
한 소녀가 감옥에 갇혀있었어
그녀는 자유로운 삶을 원했으나 족쇄와 수갑을 차고 있었지.
비록 육신은 폭군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독실한 소녀는 포기하지 않고
부족민과 몬드성, 그리고 허망한 자유를 위해 기도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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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네사 전기·하편

몬드성이 재건된 후부터 전해져 내려온 민요.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창시자인 바네사가 바람의 신 바르바토스와 만나 마룡을 물리치고 귀족을 무너뜨린 기적같은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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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성의 술꾼들이여, 죽을 때까지 마시자
그러던 어느날 바르바토스가 진솔한 기도에 답을 주고자
소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따라 감옥에 강림했어.
「세상 만물은 모두 이름을 가지고 있지」 요정이 농담처럼 이렇게 말했어
「네 이름으로 노래를 하나 만들게 해줘
「답례는 네 우정으로 충분해」
소녀는 이를 기꺼이 허락했고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릴 징조가 가득했지

이렇게 바르바토스의 노래에서
소녀는 도시를 위협하는 사악한 드래곤을 무찌르고
욕심 가득한 귀족들은 혼비백산하게 했지
민중들이 「몬드가 바로 자유」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고독한 바람이 한데 모여 폭군이 쌓은 탑을 무너뜨렸어
어린 사자는 바람의 지도자가 되어 결국엔 수갑에서 벗어나게 됐지.

이렇게 소녀는 명성을 얻었어
바람의 신의 도움에 소녀의 마음속엔 고마움이 가득했지만
바르바토스는 그녀의 감사를 거절했지
「네 노래 속의 주인공은 바로 너야
「네가 나에게 우정을 줬기에 네가 명성을 얻은 거야
「그러니 당연히 네 자유를 위해 노래한 거야」

술꾼들이여 다시 한번 잔을 들자고!
이게 바로 몬드성 자유의 원천이다
끝없는 어둠과 절망이 다시 뒤덮는다 해도
절대 영웅 바네사의 이야기를 잊어선 안돼
자유의 희망을 포기하면 안돼!

3.1.5. 츄츄족 시집선[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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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족 시집선 · 상

츄츄어 시인의 대표작! 학자 제이콥 · 머스크가 시집을 통해 당신을 츄츄족의 신비한 정신세계로 초대한다!
(접기/펴기)
몬드 생태학자 제이콥 · 머스크가 정리한 츄츄족 노래 선집. 이 책을 완성시키기 위하여 머스크는 대륙에 있는 모든 츄츄족 부락에 직접 가봤다고 한다. 그는 츄츄족이 기거할 가능성이 있는 곳에 잠입하거나 심지어 츄츄족과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이 책으로 인해 머스크는 「츄츄어의 시인」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학자 본인이나 그의 연구 대상인 츄츄족마저도 이 칭호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제이콥 · 머스크는 츄츄족 연구에 매진했지만, 말년에도 츄츄족과 같이 언급되는 걸 꺼렸다고 한다.

첫째:
Mi muhe ye
Mi biat ye
Biat ye dada
Muhe dada

이건 츄츄족이 결투 전에 흥얼거리는 군가일지도 모른다. 필자가 관찰한 바로는, 츄츄족이 둘 또는 그 이상 모인 장소에서 누군가가 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싸움판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한다.

둘째:
Eleka mimi-a-domu
Mita domu-a-dada
La-la-la
La-la-la
Mimi mosi ye mita

츄츄족이 토템을 둘러싸고 춤출 때 큰소리로 부르는 노래, 어떤 부락의 찬가일 수도 있다. 유쾌한 분위기의 곡으로 보통 츄츄족이 떠들썩하게 축제를 즐길 때 부른다.

셋째:
Mi muhe mita nye
Mi muhe mita nye
Muhe nye
Muhe nye
Gusha
Biat, gusha

필자가 나이 많은 츄츄족 샤먼과 교류하다가 우연히 듣게 된 우울한 분위기의 노래. 가사의 뜻은 모르지만 상처 입은 영혼이 사무치게 느껴져 필자 고향의 가장 뛰어난 시인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츄츄족 노인의 강렬한 체취도 우울함을 불어일으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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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족 시집선 · 하

츄츄족의 삶에도 술과 시가 있을까? 츄츄족도 절실히 갈망하는 게 있을까? 츄츄족 전문가 제이콥 · 머스크가 그 정답을 알려준다!
(접기/펴기)
넷째:
Celi upa celi
Sada shato lata
Kuzi unu ya zido
Unu dada

츄츄족 샤먼의 시가. 부락의 츄츄족 장로가 보인 반응으로 봤을 때, 이 시는 츄츄족 사이에 특별한 철학적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주류 학계에서는 거론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또 필자가 권위 있는 학설에 도전할 마음은 없지만 츄츄족에게 철학이 존재하는지는 여전히 낭만적인 문학 주제임이 분명하다.

다섯째:
Nini movo muhe yoyo
Nini movo mimi tomo
Lata movo mosi yoyo
Celi movo celi yoyo

몬드 주민처럼 츄츄족에서도 바람을 숭배하는 부락 주민들은 자주 술에 흠뻑 취하여 바람을 찬미하는 노래를 끝없이 불러 댄다. 이 시는 츄츄족 제사장의 찬가로, 모두 만취했을 때 들을 수 있다.

여섯째:
Unu, unu
Yaya ika kundala!
Unu, unu
Mita dada ya dala?
Unu, unu
Kuzi mita dada ye
Mita dada-a-mimi

이 곡은 경건한 찬송가로, 츄츄족이 제사를 지낼 때에만 부른다. 이 노래를 부를 때 츄츄족은 악기 연주를 곁들이기도 한다——목판으로 마을의 가장 약한 일원의 엉덩이를 때리면 경쾌하고 리듬 있는 소리가 나면서 아프다.

일곱째:
Mimi movo
Mimi sada
Mimi domu
Domu upa
Gusha dada

츄츄족 부락에는 달빛 아래서 모닥불을 에워싸고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전통이 있는 듯하다. 이 시는 그런 노래 중 하나로, 츄츄족 족장이 합창하는 마지막 곡이다. 이 곡이 끝난 후 마을 장로는 소리 높여 「nunu!」를 3번 외친다. 「자러 가자!」라는 뜻인 것 같다.

3.1.6. 모험가 로알드의 일지[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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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로알드의 일지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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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소금──
적화주의 강가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 내 신발이 홀딱 다 젖었다. 지난번에는 신발을 벗었을 때 안에서 청개구리 한 마리가 나온 적도 있다.

유적의 규모로 볼 때 수천 년 전에 이곳은 신전이자 피난소였을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이곳은 마신 전쟁 시기에 소금의 마신이 처음 건설한 것이라고 한다. 수많은 마신들의 혼전 속에서 인류는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소금의 마신은 무정한 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전쟁의 불길 속에서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모아 그들과 함께 이곳에 도시를 건설했다.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말세에 사람들에게 자애와 위로를 건넸고 다시 평화를 찾고자 시도했다.

도시의 다른 부분은 이미 벽수강의 강바닥에 가라앉고 오직 이 신전의 지대만이 남은 것 같다.

그녀는 추종자들을 모아 오늘날 「대지의 소금」이라 불리는 부락에 자리를 잡는다. 이 도시는 수백 년 동안 유지되다 마신이 쓰러진 날에서야 뿔뿔이 흩어진다.

인자한 마신은 마신과의 대결로 죽은 게 아니라 그녀가 사랑하는 인간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는 이곳의 첫 번째 인간 왕이자 마지막 왕이다. 그도 부족민들과 같이 소금의 마신을 사랑했으나 평범한 인간의 마음으론 자아를 버린 신의 사랑을 짐작할 수 없었다. 수호와 전투의 힘을 찾기 위해, 시대착오적인 인자함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손에 쥔 검으로 고독한 마신을 시해한다. 이렇게 소금의 궁전은 소금의 마신이 쓰러지며 붕괴하고 평범한 인간의 도시도 씁쓸한 결말을 맞이한다.

그 배신자의 이후 결말에 대해선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는 홀로 폐허가 된 도시에 남아 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강에 잠겨 왕의 지팡이[4] 썩을 때까지 수천 년 동안 통치하다 먼지가 됐을 수도 있다. 또 어쩌면 그는 신을 시해한 죄를 지은 뒤 자신의 죄를 못 이겨 자살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과거 소금의 마신이 총애하던 부족은 리월 대지로 흩어졌다가 바위 신이 통치하는 안전한 항구에 들어선 뒤에서야 이 이야기가 오늘까지 전해 내려오게 됐다.

소금의 마신의 유해는 여전히 이 유적 깊은 곳에 남아있다고 한다. 비록 오래전에 소금 결정으로 변했긴 하지만[5] 검에 찔리던 순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먹구름이 끝없이 몰려오는 걸 보니 큰 비가 내릴 것 같다. 그러니 어서 빨리 출발해야겠다. 이제 난 북서쪽의 경책산으로 향할 예정이다. 비가 많이 내리기 전에 도착하길 바란다. 너무 급하게 가다가 이 일지를 잃어버리질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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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로알드의 일지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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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책 산장──
드래곤 스핀에서 나와 모래톱으로 갔다가 적화가 가득한 사주를 지나 하늘 높이 솟은 대나무 숲을 건너 드디어 경책산에 들어섰다. 신발은 완전히 축축해졌고 옷도 거의 젖었다. 퍼붓는 비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지만 다행히도 산장의 장로들은 매우 친절하다. 집회하는 홀에 옷과 신발을 말릴 수 있게 허락하고 갈아입을 옷과 건량을 준비해주었다.
경책산장에는 아이들이 많다. 귀엽기도 하고 성가시기도 하다. 노인들도 많다. 모두 아무 근심 걱정 없이 풍족한 날을 보내고 있다. 장로들은 젊은이들이 대부분 일하러 리월항으로 가서 가정을 일궜고, 매달 고정적으로 돈을 보내준다고 했다. 젊은이들은 번화한 도시에서 편리함을 맛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리월항은 경책산에 부유함을 가져다주지만 돌이킬 수 없이 노화시키기도 한다.
전설에 따르면 「경책」이란 말은 고대의 마수 「이무기」에서 나왔다. 지금은 「이무기」라고 불리지만 고대에 리월 사람들은 이무기를 「경책」이라고 불렀다.
천년 전, 모락스가 리월에서 해를 끼치던 마수를 진압했다고 장로가 말해줬다. 이무기가 죽은 후 몸은 바위, 피는 맑은 물이 되었고 비늘은 제전이 되었으며 마수의 소굴은 지금의 경책산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간단한 탐사 후, 이 산악 지대의 대부분은 외력 충격으로 부서진 거대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물 원소 마수의 생명 흔적 같은 건 발견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무기의 시체는 이미 오래전에 썩었고 그 전설의 짐승이 산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전설에 불과하지 않을까?
다음 행선지는 절운간 석림에 있는 호수로 정했다. 리월 사람들은 그곳에 미궁이 있으며 선인이 숨어산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선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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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로알드의 일지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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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운간 · 오장 천지──
이번 모험 일지를 쓰기에 앞서 일깨워 주고자 소소하게 한번 적어본다. 최근 여행기를 정리하다가 일지를 자주 잃어버린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덤벙대는 습관은 꼭 고쳐야 돼!

구불구불 거리는 산길과 옛날 약초꾼들이 깔아놓은 잔도를 따라 오장산에 오른다. 또다시 가파르고 습한 암벽을 등반해야만 이 천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일전에 어부가 이곳은 수심이 매우 깊다고 했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그건 과장된 것이다.

경책산장의 노인은 날 완전히 속인 게 아니다. 천지의 호숫물은 따뜻하고 달아 역시 선계라고 할 수 있다. 절운간 초입 시 한 농부가 내게 신통반통한 선인들은 언제든지 운무로 변해 운해에 들어가 노닐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때 난 이런 전설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수면 위에 서린 안개가 마치 손을 뻗어 운해에 닿을듯한 모습을 보이자 오랫동안 찾고 있던 선인들은 원래 머리 위에서 노닐고 있었지만 난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동쪽으로 산을 내려와 오장산에서 벗어난 뒤 복잡한 산림 속에서 또 길을 잃었다. 시야가 다시 트일 때 또 벽수강 앞에 도착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됐다. 이곳은 시야가 탁 트여서 휴식을 취하기 좋은 장소니 오늘은 여기서 야영 해야겠다.

야영지에서 행장을 정리할 때 보물을 찾으러 온 것 같은 젊은 아가씨 에드워드와 만났다. 그녀는 서쪽 편 오장산 아래의 선인 호수로 갈 거라고 했다.

「전설에 의하면 오장산 북쪽 산자락, 그러니까 여기서 서쪽에 있는 어떤 호숫가에 선인이 한명 살고 있데요. 그러니까 선인의 숨겨진 보물도 분명히 있지 않겠어요? 하하하, 나중에 보물을 찾는다면...」

그녀는 순식간에 뭔가를 깨달은 듯 엄숙해지며 말하길: 「그럼 길드랑 연락하고 보고할 거예요! 전 모험가 길드의 정식 회원이라서 도굴단과는 완전히 달라요!」

확실히 몇몇은 단순히 물질적인 재물을 위해 모험을 하기도 한다. 바로 리월 사람들이 말하는 「사람마다 지향하는 것과 추구하는 것이 다르기에 상상하기 어렵다」이다. 하지만 그녀는 올바른 모험가 동료인 것 같다.

서쪽으로 향해 그녀가 말한 「선인의 호수」를 탐색하는 것도 좋아 보이긴 했지만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만 안 생기면 귀리 평원으로 가서 그곳의 풍경과 보물을 발굴해볼 것이다. 그리고 문제만 안 생기면 이 일지를 잃어버리지 않겠지. 제발 문제가 생기지 말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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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로알드의 일지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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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 연못──
벽수강의 지류를 따라 서남쪽으로 걸어 천형산 북쪽 기슭에서 연못을 발견했다. 연못물은 하늘보다도 푸르고, 수온은 체온과 비슷했으며 달콤한 맛이 났다.

현지의 약초 캐는 사람들이 수천 년 전 이 연못이 원래 농장이라고 했다. 전설에 따르면 마신이 혼전을 벌이던 시대에, 가문의 인정을 받지 못한 연인 한 쌍이 이곳에서 밀회를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무정한 동란이 벌어져 남자는 바위의 신을 따라 평범한 사람의 몸으로 신의 싸움에 투입되었다...그 시대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그렇게 백 년 동안 아무 소식도 없었다.

여자는 농장을 배회하며 연인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시간이 흐른 후 꽃밭은 잡초로 뒤덮이고, 잡초는 바닷물에 썪었다[6]. 바닷물이 결국 밀려가고 그녀가 땅으로 돌아오자 눈물이 모여 이 연못이 되었다. 이런 사연이 있어서 연못이 이럿게 맑고 따뜻한지도 모른다.
난 이곳에서 오후 내내 머물렀다. 목욕을 하고 부주의하게 잠에 들었다. 깨어나 보니 어둠 속에 별자리가 선명하게 반짝거렸다.

어린 여우 한 마리가 근처에서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내가 고개를 들자 급히 도망쳤다.

시간이 좀 지난 후에야 신발 한 짝이 사라지고 , 건량 주머니도 뒤집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예측했던 것보다 짐 정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음 목적지는 동북쪽 벽수강이 바다와 만나는 요광 해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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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로알드의 일지 제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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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광 해안──
이곳은 벽수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하류에 휩쓸려 온 모래가 쌓여 평탄한 모래사장이 되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해무가 이 해안을 자욱하게 덮고 있었다. 새로 산 신발이 다시 흠뻑 젖었다. 안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나 소리가 어디에서 들리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니 안개 속의 소음을 들으며 텐트를 펼치고 해무가 걷히기만을 기다려야만 했다.
망서객잔에서 쉴 때 어떤 상인이 「요광 해안」이란 이름이 「드넓은 빛이 떠나가니 하얀 모래 해변과 푸른 하늘이로구나」라는 구절에서 유래됐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옥처럼 빛나는 벽수강은 바다로 흘러들었지만, 요광 해안의 「벽라옥」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전에 안개를 헤치고 그 집을 찾아갔을 때도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어민들은 「벽라옥」이 선인의 거처이며, 벽라옥도 사실 선인의 몸의 일부라고 말해주었다.
벽라옥의 그녀는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들을 위해 쉴 곳을 제공하고, 해난 생존자를 돌보고 치료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바다 마수를 토벌하는 선인을 송별했다.
그러나 나이가 제법 많은 어부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는 벽라옥에 사는 사람은 선인이 아니며 대대로 거대한 소라 속에 살던 가족이라고 했다. 그들은 길을 잃은 자들을 구하는 걸 사명이라고 여겼다. 위험에 처했던 많은 어민들이 그들의 은혜를 입었다고 한다.
해무가 곧 걷힐 것 같다. 햇빛이 살짝 비친다.
이제 배를 빌려 고운각 쪽으로 가서 바위의 마신이 바다의 마물을 진압한 유적에 갈 것이다.
순풍을 탄다면 금방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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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로알드의 일지 제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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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각──
작은 섬에 있는 몇몇 츄츄족의 시선을 피해 고운각에 순조롭게 도착했다. 내가 상륙한 지역은 육각형 돌기둥이 눈부신 태양을 가리고 있고 돌기둥 아래는 그늘져 있다. 천년 넘는 시간 동안 마물 시체들을 먹으며 자라서 그런진 몰라도 해변의 꽃게엔 살이 가득하고 맛도 일품이다.

오늘날의 아름다운 퐁경을 보고 있자면 이곳이 과거 바위 신과 바다의 마물이 혈투를 벌였던 전장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과거의 피는 벌써 푸른 바다에 흘러들어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어쩌면 광활하기 그지없는 바다 앞에선 한 명이 흘린 피 한 방울이든 무수리 많은 영웅들의 피든 매한가지인 것 같다. 영원히 흐르는 바람과 해류가 모든 티끌을 씻겨내기에...

과거 바위 신은 바위를 깎아 만든 거대한 창을 이 해역에다가 던져 심해에서 난을 일으키던 마신을 관통했다고 한다. 거대한 창은 오랜 세월 동안 천천히 풍화되며 지금의 모습이 됐다.

얼마 뒤에 대륙에 돌아와 야영을 했다. 여기선 항구에서 출발하는 배들을 바라볼 수 있다. 저 멀리 「남십자」 함대가 위풍당당하게 돛을 올리고 항해를 떠난다. 전설적인 북두 어르신은 칠성 상회의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걸까?

꿈나라가 계속 어둡고 습해 밤에 잠을 편안하게 자지 못했다. 꿈속에선 내가 바위 신에게 관통된 해저의 마물이 되어 단단한 바위 창을 잡은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발악했고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고통과 원한이 가득했다...

고운각은 밤을 보내기 좋은 곳은 아닌 듯하다. 난 모닥불을 피우고 날이 밝아지면 다시 출발하려고 기다렸다. 이제 리월항에 돌아가서 새롭게 정비를 한 뒤에 절운간으로 향할 예정이다.
지난번 선인 만남의 여행은 아무 성과 없이 끝났으니 이번엔 경운봉에 올라 운을 시험해 볼 것이다.

주의: 이제 다시는 일지를 잊어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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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로알드의 일지 제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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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운간 · 경운봉──
이번 모험 일지를 쓰기에 앞서 일깨워 주고자 소소하게 한번 적어본다. 최근 여행기를 정리하다가 일지를 자주 잃어버린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덤벙대는 습관은 꼭 고쳐야 돼!

이 높은 곳에 오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기어오른지 모르겠다. 절벽 옆엔 운해가 끝없이 펼쳐져 있어서 산 정상을 바라봤던 「신선 거주지」가 어딘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절벽 위에는 기이한 소나무 외엔 아무런 생물을 볼 수 없다. 오직 창공을 가르던 솔개만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운해 속으로 쏜살같이 날아들어간 뒤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머리 위가 바로 전설 속의 신선들이 사는 곳이지만 일단 정비 좀 한 뒤에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지금 당장 급한 건 망가진 등산 장비들을 정비하고 몇몇 가벼운 상처들을 돌보는 것이다. 절운간 초입 시 한 농부가 연고를 줬다. 그 연고는 좀 따끔하긴 하나 효과가 아주 탁월하다.

이렇게 높은 산 정상에서 밤을 지새우는 건 불편한 일이다. 운해의 뼈가 시릴 듯한 차가운 한기가 텐트 사이로 계속해서 세어 들어와 잠을 편히 잘 수가 없고 모닥불을 피워도 금방 꺼진다. 산 정상에 사는 선인들은 이 한기들을 미워하진 않을까? 또, 고독함을 느끼진 않을까?

날밤을 새고 달이 드디어 운해 속으로 사라졌다. 배낭을 확인하고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최정상의 선인들이 거처하는 곳을 향해 나아간다. 이렇게 높은 곳엔 비가 내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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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로알드의 일지 제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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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허포──
또 다시 분실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는 일지 표지에 이끼로 번호를 새겼으니, 가방 안에서 눈에 확 띄어. 오늘 자기 전에 머리맡에 두고 자면 잃어버리지 않겠지. 만약 또 잃어버린다면 「모험가」라기보단 「덜렁이」가 더 어울릴 것이다.

천형산 산어귀를 지나 서쪽으로 가면 현지인이 「청허포」라고 부르는 유적이 나온다. 유적은 얕은 못 중앙에 우뚝 솓아있는 바위 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사방이 험준한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해당 유적의 석루들은 바위 신이 만든 자연 풍경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새벽안개가 걷히며 바위와 유적에 햇볕이 쏟아진다. 보아하니 오늘은 날씨가 좋을 것 같다.

이 유적들은 바위 신이 리월을 장악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라고 한다. 리사교 일대는 마신 전쟁 시기에 물에 잠겼었다. 그 당시 바위산은 물 위로 자그마한 섬만 보였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물이 빠지면서 선조들이 남겼던 오랜 누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일전에 망서 객잔에서 소라야라고 불리는 수메르 학자를 만난 적 있다. 그녀는 리사교의 유적에 대한 상당히 연구한 듯 이 화제를 언급하자 계속해서 말을 했다. 그녀가 말하길 이 폐허는 지금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마신과 그를 따르는 무리가 남긴 것으로 상전벽해가 일어나며 안하무인이던 마신이 패배했고 선조들이 남긴 높은 성루와 신전 또한 버려지게 되며 오늘날의 청허포가 되었고,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던 전쟁이 끝난 뒤에서야 유적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어쩌면 이 황폐해진 담벼락은 오랜 세월을 산 선인이나 신에게 있어선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장소일지도... 어쨌든 그 후 이 유적의 고요한 분위기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항구 도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고, 층암거연의 채광에도 아무런 피해 없이 오늘날까지 남게 됐다. 오히려 최근 층암거연의 채광이 끝나게 되면서 마물들이 유적을 점거하게 됐다. 그들이 아무것도 파괴하지 않길 바란다.

이건 간단한 가설일 뿐이다. 하지만 더 많은 증거를 얻고자 한다면 나는 북쪽으로 가서 성법 관문과 둔옥릉의 유적을 확인해야 한다.

출발하려고 할 때 에드워드와 또 만나게 됐다. 그녀는 이번에는 동료를 데려온 것 같다. 그녀는 모험가로서 매우 바쁜 듯 눈 깜짝할 사이에 유적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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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로알드의 일지 제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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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스파인──
리월의 강기슭과 초원에서 위로 가다 보면 드래곤 스파인 남쪽의 지역은 완만한 경사와 눈보라가 잔잔하다. 그리고 수원도 얼지 않아 야영지를 새우기 좋은 장소이다. 물자가 준비되면 여기에[7] 기지로 삼고 산 정상을 향해 출발할 것이다.

야영지를 새운[8] 뒤 주변의 유적도 슬쩍 탐사했다. 이곳의 유적은 아주 흥미롭다. 건축 스타일과
그림의 사소한 부분은 다른 지역의 이름 없는 오래된 건물과 놀랄 만큼 일치한다. 이로 볼 때 전설에 나오는 고대 설산의 나라가 내 발아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적 안에서 이와 관련된 어떠한 글귀도 발견하지 못하여 고대국가의 역사를 확증하기 어렵다. 어쩌면 더욱 높은 곳, 더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곳에 더 많은 정보가 숨겨져있을지도.

여기서 밤을 지새우는 건 힘들다. 뼈에 사무치는 차가운 바람이 계곡을 따라 불어오며 텐트를 흔들어 악몽을 꾸게 만든다. 수원이 있는 곳의 동굴로 바람이 들어가며 귀신 울음 같은 소리가 메아리치는 걸 보니 분명 큰 공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굴 입구가 울타리로 막혀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다.

조금 있다가 계속해서 산을 향해 나아갔다. 가는 도중 비교적 가까운 연대의 유물을 발견했는데 마치 귀족이 몬드를 통치하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듯했다. 난 옷 조각과 너덜너덜해진 무기를 발굴했는데 두꺼운 눈과 얼음이 부식을 지연시켜 안에 묻혀있는 물건들이 오랫동안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유물의 분포 상황으로 보아 이 산길에서 다툼이나 살인이 일어났었던 것 같다.

흉포한 눈보라와 험악한 변화도 인간의 야심을 막지 못하는 것 같다. 신에게 버려진 이 빙설의 대지조차도 결국 인간의 죄악에 얼룩져 버렸다.

산길 따라 올라가자 눈보라가 점점 강해지고 기온도 참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졌다. 난 북동쪽의 유적 하나를 탐색했는데 믿을 수 없게도 일 년 내내 눈보라가 몰아치는 이곳의 유적 안에서 얼지 않은 물을 발견했다. 위치로 보면 아래 그 계곡과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구역은 너무 추워서 동사와 익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유적의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대략적인 기호를 남겼고 이게 눈보라에 파묻히지 않기를 빈다.
이곳은 어쩌면 고대 국가의 지하 피난소였으나 오랜 시간 동안 스며든 지하수에 잠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천 년 전의 고대에는 폭군이 죄수를 감옥에 가둔 뒤 천천히 많은 양의 물을 쏟아부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이는 그저 죄수들로 하여금 점점 불어나는 물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자신을 천천히 집어삼키는 걸 보게 하기 위함이라고···
이러한 형벌은 너무 잔인하다. 하물며 이런 혹독한 추위라면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동쪽 산길은 조금 가파르다. 난 여기서 어이없는 사고로 인해 다리가 부러질 뻔했다. 다행히 찰과상으로만 그쳤을 뿐 뼈에는 아무 문제 없었다. 그러나 방한복이 얼음 모서리에 크게 찢겨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계속해서 안으로 스며들어 상황이 좋지 않다.
상처에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구석을 찾아 찢어진 옷을 꿰맬 수 있었다···하지만 계속해서 산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그 후 동사하기 직전에 야영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모닥불 앞에서 손발을 녹이며 양말을 벗었을 때서야 발가락 3개가 보라색으로 얼어붙은 걸 발견했다···어쨌든 죽다 살아난 느낌은 정말 좋다.

눈보라가 잠시 멎었을 때 위를 올려다보니 자잘하게 부서진 거대한 바위들이 설산의 정상을 에워싼 채 맑은 하늘 위에 떠있는 듯했다. 노래 속의 그 산골짜기에 묻힌 고대 마룡도 그 썩은 눈으로 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설산 기슭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 산은 마치 신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지역처럼 이해할 수 없는 운명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 같을 것이다. 몬드의 오래된 동화에서 이 설산은 시간의 바람에게 버려진 징벌의 대지로 매섭게 부는 차가운 바람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얼어 붙였다고 한다.
그러나 산 정상에서 뭔가가 꿈틀대고 있다. 난 꿈속에서 그 부름을 느꼈다──그건 마치 속삭이는 노래처럼 달콤하고도 불길했다.

탐험이 순조롭진 않았지만 다행히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다. 다만 이 기회를 놓친다면 또 언제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
어쩌면 난 리월을 계속해서 탐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잃어버렸던 물자를 보충하고
겸사겸사 물에 젖은 이 일지를 교체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3.1.7. 누군가의 일지[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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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지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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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동동이에게,

아빠가 출항한지 벌써 삼 개월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구나. 아빠 보고 싶니? 매일 잠은 잘 자니? 마을 어르신들 앞에서 말썽 피운 건 아니지? 아빠 금방 돌아간다. 아빠가 이나즈마에서 돌아가면 같이 「남십자」 거함을 보러 가자꾸나. 이번엔 아빠가 약속 꼭 지킬게.

요광 해안 기억하니? 아빠가 거기서 엄청 많은 금사를 구했단다. 이제 돌아가면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수 있고, 마을 방앗간에서 매일 두부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어! 하지만 사실 아빠는 이 금사로 리월에 집을 사고 싶단다. 바다가 보이는 그런 집 말이야. 이건 아빠가 돌아가면 동동이가 결정하기로 하자, 알았지?

참, 귀리 평원의 녹화 연못 맞은편에 엄청 높은 단애가 있는데, 거기에서 유적 가디언을 봤단다. 녀석은 거기에서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 있는데,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져도 꿈쩍 않더구나… 그래서 관찰하다보니까, 녀석이 자고 있단 걸 알았지! 그래서 아빠는 녀석을 타고 올라 그 거대한 머리를 힘껏 비틀었단다. 그랬더니 콰작콰작하다 쾅! 하곤 저기 낭떠러지로 떨어져서 박살이 나버리더구나. 아니었으면 너한테 이 전리품을 가져가 자랑했을 텐데.

그리고 절운간도 있는데, 나중에 네가 크면 그곳에 데려가주마. 그곳의 구름은 마치 바다 같고, 폭포는 경책산장보다 백배는 멋진 데다, 산들 사이로 선인들의 거처가 보이는데, 그게 얼마나 장관인지 넌 상상할 수 없을 거다. 아빠는 전설 속 선인도 만났단다! 우리는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지. 선인은 아빠한테 술병을 선물했는데, 한 번 불면 술이 마르지 않고 나오더구나. 하지만 넌 아직 술을 마시면 안 되니까, 네가 좀 더 자라면 이 보물들을 네게 주마.

리월의 모험이 끝나면, 항구에서 「남십자」 거함을 타고 멀리 떠날 거란다. 새로운 목적지엔 기이한 풍경과 보물이 분명 엄청 많겠지, 어서 너에게 그것들을 알려주고 싶구나! 사랑하는 동동아, 항상 제때 자고, 단 거 많이 먹으면 안 되고, 말썽피우면 안 되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싸우면 안 된다. 아빠가 금방 돌아갈게.

동동이에게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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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지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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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광 해안――

또 안개다. 그 늙은 광부가 여기서 금사를 구했다는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벌써 퇴직한지 몇 십 년은 된 노땅의 말을 믿은 내가 바보지! 이제 어쩌지, 안개 속에 금사는 고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방향도 알 수 없다. 동동이가 밥은 잘 먹었는지 모르겠다.

안개 속 어딘가 츄츄족의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가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걸었을까, 안개는 여전하고 낮밤을 분간할 수 없다. 앞에 사람 그림자가 보이는 거 같은데? 바위신이시여 제발 나를 보우하소서. 저쪽에 가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가자.

안개 속 사람들의 그림자가 어쩐지 이상해 이곳에 주둔했다. 이따 놈들이 떠나면 어떻게 갈지 정해야겠다. 어쩌면 돌아가는 게 나을지도.

젠장, 사방에서 츄츄족의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일지의 내용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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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지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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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리 평원――

정말 재수가 옴 붙었네!

겨우겨우 츄츄족 주둔지를 벗어났더니, 이젠 귀리 평원 유적 가디언에게 쫓기냐! 비바람이 몰아쳐도 꿈쩍 않길래 이제 안 움직이는 줄 알았더니, 벼락 한 방 맞고 저렇게 움직일 줄 누가 알았겠냐고!

난 반항 한 번 못하고 병아리처럼 놈에게 잡혀 벼랑 위에서 내동댕이쳐졌다… 다행히 내가 굴러굴러 적시에 벼랑 아래 석굴로 숨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음 벌써 놈한테 조각조각 찢어지고, 또… 아이 뭐 아무튼.

멀리 간 거 같은데… 귀가 안에 벌떼가 있는 것처럼 아직도 윙윙거린다. 뼈가 두 군데 부러졌나, 팔도 말을 안 듣는다. 아직은 버틸 수 있을 거 같다… 아마도, 벌써 나이도 한참인데, 더 노력하지 않으면 동동이와 애엄마를 어떻게 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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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지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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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운간――

산 아래서 마음씨 착한 약초꾼을 만났다. 그가 내 뼈를 고쳐줬는데 아파 죽는 줄 알았다. 그가 말하길 유적 가디언에게서 생존한 행인들 중 나처럼 멀쩡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것도 운이 좋았던 거라고 할 수 있겠지.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원래도 인적이 드문 절운간은 안개에 뒤덮여 있어서 내려다봐도 이 운해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다. 석림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요물인지 선수인지 알 수 없는 울음소리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잘하면 여기서 양질의 호박 혹은 귀중한 약초를 캘 수 있지 않을까? 이전에 마을에서 나간 가난한 사람들이 모두 약초를 팔며 리월에 터전을 잡았다고 하니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저녁 무렵에 큰비가 내려 암벽을 타고 오를 수가 없다. 가지고 온 밧줄과 등산용 곡괭이는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알지도 못한다. 이상하네, 난 원래 이렇게 덜렁대지 않는데… 분명히 이 산의 요물이 농간을 부린 걸 거야! 어쩌면 여우….

사오일 동안 고생하다가 드디어 쓸만한 약재를 구하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 원랜 조금만 더 탐색해보고 싶었지만 이곳은 너무 무섭다. 밤만 되면 숲에서 그림자가 내 뒤를 따라다니는 것 같고 사방팔방에서 들려오는 뭔지 모를 요물의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하산하는 길에 오래된 술병 하나를 주웠다. 샘물에다가 씻어보니 상태가 좋았다. 나중에 동동에게 이건 선인이 내게 준 병이라고 하면서 주면 분명 좋아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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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지 제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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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월항――

불복려에서 약재를 팔아 빚을 갚고도 돈이 좀 남았다. 이 정도 효율이라면 몇 년 뒤엔 리월에 내 명의의 집을 사서 동동과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면 동동도 학교에 다닐 나이니까, 딱이다.

내가 젊었을 때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도굴단의 불량배들을 알지 못했을 거고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모두 탕진하지 않았겠지. 이런 사실이 떠오르자 동동에겐 꼭 최고의 선생님을 찾아줘야만 훌륭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으며, 아빠처럼 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동동을 위해 아직 포기하면 안 되고 조금만 더 힘을 내야 한다.

…말은 그렇지만 아직 부자가 되고 싶은 희망을 품고 「해취행」에서 운을 시험해봤다. 돈을 여기다가 낭비하긴 싫었는데… 주인장의 감언이설에 속아 돈을 모두 써버렸다. 운이 나쁘진 않았는지 괜찮은 품질의 옥석이 나오긴 했지만, 근데 이걸 위해 약초를 캐는데 사용할 낫과 통을 모두 저당잡혔다.

이제 아무것도 없다. 도박에서 나온 보옥이 나쁘진 않지만 이런 건 잘 팔리지 않는다. 한탕 더 뛰어야 할 것 같다. 외국에 가서 운을 시험해봐야지… 남십자 함대에 찾아가면 북두 어르신이 날 받아주실까?

갑판 청소만 해도 되니까 받아주면 좋을 텐데… 난 벌써 3일째 굶고 있다.

3.1.8. 절운 기문[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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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운 기문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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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수──
리월의 대지엔 아직도 많은 석상들이 남아있다. 이들 대다수는 리월 사람들이 좋은 날씨를 간청하며 돌멩이로 조각한 것이다. 하지만 몇몇 석상들은 리월이 생기기 전보다 더 오래전에 조각된 것이다.
벽수강의 어부와 적화주의 채집꾼, 오래된 광산의 광부들 사이에선 이런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 리월의 어떤 지역에는 오래된 석수가 가을비가 내리는 밤에 깨어나 점차 낯설게 변하는 세계를 둘러보고 그에게 호응하는 개구리와 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낮게 울부짖는다. 그리고 그는 리월 땅에서 어슬렁거리며 과거 자신이 수호했던 이 땅을 돌아다닌다.
이 석수가 활동할 때의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풍수지리에 통달한 오랜 주민은 이미 석수의 위치와 상태가 매일 변하는 것에 습관이 됐다. 그리고 야밤에 노숙하는 사람들은 가끔 물 흐르는 소리보다 더 낮은 화음을 듣는다.
이렇게 오래된 석수들은 어디서 온 걸까? 경책산장의 노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은 과거 암왕제군을 따라 출정한 신수들이었다. 마신들의 전란이 끝나고 리월 땅의 바닷물이 빠지며 평화의 시기가 도래하며 신수들은 마신 전쟁 중 인간을 보호하던 임무를 잃게 됐고 이로 인해 하나둘씩 은거하여 세상일에 무관심한 생활을 보내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신수들은 바위 신을 따르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아직도 리월을 수호하고 있다.
신수들은 비록 초월적인 존재이긴 하나 여전히 천명에 굴레에 갇혀있다. 때문에, 그들은 암왕제군에게 육신을 영생의 바위로 변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자비로운 바위 신께선 그들의 소원을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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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운 기문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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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궁──
신부를 맞이하는 날이 왔다.
위엄 넘치는 해신이 이무기의 고삐를 움켜쥔 채 거대한 조개 위에 단정히 앉아있다. 웅대한 수레를 끄는 이무기들은 한 마리 한 마리가 천형산에 비교할 만큼 거대하다. 그는 장로들이 바친 진주를 받고 작디작은 신부를 조개 위로 맞이했다. 마을은 일 년 내내 풍랑이 잠잠해지는 바다의 마신의 선물을 받았다.

해신은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고독한 모친에게서 멀리 벗어나 신부를 심해 밑으로 데리고 갔다.
어린 소녀는 거대한 고래의 뼈로 만들어진 기나긴 복도를 가로지르고 보라조개와 진주로 장식된 궁궐 문을 지나 바다의 마신이 마련한 궁전에 오게 됐다.
「난 원래 인간들의 장난에 낄 생각이 없었단다」 해신은 물결과도 같은 소리로 신부를 위로했다.
「여긴 아주 많은 여자아이들의 새로운 집이자 생애를 마칠 곳이란다. 마을 사람들에게 쫓겨난 소녀들에게 있어 바다는 피난처이자 그녀들의 잠을 영원히 방해 않는 고향이지」

하지만 소녀는 진주와 고동으로 가득한 새로운 집을 원치 않았다. 인광이 반짝이는 심해와 그 속에 숨어사는 생물들은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소녀는 일출과 일몰이 바닷속 궁전에서 오래 생활하며, 고향 생각에 점점 야위어 갔다.
그러다 어느 날 바다의 마신이 소녀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그는 그녀의 선택에 실망했지만 그녀의 결정을 윤허한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 세상에서 언젠간 후회하는 날이 올 거다」 해신은 허리춤에 있던 큰 소라를 소녀에게 선물한다.
「언젠간 이걸 불면 여기로 다시 돌아오게 될 거다」

소녀는 큰 소라를 가지고 뭍으로 돌아온다. 이후 그녀도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된다. 평범한 일상생활에 바다 궁전은 그저 어린 시절의 꿈이 되어 반짝이는 인광과 이상하게 생긴 바다 괴물만이 가끔씩 생각나는 정도가 됐다. 그녀는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또다시 축제를 맞이하는 날, 장로가 그녀 품 안의 딸을 데리고 가서야 해신의 말을 이해하게 된다.
신부를 맞이하기 전날 밤 어머니는 큰 소라를 불게 된다.
해신은 약속한 데로 파도를 타고 나타나 거대한 파도로 마을을 둘러싼다. 장로와 마을 사람들은 놀랄 틈도 없이 거센 파도에 삼켜져 버렸다. 거대한 이무기가 끄는 반짝이는 조개가 어머니의 앞에 멈춰 섰다.
마치 어린 시절 그때처럼 어머니는 딸의 손을 잡고 바다의 마신의 조개 위에 올라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마을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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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운 기문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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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망-
경책산 북쪽의 산봉우리와 골짜기 사이에는 「무망의 언덕」이라 불리는 산이 있다. 이곳은 음기가 가득하고 기이한 소문들이 많은 곳이다.
리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무망의 언덕 숲에는 망자의 영혼이 배회하고 있으며, 이들은 집념을 버리지 못하고 몰락한 옛 마을 주위를 서성이고 고목과 썩은 나뭇잎 사이를 방황하고 있다고 한다. 이 귀혼들은 늘 찾아오는 인간들을 위험한 산길로 끌어들여 벼랑 아래로 떨어지게 만들거나 숨어있는 마수의 한 입 거리가 되게 한다.
「무망」이라는 이름도 여행자가 아무 생각 없이 있어도 산속의 안개처럼 희미하게 서려있는 악령이 달라붙는다며 지어진 것이다.
무구한 산골 주민과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자들은 망령의 유혹에 이끌려 알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하늘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안개 가득한 깊은 숲속으로 가게 된다. 무망의 언덕의 망령들은 유혹 수단도 다양하다. 그리워하는 사람,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 망자의 목소리와 얼굴, 헤어진 이의 따뜻함, 반목하는 이의 뉘우침 등으로 변해 산을 지나가는 여행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부름을 거절하지 못하고 따라가게 만든다.
그러나 과거 무망의 언덕은 이러지[9] 않았다. 그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망의 언덕에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아득히 먼 옛날, 그곳은 평화롭고 시끌벅적하던 마을이었디[10]. 하지만 지금은 속삭이는 영혼들만 남은 폐허가 되었다.
경책 산장의 아이들 사이에는 이런 소문이 떠돈다: 무망의 언덕의 살던 젊은 사람들은 머나먼 곳에 있는 바다 괴수의 노래에 유혹돼 허황된 약속과 유치한 꿈을 좇아 잔잔하게 흐르는 벽수강에 몸을 던져 강물 따라 머나먼 운래해까지 흘러간 뒤 파도와 하나가 되며 모든 기억을
잊었고···그들의 꿈이 바다 괴수의 노래가 되었다.
젊은이들이 하나 둘 떠나가자 결국 나이 든 어른들도 한탄하며 세상을 떠나게 됐다. 이후 마을은 암왕제군이 사는 거대한 항구의 번화함에 가려진 폐허가 되었다.
하지만 단명하는 인간과는 달리 영원히 흐르는 지맥은 모든 걸 기억한다. 샘솟는 원소가 영체가
되어 옛 주민들의 아름다운 꿈과 악몽이 되살아난다. 마치 아이를 잃어버린 어머니처럼 이미 떠나간 과거로부터 모든 걸 되돌릴 방법을 찾는듯, 무심한 지맥은 과거 주민들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울부짖는 아기, 노인의 한탄, 모든 희극 또는 비극을 되풀이한다. 마치 바다 괴수의 노래처럼 과거를 그리워하는 영혼들을 무의식적으로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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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운 기문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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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령-
리월의 산림에는 수많은 주인 없는 선령들이 떠다닌다. 이 빛을 발산하는 생령들은 산림의 안개 속이나 오래된 폐허, 버려진 마을 안에서 평생 배회한다. 이들은 「신의 눈」을 가진 여행자를 아주 오래전에 숨겨진 보물상자나 정교한 고대 기계장치가 있는 장소로 데려간다.
리월 사람들은 이 소리 없는 작은 생령들을 길조의 상징으로 죽은 선인이나 이름을 남기지 못한 선량한 마신의 영혼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선령을 가족을 잃은 이들이 산에 남긴 목소리로 고독한 여행자에게 돌아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리월의 향촌에는 오래된 전설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산속을 배회하는 선령들은 과거 수많은 선인들보다 더 오래된 존재로 아름다운 형체와 위대한 지혜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들이 산림을 돌아다니고 오래된 성을 산책하던 시기는 암왕제군과 수많은 마신들이 싸웠던 시대보다 더 오래됐다고 한다.
어느 떠올릴 수 없는 시기에 선령의 선조들은 밖에서 온 여행자와 만나게 됐고 달의 궁전 세 자매를 증인으로 굳건한 맹세를 맺었다고 한다. 그리고 불과 30일 후 재앙이 일어나 선령과 연인은 흉악한 재앙이 그들의 발걸음을 잡기 전까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천지 사이를 헤맸다. 냉혹한 처벌은 그들로 하여금 영원히 헤어지게 했고 심지어 기억조차도 갈가리 찢어지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이와 결별하게 된 아름다운 선령과 자매들은 나날이 수척해졌고 아름다웠던 형체조차도 찢기게 됐다. 그들은 산림과 유적으로 흩어지며 작은 생령이 되었고 수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와 지혜를 잃었으나 여전히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들은 헤어진 연인과의 그리움을 간직한 채 산림에 들어선 나그네를 인도하며 과거의 폐허와 오래전에 봉인된 화장함 혹은 해독할 수 없는 시문을 빌려 머나먼 과거의 이야기를 추억한다.
물론 이것들은 전부 기이한 전설로 리월 향촌에서 암왕제군이 나타나기도 전의 아주 오래된 시대에 대한 환상이기에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산림을 떠도는 슬픈 선령이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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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운 기문 제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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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리월의 전설에서 기린은 고귀하고 인자한 신수이다. 기린은 산림에서 나타나고 이슬과 별빛이 어우러지는 밤에만 배회하며 맑은 이슬과 향초만을 먹는다.
기린은 상냥한 신수로 우아함과 고귀함이 피에 흐르고 있다. 기린은 조그만 벌레를 밟지도 풀잎을 꺽지도[11] 않는 등 살아있는 생물을 해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기린의 습관과 행동이 모두 수 천 년 동안 변하지 않은 고대의 고상한 예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신이 혼전을 벌이던 시대가 끝난 뒤 수많은 선인들은 인간의 북적거림을 적응하지 못하고 암왕제군의 안배에 따라 죽림과 뭇 산에 은거한다 더 이상 인간 세상을 간섭하지 않게 된 선인들은 자연을 만끽하며 평생을 즐겼다.
하지만 또 다른 신수들은 천년의 협력 속에서 인간과 두터운 우정을 쌓아 인간계에서 암왕제군의 의지를 관철하며 선력과 자비로 인간의 성을 지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들은 산야나 마을에 숨거나 번화한 거리를 거닐며 인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결합하여 리월항에 곳곳에 독특한 혈통을 남기게 됐다.

민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수천 년 전에 우아한 기린 일족 중에는 이미 하등한 인간을 사랑했던 이가 있었다고 한다.
수천 년 전 미개했던 시대의 사람들은 연잎을 옷으로 삼고 월계수잎으로 치장했다고 한다.
어느 날 밤 한 약초꾼이 산속 연못에서 목욕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던 기린이 약초꾼이 벗어둔 옷을 물어뜯었다. 이 어린 신수는 인간의 수치와 욕망을 알지 못했고 신수가 속세에서 해야 할 도리도 배우지 못했다.
자신의 경솔한 행동을 보상하고 또 선인의 외모로 빈약한 인간이 놀라지 않게 하고자 그녀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했고 보름달이 연못을 비출 때 약초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린 신수는 인간의 수치와 욕망을 알지 못했다. 차가운 달빛 아래 반딧불이 산림을 밝혔고 그녀는 이슬과 달빛을 옷으로 삼아 인간과 함께 헤엄쳤고 꽃과 고요한 죽림 사이를 노닐며 그에게 선인들의 동굴을 소개하고 새와 짐승의 말을 해석해 줬다. 그리고 고요한 밤벌레 울음소리 속에서 잠을 자며 함께 오랜 꿈에 빠져들었다···
아침 햇살이 약초꾼의 얼굴을 비추며 그를 깨운다. 그가 눈을 떴을 땐 고귀한 신수는 벌써 사라졌었다.

이후 이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어떤 이는 훗날 어느 날 밤 기린이 대나무 바구니를 약초꾼 집 앞에 놓은 뒤 달빛과 안개 사이로 사라졌다. 약초꾼이 밖에 나와 이를 살펴보자 바구니 안에는 어린 아기가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기린은 그때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가며 아이를 낳고 속세의 생활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천 년도 더 지난 이야기의 진실이 어찌 됐든 우아한 신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리월과 함께하며, 사람들 틈 속에 숨어서 엄왕제군이[12] 다시 부를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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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운 기문 제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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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둔──
리월 북서쪽 남천문 남쪽의 산골짜기에는 오래된 무너진 담벼락이 많이 솟아있다.
리월 사람들은 그중 한 곳을 「둔옥릉」이라 부른다. 해당 유적은 마신이 혼전을 벌이던 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한다.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둔옥」이라는 이름의 뜻은 「아름다운 옥이 도망친 곳」이라고 한다.
아득히 먼 고대, 암왕제군도 아직 젊은 시절에 리월 서쪽의 황무지에 천성이 떨어진 적 있다.
천성이 추락하며 받은 충격으로 황무지는 거대하고 깊은 구멍으로 형태가 변하게 됐고 안에서 옥과 금이 끝없이 채굴됐다. 이는 이후 천 년에 걸쳐 리월의 광산업이 부흥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무명의 별이 떨어졌을 때 파편 하나가 갈라져 나와 리사교 북쪽의 바위들 사이로 떨어졌다고 한다.
모든 이들이 알다시피 말 없는 금석 안에는 영기와 정신이 깃들어 있다. 범인이 볼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고대에 그들은 그들만의 리듬으로 지맥의 꿈틀거림을 주시했다. 산과 샘의 울림에 따라 바위산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과는 다르다. 대지의 소박하고 단단한 암석에 비하면 이는 거만하고 조급한 성질을 지녔다.

이후 지상의 수많은 마신과 군왕들은 하늘의 왕좌를 놓고 싸웠고 별하늘과 심연은 빛을 잃었으며, 비극과 악행이 산암과 흐르는 물의 호흡을 저지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별은 소란을 참지 못하여 층암거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높은 하늘로 달아났다.
하늘에서 떨어진 미옥이 하늘로 돌아간 뒤 하늘에는 깊은 구덩이가 남게 됐다. 사람들은 여기에 견고한 도시와 요새를 건설하여 운석의 선물에 만족해하며 외부와의 왕래를 끊었다.
수천 년의 시련과 격동 속에서 둔옥 골짜기의 단단한 성이 우뚝 솟았다. 해당 성은 500년 전만 해도 번영된 리월항과의 교류가 끊기지 않았다.
하지만 어둠의 재앙이 심연에서부터 시작됨에 따라 둔옥의 주민들은 고대 도시를 폐쇄하고 고향을 등진 채 각지로 흩어졌다. 천년 동안의 혼란을 겪었던 선인과 야차조차도 이들이 고향을 봉쇄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봉쇄된 성은 거대하고도 공허한 무덤으로 변하여 물과 바람 소리만이 남게 됐다. 때문에 리월 사람들은 이를 「둔옥릉」이라 부른다.

3.1.9. 츄츄족 풍습 고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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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족 풍습 고찰 제1권

몬드의 생태학자, 「츄츄어의 시인」 제이콥 · 머스크의 츄츄족 사회 풍습에 관한 고찰. 본편에서는 츄츄족의 사회 형식과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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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족 사회

츄츄족은 간단한 부락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작은 부락 형태로 황야에 흩어져 살아가며, 그들에게 있어 부락은 가족과도 같은 존재이다.

일반적으로 츄츄족 부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존재는 샤먼이다. 오랜 야외 관찰과 교류로 볼 때 필자는 샤먼이 부락 내의 최연장자이자 부락의 「가장」과도 같은 존재로서 풍부한 경험으로 중대한 일을 결정하고 원소의 힘을 사용해 자신의 부락을 지킨다고 확답한다. 야외의 츄츄족 부락에서 샤먼의 외형 특징은 아주 뚜렷하다. 그들은 독특한 웃는 얼굴의 가면을 착용한 채 가면에 있는 구멍으로 밖을 관찰한다. 그리고 초라한 샤먼 지팡이를 손에 쥔 채 정체불명의 노래 혹은 주술을 계속해서 외운다.

츄츄족이 지위를 가늠하는 기준은 나이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부락엔 크기가 더 크고 전투력도 더 강한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샤먼을 제치고 부락의 우두머리가 된다. 이 부락들은 그들의 인솔 아래 더욱 호전적이게 된다. 우린 거대한 체형과 과장된 가면 장식을 통해 호전적인 부락의 우두머리를 쉽게 판별할 수 있다.

츄츄족의 외부인에 대한 적대심과 언어적 장벽으로 인해 츄츄족 부락 내부 자원 분배에 대해 연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순찰 보고에 따르면 그들은 부락 안에서 각자가 획득한 자원들을 공유하는 것 같다고 한다. 모든 츄츄족은 채집꾼이자 전사지만 일부 전투를 중시하는 츄츄족들은 수련을 통해 덩치가 큰 전투의 주력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악랄한 환경 속에서 오래 살아남았을 경우 이런 전문적인 전사들은 부락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우두머리가 된다.

재밌는 점은 츄츄족의 지능이 낮고 사회 형태와 조직이 매우 원시적이지만 그들은 원소의 힘을 사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은 대부분 늙은 샤먼들에게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있어 원소의 힘은 오직 「신의 눈」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츄츄족이 「신의 눈」 없이도 원소의 힘을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선 좀 더 관찰 및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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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족 풍습 고찰 제2권

몬드의 생태학자, 「츄츄어의 시인」 제이콥 · 머스크의 츄츄족 사회 풍습에 관한 고찰. 본편에서는 츄츄족의 신앙과 정신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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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족의 정신생활

티바트 칠국의 국민들과 같이 츄츄족도 자신만의 신앙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츄츄족은 세상에 존재하는 일곱 신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원소의 힘을 숭배한다. 몬드를 예로 들면 일부 츄츄족 부락은 몬드 시민들과 같이 「바람」을 숭배하지만 그들이 바람 신 바르바토스를 숭배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추상적인 「바람의 힘」을 숭배한다. 다른 신앙을 가진 츄츄족들이 같은 부락에서 살기도 한다. 그들의 믿는 원소는 가면의 그림과 몸에 염색한 색으로 알 수 있다.

현지 관찰에 따르면 츄츄족 중 제사와 숭배 의식을 책임지는 샤먼은 자신의 몸과 털에 다른 색의 염료를 묻히고 그 색은 부락이 숭배하는 원소의 힘과 관련되어 있다. 샤먼이 입은 옷과 장식은 일반적인 츄츄보다 정교하나 츄츄족의 낮은 지능으로 볼 때 그들이 이런 정교한 공예품을 만들었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샤먼은 츄츄족의 신앙 체계에서 정신적 지도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츄츄족의 숭배 의식은 노래와 춤을 위주로 하여 샤먼이 춤을 추며 원소와 관련된 노래를 부른다. 예를 들어 사냥감이 남는다면 츄츄족은 제단에 생고기를 제물로 바쳐 제사를 지낸다. 츄츄족들은 가끔 돈이나 보석 혹은 반짝이는 것들을 약탈하긴 하지만 오직 고기만이 숭배 대상에게 바치는 제물에 적합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츄츄족은 마치 「과거」와 「미래」라는 개념은 없고 오직 「현재」를 위해서만 살아가는 것 같다. 그들은 이후의 생존을 위해 양식을 저장한다던가 죽은 선배들을 기념하지도 않는다. 비록 츄츄족의 부락에도 엉망으로 써진 글이 가끔 있지만 여러 번 관찰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이건 그저 오래된 유적의 것을 모방하거나 중복한 것이지 자신들이 만든 것은 아니다. 몇몇 츄츄족 부락은 오래된 유적에 주둔하여 마치 그들이 태생부터 이 오래된 유적과 이해할 수 없는 모종의 친화력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증거들로는 그들과 잃어버린 고대 문명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는 증명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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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족 풍습 고찰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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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독거자

츄츄족 부락에도 이런 신비한 힘을 가진 이가 있었다. 이들은 강력한 신체와 원소를 조종해 자신의 능력을 높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원소를 사용해 자신을 보호하거나 전투 시의 힘을 강화해 자신을 아주 강력하게 만들었다.

다른 츄츄족은 이런 강력한 이들을 경배하며 「Lawa」라고 불렀다. 필자가 추측하는데 이는 「왕」 또는 「수령」일 것이다. 하지만 츄츄족 부락에서 이들은 실질적으로 통치하거나 지휘하지 않고 다른 츄츄족들의 경배와 숭배의 눈길을 피해 홀로 지내는 걸 더 선호했다.

일반적으로 모험가는 이들을 만나기 아주 어렵다. 하지만 경험이 풍부한 모험가이더라도 이들이 출몰할 수 있는 곳을 탐험할 때는 들이닥칠 수도 있는 위험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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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족 풍습 고찰 제4권

몬드의 생태학자, 「츄츄어의 시인」 제이콥 · 머스크의 츄츄족 사회 풍습에 관한 고찰. 본편에서는 몬드를 예로 들어 다원화된 츄츄족의 풍습을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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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츄족 풍습의 다문화――몬드의 타타우파 협곡을 예로

「미티족」은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한다. 그들은 부락에서 멧돼지를 사육하는 사육장을 만들고 전문적인 「돼지 사육사」로 하여금 관리하게 한다. 그들은 화염 슬라임을 천연 부뚜막으로 삼아 거대한 솥에 고깃국을 끓여 부락 전체가 나눠먹는다.

그들의 부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바로 거대한 아레나다. 누가 됐든 이 아레나에 오르면 부락의 도전을 수락했다고 여기며, 아레나에서 떨어진 이는 부락 전체로부터 비웃음을 사게 된다.

「잠만족」은 잠을 자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심지어 더욱 편한 수면을 위해 누추한 집을 건설해 부드럽고 따뜻한 동물 가죽을 침상으로 사용한다. 잠을 충분하게 자서 그런지 몰라도 츄츄족 중 가장 교활하고 영리하다.

「검은 태양 부족」은 몬드의 츄츄족 중 가장 신비로운 부족이다. 근육과 지능보단 신비한 능력을 믿는 걸 더욱 중요시한다. 일반적인 츄츄족이 자연 원소의 힘을 믿는 것과는 달리 그들이 숭배하는 대상은 마치 검은 태양과도 같은 보잘 것 없는 부호다. 그들의 사면은 다른 부족의 사면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검은 태양 부족은 부락 야영지 중앙에 지위가 가장 높은 샤먼을 위한 「옥좌」를 준비해뒀다.

3.1.10. 시종 기사의 노래[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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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 기사의 노래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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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의 모든 거리를 지날 때마다,
공기 중에 불행한 기운과 취하게 하는 냄새가 가득 퍼져있다.
가장 오만한 귀족도 봤고,
가장 비참한 빈민도 보았다.
거미줄같이 어두운 골목이 그들을 둘로 나눴고,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댕그랑하는 소리는 바로 마음속의 족쇄 소리다.

밤에 몬드 거리를 순찰할 때
동료들과 상사는 큰소리로:
「우린 성광의 기사다. 고개를 들어라!
성휘 속의 고귀한 가치만이 수호의 길이다!」
하지만 난 한 번도 고개를 들고 별을 바라본 적 없고 가치를 주목했던 적도 없다.
난 그저 더러운 길모퉁이를 무시할 수 없었을 뿐.

몰락한 상인들이[13] 소리 없는 흐느낌과
늙은 병사의 피맺힌 탄식.
쥐 죽은 듯이 고요한 밤거리,
귀족에게 버려진 한 소녀가 바르바토스에게 간청한다.
서늘한 바람이 성당을 흔들고,
슬픔과 원망을 품은 채 화려한 궁성을 스쳐 지난다.

어머니의 통곡 소리가,
어린 아이의 울음 소리가,
가장 단단한 방패에 틈을 만들고,
가장 날카로운 창을 휘게 만든다.

이러한 소리는 나를 벌벌 떨게 만든다.
허나, 높디높은 궁전과 성루에선,
서풍이 휘몰아치는 웅대한 성소에선...
개미의 신음을 누구도 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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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 기사의 노래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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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침 햇살이 가득한 날,
검을 노래로 삼는 이가 몬드에 발을 들이네.
비록 온몸에 족쇄와 수갑을 차고 있지만,
그녀는 침묵 속에서 끝없이 노래한다.
그건 자유의 노래요, 높은 성벽 밖의 밝은 아침 햇살이니,
구속 받지 않는 사람들과 부르는 민요니라.

그녀는 떠돌이 악단의 빛이요,
귀족을 시해한 범인이다.
나는 그녀에게: 「왜 우리의 귀족들을 전복시켰나요,
그들이 우리의 지도자인 건 알고 계셨나요?」라고 물어본 적 있다.

「왜 그들이 당신들에게 성벽을 쌓으라고 명하는 거죠?」
그녀의 목소리엔 가벼운 바람의 기운이 서려있다.
「만약 당신이 바람을 친구라고 여긴다면,
만약 당신들이 과거엔 자유로웠다면?」

그는 홀로 남은 청중에게 과거 이야기를 했고,
신의 힘을 지녔던 귀족들의 선조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과거의 천사와 신, 그리고 악룡에 대해 이야기했고,
대지 위의 신령과 그 자손들을 이야기했다.
모든 전설은 그녀로 인해 노래가 됐고,
노래는 또 바람을 타고 온 나라로 퍼지게 됐다.

귀족의 경기장에서 그녀는 다시 한번 검을 들고 노래했다.
이는 그녀의 마지막 노래였으나, 죽기 전의 마지막 노래는 절대 아니다.
무명의 기사가 그녀의 검을 피로 점철된 경기장에서 가져나가,
바람이 모이는 곳에 묻었다.

3.1.11. 샘물의 마음[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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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의 마음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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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같은 달빛 아래서 눈물을 흘리던 소년은 샘물에 소원을 빌었다.
멀리서 온 요정은 무심한 샘물 속에서 잠자코 소리 없는 소원에 귀를 기울였다.

샘물 속 요정은 아득한 기억도, 깊은 꿈도 없었다. 그녀들은 물의 정수에서 온 얼굴 없는 천사의 후예였다.
호기심 많은 요정은 샘물에 나타나 눈물 속에서 소년이 마음으로 외치는 소리를 듣고, 이 젊고 연약한 생명체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요정은 말없이 형태 없는 손가락을 뻗어 소년의 이마와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그 손길은 밤 이슬 처럼 차갑고 잃어버린 축복처럼 부드러웠다.

낯선 감촉에 놀라서 고개를 든 소년은 요정과 눈이 마주쳤다.
「제 소원을 이뤄줄 수 있나요?」 소년이 물었다.
샘물의 요정은 당돌한 질문에 당황했지만 아무 말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은 흡족해 하며 떠났다.

그는 샘물의 요정이 외롭다는 걸 몰랐다. 그녀는 친구와 가족이 없었고 대부분의 지혜를 잃은 상태이기도 했다.
그저 샘물이 끊임없이 바위 틈으로 솟아나 연못으로 모일 때, 잔잔한 물결에 이지러진 달빛을 바라보며 그녀는 겨우 생각할 능력을 얻었고 단편적으로 말을 흉내낼 수 있었다.
호기심 많은 요정은 순수한 사랑과 무지로, 유치한 정신으로 이 세상을 바라봤다. 그녀는 열매를 훔쳐먹는 여우와 다람쥐를 보며 기뻐했고, 은하를 가리는 먹구름에 슬퍼했다.

그날 밤의 소년에 대해 복잡하면서도 성숙하지 않은 감정이 그녀에게 솟아났다.
고독한 그녀는 힘도 지적 능력도 없었기에 그의 소원을 이루어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소원을 분담할 수 있었다. 그의 번뇌에서 생명을 꺼내 그와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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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의 마음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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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물결에 이지러진 달빛을 바라보며 소년은 샘물에 진심을 토로했다.
그의 말을 듣고 그녀는 그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침묵 속에서 그는 자신을 위해 믿음을 굳혔다.

이 세상에 달빛과 열매 외에도 아름다운 게 있다는 걸, 밤하늘을 가리는 자욱한 먹구름 외에도 안타까운 게 있다는 걸 샘물의 요정은 어렴풋이 깨달았다.
소년은 그녀에게 숲과 도시, 높은 벽에 대해 말해주었고, 그녀와 기쁨, 슬픔, 공포를 함께 나누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는 새로 알게된 이 완전하지 못한 세상에 점점 빠져들었다.

소년이 자신의 무력함을로[14] 번뇌할 때, 샘물의 요정은 말 없이 따스하게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의 눈물에서 그녀는 샘물 밖 세상을 또 다시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요정은 연못으로 모여든 눈물을 정화시켜 소년에게 좋은 꿈을 꾸게 해주는 감미로운 샘물로 바꿨다. 소년은 깨어났을 때의 모든 고통을 잊고 꿈속에서 샘물과 말 없는 요정을 만나게 되었다.

이때가 되며[15] 달빛은 연못에 스며들고 편안히 잠든 요정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었다.
맑은 이슬이 소년의 단꿈을 적셨고, 소년의 꿈도 고독한 요정을 적셨다.
꿈속에서 샘물의 요정은 소년을 위해 멀고 먼 물의 나라와 파란 보석 같은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며 유배자의 향수병을 노래하고 고향을 떠나온 것과 머물 곳에 대해 한타해다[16]. 소년은 말 없는 경청자가 되어 그녀의 불행에 눈물을 흘리고 그녀의 행복에 안도했다.

샘물의 요정은 소년의 기억과 꿈속에서 말하는 능력을 얻었다.
이렇게 그녀와 소년은 모든 걸 이야기하는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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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의 마음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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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바람이 멎을 때, 연못의 달빛은 다시 둥그런 모습을 찾았고, 소년은 처음으로 요정의 목소리를 들었다.
요정은 원래 인간보다 더 섬세하고 민감한 생명체라서, 소년은 그녀의 슬픈 노래 같은 부드러운 말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요정은 원래 인간보다 더 섬세하고 민감한 생명체라서, 소년의 눈동자에서 그녀는 숨길 수 없는 연정과 곧 튀어나올 약속의 말을 보았다.

갑자기 요정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했다.

평범한 인간의 생명은 강하지만 짧다. 소년은 언젠가 자라서 늙고 죽을 운명이었다. 그의 청춘과 순수함이 퇴색되면 어떻게 원소의 순결한 후예를 대할 것인가? 유치한 약속으로 일생을 망쳤다고 자책하진 않을까?

샘물의 요정은 순결하고 선량하지만 인간 세상의 사랑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 인간의 기적을 본 적이 없었고, 수천 년의 변화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별을 몹시 두려워했다.

인간의 눈에는 평생 함께하는 것이 원소 요정에게는 찰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노쇠하는 건 요정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섬세한 샘물의 요정은 그날이 오는 걸 차마 볼 수 없어서 입맞춤으로 소년을 저지했다.
어리석은 소년은 거절의 의미인 요정의 차디찬 입맞춤을 약속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오인했다.

그 순간 요정은 언젠간 소년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소년은 영원히 샘물 곁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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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의 마음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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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 소년은 점점 자라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했다.
샘물의 요정은 변함없는 젊은 모습으로 그를 위해 부드럽게 서글픈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그날, 그녀는 마침내 떠났고 다시는 소년이 있는 곳을 바라보지 않았다.
샘물이 퐁당거리는 소리는 더 이상 말이 되지 않았고, 물결에 이지러진 달빛도 더는 본모습을 찾지 못했다.
샘물의 요정은 불현듯 아무리 종착점을 찾았다 하더라도, 아무리 짧은 행복을 누린다고 하더라도,여전히 고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어리지만은 않은 소년은 요정이 도망갔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고독을 자기 탓으로 돌렸다.
「어쩌면 그녀는 유치한 꿈이었을지도 몰라」
샘물이 퐁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가끔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차디찬 입맞춤은 예전에 그녀의 긴 머리칼을 희롱하던 밤바람처럼 진짜였다.
그는 불현듯 아무리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이별하더라도, 무수한 모험을 겪고 귀향하더라도, 여전히 고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몇 년 전 그때처럼 소년은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깨끗한 연못에 빠져 이지러진 달빛을 촉촉히 적셨다.
하지만 샘물의 요정은 예전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고집스럽게 등을 돌리고 떠났다. 그녀는 자신이 동년의 순수했던 꿈이고, 머나먼 타향에서 온 떠돌이로 여겨질지라도 영원한 수명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비가 퍼붓는 날이면 연못에 떨어진 빗방울에 요정의 눈물이 섞여 있다는 말이 있었다.
소년은 결국 늙었지만 이런 황당한 풍문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불행하게도 진심에서 도망친 샘물 요정도 이런 사실을 철썩 같이 믿었다.

3.1.12. 방랑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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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기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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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
밝은 달이 떠오르면 뱃노래가 들려오네

리월항에는 거대한 전함을 타고 바다 괴수를 사냥하는 있었는데[17], 그를 「선장」이라고 불렀다.
선장들은 배에 바다 괴수의 뼈를 걸어 용감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선원들이 부르는 뱃노래에는 바다 괴수 사냥에 대한 내용이 드물다. 선장들이 겸손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바다가 평온하지 않았던 시대라서 뱃노래에 피튀기는 내용이 나오면 불길했기 때문이다.

대검을 손에 쥔 선장이 있었다. 그는 암초가 널리고 암류가 거센 먼 바다에 마음껏 출몰하며 폭풍우와 바다 괴수의 포효에도 전혀 겁내지 않았다. 그에게 컴컴한 바다 밑 어둠의 세계는 광활한 사냥터였고, 저항하는 바다 괴수는 그의 전리품이 되어 배에 높이 걸렸다.

그러나 파도를 넘나드는 선장은 평범한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모르는 듯했다. 그의 삶에는 그저 기나긴 탐색과 사냥, 비린내 나는 바닷바람, 음침한 고래의 노래뿐이었다. 선원들은 존경하기보다는 무서워했고, 그를 감싸고 있는 해초 같은 기운에 불안해했다. 난폭한 바다에서 선장의 쾌속선은 말없이 냉혹하게 전진할 뿐이었다.

항상 높이 솟은 뱃머리에 앉아 있던 소녀만이 선장의 눈빛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파도 소리에 매료된 소녀는 그의 길잡이로, 고래의 노래에 공명하여 파도를 뚫고 거대한 함선을 바다 괴수가 출몰하는 해역으로 인도했다.

길잡이 소녀는 바닷바람과 파도에 경의의 노래를 바쳤다.

「그 고래의 신음을, 파도 소리를 함께 듣자꾸나.
「해류와 풍향이 정확해지면, 먼바다로 나가세.
「오래 전 돌아가신 신령과, 옛 주인께 바치네.
「어지러운 해류를 해도에 담게 해주시고,
「모든 영혼이 펑온하게 환향하게 하소서」

노래가 끝나면 선장은 출항하자고 크게 외쳤다. 거함은 천천히 항만을 떠나 아침 햇살이 비치는 바다로 나아갔다.

전과 똑같은 날들, 이것이 바로 떠돌이 선장 이야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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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기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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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파도──
「폭풍 속으로 들어가, 어두운 바다의 신음을 듣자꾸나.
「해류와 풍향이 정확해지면, 소용돌이를 향해 항해하세.
「옛 주인의 잠코대가 들리네, 그녀의 후손을 축복하고 있구나.
「그녀가 무사히 거친 바람과 소용돌이를 지나게 하시고,
「바다 괴수의 소굴에 용사들의 작살이 움직이게 해주소서」

바다를 뒤집는 폭풍 속에서 뱃노래가 묻힌 적은 없었다. 소녀의 목소리는 놀란 파도와 어우러지며 선장이 위험한 암류를 피해 폭풍 속 바다 괴수가 들끓는 곳으로 향하게 인도했다.

소용돌이를 뚫고 번개와 바람 기둥 사이를 오가며 거함은 바다 괴수가 날뛰는 해역으로 돌진했다.
번쩍이는 뇌광 속에서 선장은 아무 두려움 없이 대검을 들어올렸다.

선장의 눈빛을 보며 선원들은 그제야 어두운 구름 속에 뇌광이 비추지 못한 그림자를 느꼈다.
산처럼 거대한 몸체였다. 소용돌이 속에 보이는 산맥처럼 거대한 몸체에 비해, 배에 걸려있는 바다 괴수의 뼈는 어린애 같았다.

벽처럼 거대한 마수의 몸을 향해 모든 공포와 망상을 쏟아내 듯, 선장의 명령에 따라 배 측면에서 화살이 계속 날아들었다. 바위 탄환과 바늘이 달린 현철 작살이 바다 괴수의 몸에 끔직한[18] 상처를 남겼다.

바다 괴수가 극심한 고통에 미친 듯 소리를 지르자 붉은 파도가 솟구치며 선체에 강하게 충돌했다. 거함은 바다 괴수의 공격에 뒤집어질 뻔했고, 갑판은 몰아치는 붉은 파도에 움직일 수 없었다. 선원들은 비린내 나는 물길에 침몰하며 모든 원소를 주관하는 신들을 원망하면서 바위와 날카로운 창을 괴수에게 날렸다.

냉혹한 선장은 운명이 보낸 적수를 두려워해본 적이 없었다. 선수의 소녀도 바다 괴수의 포효에 노래로 답했다 거함은 바다 괴수와 난류를 따라 빙글빙글 돌았다. 날카로운 이빨과 독조의 공격을 받으며, 평범한 선원들은 대포와 작살, 바위로 맞서며 공포와 분노를 뿜어냈다.

바다 괴수의 거대한 몸은 상처로 뒤덮이고, 해수면에 촉수와 발톱이 다 갈라졌다. 선장의 거함도 너덜너덜해졌다──돛대 절반이 이미 부러졌고, 대포 절반은 산산조각났으며, 선원 절반은 바다 괴수의 먹이가 되었다. 심지어 그가 자랑스러워하는 대검마저도 두 동강 났다. 이건 아이가 거인에게 도전하는 것처럼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중상을 입은 바다 괴수는 적수의 힘이 빠졌다는 걸 알았다. 괴수는 해수면에 떠서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입을 벌리고 너덜거리는 거함을 한입에 삼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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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기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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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조──
달빛이 검은 구름에 가려질 때, 뱃노래는 계속 되고 있었다.

폭풍이 점점 잦아드는 바다, 산산조각 난 거함이 천천히 심연으로 빨려 들어갔다.
바다 괴수가 거대한 나선형 입을 벌리자, 안에서 벼락 소리가 들려왔다. 바다 괴수는 흡족해하며 딱딱한 암초 눈꺼풀을 열고 가소로운 적수를 보려고 했다. 그러다 그만 약한 눈을 선장에게 노출시키고 말았다.

그는 절호의 기회를 보았다. 그리고 바다 괴수는 그의 작은 눈에서 해연보다 어두운 마음을 보았다.
폭풍에서 마지막 번개가 번쩍이더니, 거함의 선수가 바다 괴소[19]의 이빨 사이에서 둘로 갈라져 조각 났다. 용골의 비명 소리 마저도 파도에 묻혔다.

그 후, 미친 듯한 포효가 다시 어두운 해수면 위로 떠오를 때까지──모든 게 어둠으로 돌아갔다.

선장은 단검으로 바다 괴수의 눈을 깊숙이 찔렀다. 더러운 독이 그의 몸을 뒤덮을 때까지, 단검의
예리한 칼날이 바다 괴수의 찢어진 눈동자에 부러질 때까지.
무수한 발톱에 잡혀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에도 선장은 주먹과 이빨, 손톱으로 맞섰다. 바다 괴수가 자신의 몸을 조각낼 때까지──

익숙한 뱃노래가 비릿한 바람을 타고 날아오자, 바다 괴수는 동작을 멈췄다.

「나와 함께 바다의 이별가를 부르세,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해류와 풍향이 정확해지면, 난 그와 이별한다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라는, 옛 주인의 부름을 들었지.
「나와 잃어버린 주인을 기억하고, 이 선율을 반복해주오.
「언젠가 당신은 찾아낼 거예요, 저 깊은 곳에 잠자고 있는 날...
「──어쩌면 그때, 당신도 깊은 어둠의 소용돌이에 묻혔을 지도」

바다 괴수의 촉수는 옥좌처럼 솟구쳤고, 노래 부르는 소녀는 그곳에 반듯이 누워있었다. 날카로운 발톱에 피부가 상처나고 촉수가 팔목을 감고 옷이 찢겨 바다에 흩어졌지만, 여전히 선장을 향해 이별가를 불렀다.

그 후, 바다 괴수는 그녀를 어두운 바다로 부드럽게 밀어넣었다.

바다가 재해에 통치되던 시절, 방랑자는 하루살이 목숨이었다.
선장은 낯선 상선에서 깨어났다. 그는 자신의 배와 선원 전부를 잃었다. 남은 건 상처투성이가 된 몸과 영원히 울려퍼지는 신비한 뱃노래뿐이었다──

「해류와 풍향이 정확해지면, 바다로 나가 그녀를 위해 복수하리라, 파도 소리에 심취한 인간들이여...」

3.1.13. 죽림월야[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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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월야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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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소리가 나는 푸른 장벽 사이, 개구리 소리와 매미 울음 소리가 섞인 곳, 바위 산에 난 구멍 밑 습지 한 구석에 말라비틀어진 죽림이 있다.

경책산 죽림에는 여우 귀신 이야기가 가득했다.

장마가 지난 후, 대나무 잎에 이슬이 맺혔다. 소년은 급히 숲길로 걸어와 좌우를 살피고 습지의 바위에 오른 후, 다시 이끼 낀 돌길을 걸어 내려왔다. 넝쿨이 그의 발걸음을 붙잡고 나뭇잎이 피부를 할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책산 푸른 죽림 사이, 바위 산에 난 구멍 밑 구석에 말라비틀어진 세계에서 소년은 잠시 쉬었다.

산장의 어르신들은 장마가 지는 계절은 여우가 장가가는 좋은 때라고 말씀하셨다. 아이들만이 여우의 새신부가 타는 붉은 가마 행렬을 볼 수 있고, 길에서 내내 북을 울리는 탓에 죽림이 시끌벅적하다고 하셨다.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행렬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타이르셨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여우가 혼을 빼간다!」
마을 어른들은 이렇게 말했다.
「혼을 빼가면 어떻게 되는데요?」
「여우가 혼을 빼가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어...어쩌면 여우를 위해 피리를 불고 북이나 징을 치면서 불쌍하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단다...」
이야기 중간중간 어른들은 북과 징을 치는 자세를 선보이며 아이들에게 겁을 줬다.

나이가 들면서 소년은 더 이상 말도 안 되는 귀신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선령의 인도를 받으며 그는 푸른 미궁을 넘었다. 길에는 여우 울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죽림 깊은 곳에 숨어 사는 교활한 동물은 지나는 사람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떠들썩한 가마 행렬은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소년은 몹시 실망하여 발밑의 돌멩이를 걷어차고 돌계단을 넘어 죽림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

어른들은 이 죽림이 자라는 지역이 예전에 바위 신의 힘에 정복되었던 나라라고 말했다. 그런데 바위 신은 어떻게 생겼을까? 바위 신에게 손과 발이 있을까? 사람 같이 생겼을까? 아니면 강변에 널린 석인석수 같은 모습일까?

정기적으로 성에 약재를 팔러 가는 약초 캐는 사람들은 매년 청신 의례를 보고 돌아왔다. 그들은 1년에 한번 바위신이 세상에 강림하는 장관을 이야기해줬다. 그러나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산장에서 조상 대대로 모시는 거대한 신을 직접 보고 싶어했다.

경책산이 무탈한 것은 바위 신의 은혜인가? 조상 대대로 평온하게 늙어 가는 삶도 바위 신이 정한 것일가?[20]

이런 질문들의 답은 산장 밖과 이렇게 산속에서 점차 늙어 가는 세상을 막고 있는 죽림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의문과 기대를 품은 소년은 대나무 잎사귀 그림자 가운데서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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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월야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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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죽림 사이에서 길을 잃은 소년은 생각지도 못한 동료와 마주쳤다.

「어라, 길 잃은 거야?」
놀리는 듯한 말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돌려보니 흰옷을 걸친 가녀린 소녀가 보였다. 그녀는 반짝거리는 구슬이 달린 도롱이를 입고 물이 졸졸 흐르는 깨끗한 샘 옆에 서 있었다. 그녀의 금빛 눈동자와 석양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산장의 어른들은 예전에 샘에서 백마가 뛰어나와 선인이 되어 바위 신의 전쟁을 도왔다고 했다.
그러나 그 샘이 어디 있는지, 그 우아한 신수의 이름이 뭔지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앞에 서 있는 이 소녀는 도무지 선인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무시무시한 금빛 눈은 좀 달라 보였지만.

또 비가 온다고 선인이 도롱이를 걸친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좀 모자란 애구나」
흰옷의 소녀는 교활하게 웃기 시작했다. 금빛 눈동자는 초승달처럼 가늘어졌다.

「모자란 건 너야!」
소년은 화를 내며 맞받아쳤다.
이 소녀는 선인이 아니었다. 말을 이렇게 고약하게 하는 선인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난 밖으로 나가 모험하고 싶어. 선원이 되서 암왕제군의 바위창이 어떤 모양인지 직접 보고 싶다고!」

「...근데 나오자마자 죽림에서 길을 잃었구나」
소녀는 눈동자에 옅은 웃음을 띈 채 침착한 말투로 조롱했다.

「난...」
「괜히 고집부리지마. 내가 데리고 나가줄게」
소녀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가늘고 흰 손은 대나무 잎 사이로 드는 빛에 반짝거렸다.

「...고마워」
소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산속에 내리는 비처럼, 이슬에 젖은 죽순처럼 차갑고 촉촉했다.

석양이 푸른 하늘에 마지막 남은 빛을 뿌리며 산허리로 사라졌다.

산장의 어른들은 석양이 지고 숲에 음기가 가득차면 요괴가 태어나기 쉽다고 했다.
요괴들은 원한과 증오를 품고 죽는 바람에 생겨난 악령이다. 요괴가 붙은 대나무는 점점 말라 죽고, 요괴가 붙은 사람도 초췌해져서 정신을 잃는다.
「때로 요괴들은 행인들에게 해낼 수 없는 일을 부탁해서 스스로 절망에 빠지게 만든단다...」
「그러니까 요 녀석아, 먼길 떠날 때는 조심해야 돼!」
산장의 어른들은 타이르 듯 그의 머리를 토닥거렸다.

그 말대로라면 이 소녀는 산속의 요괴 아닌가?
소년은 불안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왜 그러니?」
소녀가 고개를 돌리자 달빛에 비친 금빛 눈동자가 번쩍이며 빛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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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월야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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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책산 죽림에 밤은 언제나 빨리 찾아든다.
은색 달빛은 날카로운 대나무 그림자에 조각조각 잘렸다. 개구리 소리와 매미 울음이 잦아드는 곳, 은색 달빛이 비치는 구석에서 새로운 죽순 몇 대가 고개를 내밀었다.

경책산 죽림에는 여우 귀신 이야기가 가득했다.

밤이 되자 흰옷의 소녀는 소년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모두 소년이 들어본 적 없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였다.

「옛날 옛날에 하늘에는 달이 세 개 였어. 그녀들은 자매였지. 그녀들은 리월항의 기암보다 오래 전에 태어나 바위 신보다도 수명이 길었지.
「달은 시와 노래의 딸이요, 월야의 제왕이야. 그녀들은 은빛 가마를 타고 달을 돌았어. 한 바퀴 돌 때마다 자매가 차례로 왕위를 맡았지. 대재앙이 강림하는 그날까지.
「세개의 달은 모두 새벽을 알리는 별을 사랑했어. 밤이 아침으로 바뀌는 순간에만 자매 중 하나가 어두워지는 별을 뚫고 새벽의 침실에 갈 수 있었어. 이후 아침해가 뜨면 밤의 제왕은 마차를 타고 황급히 사라졌지.
「세 자매는 한 사람을 깊은 마음으로 사랑했지. 서로를 사랑했던 것처럼. 세상이 뒤집어지던 대재앙이 강림하기 전까지 그랬어.
「후에 재앙이 제왕의 마차를 뒤엎고 별의 궁전을 파괴했어. 밤하늘의 세 자매는 서로 반목하며 원수가 되어 죽음으로 이별할 수밖에 없었고, 남겨진 창백한 시체는 차가운 빛을 발했지....」

소녀는 고개를 들어 대나무숲 사이로 비치는 달을 바라봤다. 가는 목이 은빛으로 물들었고 금빛 눈동자가 반짝거리며 빛났다.

「늑대 무리는 달의 자식이다. 그들은 대재앙이 가져온 비참함을 기억하고 있지. 그래서 늑대들은 보름달이 뜰 때마다 어머니의 운명을 위해 우는 거야...그리고 늑대 무리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은 별과 달에서 살아남은 연인으로 곡성이라 불려」
「그렇구나...」
소년은 잠시 침묵했다.
그건 마을의 연장자들이 한 번도 말해주지 않았던 이야기였다. 어쩌면 가장 나이 많은 연장자인 장로도 이 전설을 들어본 적 없을지도 모른다. 이건 여우의 시집과 요괴가 달라붙는 이야기보다 더 웅장하나 암왕제군이 요괴를 무찌른 전설보단 생동감이 부족했다. 마치 허무맹랑한 꿈같았다.

「이건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오래전에 잊힌 전설이지」
흰옷의 소녀가 소년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눈꺼풀이 내려가고 눈 안의 황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선조들이 건곤을 정하기 이전에 신들이 대지를 거닐었고 수많은 선인들도 여기서 살았어. 하지만 그전에는?
「오직 부서진 기억과 기억의 파편들이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전해 내려올 뿐....
「속세를 뛰어넘는 오래된 기억은 설사 신령 혹은 선인이라도 감상에 젖을 거야」

소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옆의 소년이 벌써 깊은 꿈에 빠져있는 걸 발견한다.
「진짜...」
소녀는 어이없는 듯 웃고는 겉옷을 벗어 소년의 몸에 덮어줬다.

그날 밤, 소년은 꿈속에서 밤 하늘에 떠 있는 세 개의 달과 마차가 멈춰있는 별의 궁전[21]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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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월야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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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점점 밝아왔고 소년도 잠에서 깨어났다.

귀신 여우 이야기에 홀렸던 대나무숲에 아침햇살이 들며 그 안에서 반짝이는 안개의 그림자는 마치 떠다니는 말꼬리 같았다.

소녀는 소년의 손을 잡고 햇빛이 대나무숲을 가르는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구불구불 길을 건너고 벌레가 날아다니는 수풀을 지나 미끄러운 녹색 바위에 오르고 다시 대나무 그림자 아래 숨겨져 있던 바위를 넘어 대나무숲의 출구까지 소년을 안내했다.

「난 아직 네가 어디서 온 누구인지 몰라」
소년은 아직도 어젯밤의 이야기가 그리운지 소녀에게 물었다.

「...」
소녀는 아침 햇살을 등지고 고개를 돌려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황금빛으로 빛났다.
소녀는 소년을 보고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년 후 더 이상 소년이 아니게 된 소년이 이날 일을 떠올리고 난 뒤에서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녀는 그와는 다른 세상을 살아갈 운명이라는 것을. 소년은 고향을 벗어나 리월항에 가서 바위신이 내린 재물을 쌓아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을. 그녀는 숨어 살며 위엄과 자비가 넘치는 바위신의 눈길에서 멀리 벗어나 자신조차도 점점 잊어가는 오래된 이야기를 수호해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을.

그래서 소년과 흰옷을 입은 황금빛 눈동자의 소녀는 각자의 길을 갔다.
그는 번화한 리월항으로 떠났고 여인은 조용히 대나무숲 경계에 서 있었다. 어쩌면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는 소년의 운명을 예견했을지도 모른다. 소년이 나이가 들어 바다가 싫증 나고 세상 풍파에 지치게 되면 결국 안락한 삶을 맞이하기 위해 산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따스한 아침햇살 속에서 소년은 말의 울음소리와 멀어지는 발굽 소리를 들었다.
뒤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없고 오직 새하얀 갈기만이 소년의 어깨 위에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3.1.14. 취객 일화[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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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 일화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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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주의 나라에서는 허풍과 소문이 취기를 타고 퍼진다.
술 취한 사람들 사이에서 과장된 전설은 더 멀리 퍼지기도 한다. 술에 취해 내뱉은 헛소리와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는 멍청해 보이기도 하지만 재밌다.

과거 어떤 시절에 몬드에는 유명한 주정뱅이가 한 명 있었다고 한다. 그는 사냥 금지 시기에 접어든 샘물 마을 사냥꾼 같았다. 그는 주량이 뛰어났지만 매번 만취할 때까지 마셨다. 그리고 가진 돈을 다 써버리기 전에 술집을 나서는 일은 결코 없었다고 한다.

어느 날 밤, 주정뱅이는 술을 다 마시고 집에 돌아가던 길에 늑대의 숲으로 길을 잘못 들고 만다.

오늘날의 울프 영지는 왕랑의 영토로 이성이 있는 사람들은 이 숲의 살기 넘치는 분위기에 놀란다. 늙은 사냥꾼들의 말에 따르면 그건 북풍의 왕랑이 늑대들의 혼령을 모아 외지인이 그들의 영토에 침입하는 걸 막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머나먼 옛날 시대는 늑대 무리의 영주가 아직 북풍을 따라 그 숲에 강림하여 늑대들의 질서와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 숲은 야생 늑대들이 싸우던 곳으로 그곳은 나무 그늘 사이에 숨겨져 있는 그들의 피로 얼룩진 유희의 장소였다.

몬드성의 유명한 주정뱅이가 이런 늑대의 숲에 들어가게 됐다.

어두운 나무 그림자 속에서 주정뱅이는 길을 방해하는 덩굴과 짜증 나는 나뭇가지들을 무시한 채 비틀거리며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록빛 눈이 그를 응시했다.
「수상하다, 수상해!」

수백 년 동안 늑대의 숲에 들어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완전히 무장한 기사든, 해진 옷을 입은 탈주범이든. 그리고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는 귀족들도 야만스러운 늑대 무리를 화나게 만들어 자신의 영토에 피해가 갈까 봐 노예를 이 숲에 유배시키기를 거부했다.

「그런데도 이 녀석 혼자 여기까지 들어오다니, 정말 수상해!」
늑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정뱅이의 술 냄새를 참으면서 그를 뒤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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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 일화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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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알다시피 늑대의 후각은 사람보다 천만 배 이상 민감하다.
사냥감을 쫓던 늑대는 짙은 술기운에 질식하기 일보 직전이었고 초록색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서려 있었다.

「흠...」
들판에서 태어나 숲에서 자란 늑대는 한 번도 인간의 문명을 접해 본 적 없었다. 간혹 시드르 호수 너머로 은은한 술 향기가 풍겨오긴 하지만 이러한 냄새가 인간에게는 뭘 뜻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녀석 어쩌면 족제비와 같은 종일 지도 몰라. 벌써 나를 발견하고 살려고 방귀를 뀌는 거야!」
늑대는 이렇게 생각하고는 술 냄새를 참으며 속도를 높였고 주정뱅이 옆의 그림자에 숨어 그를 관찰했다.

늑대는 아주 신중한 맹수이나 술에 취한 사람은 아니다.
술은 머리를 어지럽게 하고 때때로 주변의 미세한 변화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감각을 깨우기도 한다
어떻게 인지는 모르지만 주정뱅이는 자신을 계속 쫓아오는 늑대를 발견했다.
어쩌면 술기운에 취해 머리가 어지러워진 늑대가 솔잎을 밟으며 소리를 내어 사냥감에게 정체를 들킨 것일지도 모른다.

「넌 누구야, 너도 화장실 찾고 있는 거야?」
주정뱅이가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며 물었다.
「인간, 넌 누구지? 왜 몸에서 이런 독한 냄새가 나는 거지!」
늑대가 코를 벌름거리고 이를 갈며 위협적으로 답했다.

늑대의 쉰 목소리를 들은 주정뱅이는 두려움보다는 흥미를 느꼈다:
「어이, 친구. 내가 왜 널 화나게 한 건진 모르겠지만...그래도 우리 몬드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무료함을 달래는 전통이 있거든. 오늘 달도 밝겠다 내가 이야기 하나 들려줄게」
주정뱅이는 말을 마치고 트림을 했다.

늑대는 원래 이 주정뱅이 말을 무시한 채 주정뱅이의 목을 단숨에 물어뜯으려고 했다.
하지만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입맛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하게 됐다.
「흥! 내가 그렇게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네가 지껄이는 잡소리나 한번 들어보지」

주정뱅이가 기지개를 켜자 민들레 씨앗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주정뱅이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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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 일화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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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황무지에 늑대 한 마리가 떠돌아다녔다.

그 늑대는 과거엔 늑대의 왕으로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보금자리를 찾아다니며 사냥과 전투를 계속했었고 그때의 삶은 그의 몸에 수많은 흉터를 남겼다.

늑대는 자신의 무리를 이끌고 들판을 가로지르고 오래된 궁전 폐허를 지나 마수와 선령의 영지를 통과했다.
황무지는 잔혹하기 그지없었고 왕랑이 점점 늙어감에 따라 무리도 점점 뿔뿔이 흩어졌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무리엔 오직 늙은 늑대만이 홀로 남게 됐다.

전설에 따르면 황무지는 신이 없는 대지로 오직 오래된 마신이 남긴 망령의 잔해와 과거 선령이 살았던 텅 빈 궁전만이 남아있다. 고독한 늙은 늑대가 회색 궁전을 지날 때 음악 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이렇게 듣기 좋은 새소리와 벌레 소리를 들어본 적 없어. 심지어 배고픔의 고통까지 잊게 해주다니」
늑대는 회색 홀로 걸음을 옮겼고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밟고 부서진 석관을 지나자 석관의 옛 주인의 초상화가 뚜렷하게 보였다.

실내에 들어선 늑대는 연주를 하고 있던 소녀와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재처럼 창백한 피부에 눈을 감고 있었으며,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류트를 켜며 오래전에 잊힌 슬픈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늑대는 창백한 소녀 앞에 앉았고 잠시나마 갈증과 고독을 잊은 채 소녀의 소리 없는 노래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옛날 가을밤의 매미 소리는 추방자의 노래이자 인류 최초의 노래요」
「그들은 모든 형과 신이 머물던 고향을 잃고 오직 노래와 추억만이 남았네」
「최후의 노래하는 자는 최초의 선령으로 천사의 홀에 앉아 피날레를 연주했네」

숲에서 놀던 작은 요정도 그녀의 노래에 끌려 경의를 표했다.

「그건 무슨 노래야?」
늑대는 당황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늑대는 단어 하나하나, 음 하나하나를 알아들었지만, 그녀의 언어는 다른 어떠한 생명들과도 다른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선령의 노래야」
창백한 소녀가 가볍게 답했다.
「아주 오랜 옜날, 이군[22] 우리가 미개한 인간을 위해 만든 노래야. 하지만 지금은 우리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는 데만 사용되고 있어」

그리하여 늑대는 소녀의 멜로디를 따라 어설프게 호응하기 시작했다.
늑대의 소리는 처량했고 슬픔으로 가득했다.

「무슨 노래 부르는 거야?」
창백한 소녀가 물었고

「이건 우리 노래야」
늑대가 답했다

「진짜 이상해」
소녀는 류트를 쓰다듬으며 가차 없이 평가했다.
「그래도 나랑 같이 노래 불러도 돼」

늑대와 소녀의 합창이 허름한 궁전의 홀에 울려 퍼졌고 지금도 그 땅을 지나는 모험가들은 특이하지만 어울리는 음률이 울려 퍼지는 걸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게 다야?」
늑대는 살짝 실망한 듯 입술을 핥았다.
「차라리 내가 한번 얘기해 볼게」

늑대는 목을 가다듬고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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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 일화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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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 최초의 술은 북풍이 휘몰아치던 시절에 빚어진 것이라고 한다.

서리 제왕들이 다투던 시대에 얼음 폭풍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선조들은 동상의 고통을 피하고 서리에 대항할 용기를 얻기 위해 야생 과일과 곡식으로 술을 빚었다. 그때는 몬드 전체가 눈으로 덮여 민들레조차 자라지 않던 시절이었다.

몬드에서 술을 처음 발명한 사람은 덜렁이였다.

부락이 빙설에 갇혔을 때 덜렁이는 부족의 식량을 관리하고 있었다.
천지가 눈으로 덮였다지만 간혹 추위를 견디는 작은 동물들이 구덩이를 파고 땅에서 튀어나와 굴 안의 식량을 훔쳐 먹었다. 그래서 부족에는 늘 식량을 저장한 동굴을 순찰하고 쥐가 판 구멍을 막는 사람, 그리고 식량을 훔치는 쥐를 잡아 부족의 식량을 더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 시절에 습기 가득한 동굴을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했다. 살짝만 소홀히 해도 상당수의 식량이 변질되거나 썩었다. 하지만 숨어있던 작은 생령이 사람에게 장난을 칠 때도 간혹 있었다.

덜렁이가 또 한 번 관리를 소홀히 할 때 바람의 정령이 여우의 모습으로 둔갑해 과일이 쌓여 있는
곳에 숨어든 뒤 효모를 생성하여 과일을 발효시켰다.
배가 고팠던 덜렁이는 과일을 먹으러 와서 발효가 된 과일의 진한 향기에 취하게 됐다. 그래서 짐승 가죽으로 이를 짠 것이 지금의 술이 됐다.

설원에서 술을 발명한 덜렁이는 최초의 주정뱅이이자 술에 취해 잠에 들어 꿈을 꾼 최초의 인간이기도 했다.

첫 번째 꿈에서 그는 고독한 늑대가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거나 아주 오래전의 어떤 시대에 그는 다른 무리와 피 터지게 싸웠고 눈보라 속에서 먹을 것을 두고 인간과 싸우다 또 최초의 선령과 만나게 된다.

모여 살던 사람과 늑대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새로 빚은 술은 그들의 꿈을 연결시켜주었다.

그러나 그들이 꿈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시련을 겪은 인간은 늑대가 뛰어다니는 황야로 향했다. 늑대는 인간의 욕망이 두려웠다. 인간들이 어째서 위험한 환각에 빠져서 희망을 찾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늑대를 더욱 두렵게 했던 건, 인간의 꿈속에서 더 이상 자신이 어떤 늑대인지, 아니면 늑대의 영혼을 지닌 인간인지 분간할 수 없었던 점이었다.

그리하여 늑대는 인간이 만든 독약인 술의 유혹을 멀리하기로 맹세했다.
늑대는 바람의 백성이 아니고, 그들의 고향에는 술과 목가가 없기 때문이었다. 늑대는 인간의 영역에서 멀어져 술냄새가 풍기지 않는 황야와 숲에 자리를 잡았다.

「이게 바로 너희가 술이라고 부르는 것과 늑대의 기원이지」
늑대는 우쭐대며 술에 취한 사내에게 말했다.
그런데 사내는 푹신푹신한 솔잎 침대에 누워 단잠에 빠져 있었다.

늑대는 콧김을 뿜으며 술에 떡이 된 사내를 내버려두고 혼자 떠났다.

3.1.15. 제군의 속세 여행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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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군의 속세 여행기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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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월은 천하의 진귀한 보물이 모이는 곳이다. 이런 곳엔 보물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희고재」 최초의 점주 민희는 바로 이런 독자적인 수집가였다.

비운 언덕의 골동품점 「희고재」에는 품격 있는 손님이 자주 방문한다. 이 가게는 낮에 문을 닫고, 달이 뜰 때만 문을 연다.시시한 손님은 오지 않고 눈 높은 유명 인사들이 찾는다.

폰타인의 정교한 손목시계, 수메르의 향, 몬드의 옛 왕실 유물인 술주전자, 선인이 잠시 앉았던 나무 의자, 바위 신이 차를 마셨던 옥 찻잔, 이웃 나라의 바람 신이 실수로 깨뜨린 도자기 술병...등이 가게에 가지런히 진열돼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밤, 귀공자가 우연히 가게에 와서 진열된 여러 물품들을 세심히 감상했다.

주인은 그가 걸친 단정한 검정 상의와 호박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유심히 살폈다.

이이[A] 귀공자는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민희는 한눈에 알아차렸다.

「어서 오세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골라보세요」
주인의 부드러운 음성이 한밤중의 적막한 분위기를 깼다.
「음...아, 미안해요」
귀공자를 미소를 짓더니 난감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이 정교한 모조품에 관심이 가네요」

그는 온전치 못한 오래된 옥패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달빛이 그나마 온전한 무늬가 있는 쪽을 비췄다. 달빛은 털 같은 흠결을 지나 옥패 표면의 파인 곳을 쓸어내렸다. 옥패의 표면은 심하게 마모됐고, 가장자리는 무뎌져서 글씨나 그림을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아마도 험난한 세월을 거친 듯했다.

「모조품이라니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손님들의 도발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하자 민희는 울컥했다.

게다가 이 골동품점은 한 모험가가 심연의 폐허가 된 궁전에서 목숨을 걸고 발굴한 물품들을 파는 곳이다. 그녀는 가산을 거의 절반이나 써서 가까스로 이것들을 인수했다. 물건이 모조품이라면 손해가 막심할 뿐만 아니라, 보물 감정으로 유명한 「희고재」의 명성에 금이 간다.

민희는 장사를 망치러 온 이 손님에게 이 옥패를 팔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세히 살펴보고 평가해주세요」

────────

「알다시피 2500년 전, 티바트 대륙엔 재난이 끊이질 않았죠. 마신들은 전쟁을 벌여 인간 세상도 영향을 받았어요. 그때는 일곱 나라가 없었지만, 사람들은 부락과 도시, 나라를 이루고 살았어요...
「기나긴 세월에 잊혀진 마신들도 전에는 자신을 기념하고 숭배하며 사랑해주는 백성들이 있었죠. 그 백성들은 해변의 조개와 산에서 구한 옥이나 돌멩이, 땅속의 보석에 신의 모습을 새겼어요.
「이 옥패는 그 시절의 유물입니다. 암왕제군을 숭배하는 고대 부족의 것이죠...물론, 그 시절 사람들은 암왕제군이라 부르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요.
「마신들이 서로 죽고 죽이던 시절, 암왕제군이 일곱 나라를 위해 화폐인 모라를 만들기 전이었죠. 그래서 이 부락은 우연히 발굴한 금석에 암왕제군의 초상화를 새겨서 사용했어요.
「이렇게...사람들의 지혜는 놀랍답니다. 암왕제군이 손을 쓰기도 전에 길을 찾은 거죠」

귀공자는 자신의 품평을 음미하 듯 잠시 말을 멈췄다.
하얀 달빛에 그의 몸이 다소 왜소하게 보였다.

「이런 옥패는 아주 희소해요. 산골짜기에 묻혀 있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사람들이 정교하게 조각한 것들이라 똑같은 게 없어요...그래서 시장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죠.
「하지만 이 옥패는 근래에 만든 모조품입니다. 당신 아버지 대에 만들어진 걸 수도 있어요.
「『흠이 없는 건 옥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 옥패는 흠이 거의 없고 너무 투명해요...고대의 유물처럼은 안 보여요.
「그리고 여성이 조각되어 있는데, 그 시대의 다른 유물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도안이죠」

귀공자는 옥패를 들고 달빛 아래서 세심히 살펴봤다.
「민간에 소문이 떠돌긴 하지만, 암왕제군이 여인으로 변신했다는 설을 증명하는 역사 책이나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이 귀공자는 젊었지만 노학자다운 풍모가 있었다.

「손님께서 모르시는 게 있어요...」
민희는 교활한 여우가 경험이 일천한 사냥꾼을 도발하듯 웃었다.
「달빛을 감상하며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나요?」

주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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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군의 속세 여행기 제2권

(접기/펴기)
신들이 아직 땅에 내려오기 전, 지금 만인이 존경하는 암왕제군도 여러 신들 중 하나였죠.
그 시절, 항간엔 암왕제군이 냉혹하고 사심이 없는 신이라는 소문이 돌았어요. 그는 일처리가 공정하고 과단성 있지만, 암석처럼 딱딱하고 감정이 없는 신이었죠.
그래도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고 믿었어요. 그가 공평한 거래와 안전하고 질서 있는 삶을 지켜주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바위 신도 사람들의 신앙에서 자신의 존재와 힘을 키워 나갔죠.

하지만 아무리 신이라도 사람들의 신앙과 의문을 좌지우지할 순 없었어요.
공정함을 지키는 신이라도, 논리정연한 규칙을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을 수는 없는 법이죠.

전에 명온 마을에는 유쾌한 성격에 세상을 우습게 아는 옥장이 있었어요. 의뢰를 받을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마지막 날에 작품을 완성했어요.

손님이 맹수를 정복한 사냥꾼의 초상화를 원하면, 허겁지겁 도주하는 멧돼지를 새겨주었죠.
손님이 연유를 물으면 이렇게 답했어요.
「맹수를 정복한 사냥꾼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 용맹한 기세로 맹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할 것입니다.」

손님이 막강한 권력을 쥔 높은 분이면, 화려한 권좌를 새겨주었어요.
이유를 물으면 이렇게 답했죠.
「아무리 높은 권력도 백 년을 못 넘기니, 이 권좌가 더 오래갈 것입니다」

이러니 명온 마을에서는 이 옥장을 「괴짜」 취급했지요. 하지만 상업이 발달한 리월항에서 부유한 큰손들은 이를 흥미롭게 여기고 그에게 옥기를 주문했어요. 그의 기발한 답변을 듣고 싶어서였죠.

──────

어느 날 밤, 한 여인이 옥장의 공방을 찾아왔어요.
그 여인은 검정 도포를 걸쳤어요. 유리처럼 빛나는 달빛 아래에서 그녀의 눈동자는 호박처럼 반짝거렸죠.
처음 만난 여인이었지만 둘은 금새 이야기가 통했어요. 참 이상하게도 그녀는 명온 마을의 광맥과 옥 광산을 다 알고 있었어요. 천지 경관을 자매처럼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옥과 금석을 사랑하는 여인처럼 말했어요...
하지만 사람과 풍습, 처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죠.
인간사에 어둡거나 말하기 싫었던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쨌든 보통 신분은 아닌 게 분명했어요.
적어도 옥장은 이렇게 추측했죠.

「암왕제군의 얼굴이 새겨진 옥패를 주문하고 싶어요」
실컷 이야기를 나누고 공방을 떠날 때가 되서야 여인은 요구 사항을 말했어요.
「하지만 상상으로 바위 신의 모습을 조각하면 안 됩니다. 반드시 직접 본 대상을 본보기로 암왕제군의 진짜 모습을 조각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모라를 한 푼도 드릴 수 없어요」

둘은 기한을 사흘로 약속했죠.

첫째 날, 옥장은 벗의 연회에 참석하여 이야기판을 벌렸어요. 그 어떤 의뢰도 받지 않았구요

둘째 날, 옥장은 옥을 찾으러 산에 갔어요. 하루종일 아무도 만나지 않았지요.

셋째 날, 옥장은 드디어 문을 닫고 옥을 다듬기 시작했어요. 새벽부터 몰두하여 단숨에 작품을 만들어냈죠.

초승달이 뜰 때가 되자, 호박 같은 눈동자를 지닌 여인이 다시금 찾아왔어요.
옥장은 자랑스럽게 자신의 작품을 내놓았죠──
아름다운 옥패에는 여인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어요.

여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쓰며 물었죠.
옥장은 이렇게 대답했어요.
「첫째 날, 여러 지혜롭고 박식한 사람들에게 암왕제군이 원칙을 행하는 방식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뼈대에 불과했죠.
「둘째 날, 산으로 가서 종일 바위를 관찰했습니다. 원소의 성장에 귀 기울이며 암왕제군의 피조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죠. 하지만 그건 피와 살에 불과했어요.
「셋째 날, 눈을 가리고 하고 싶은 대로 박옥을 조각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손 가는 대로했죠. 그건 바로 영혼이었죠」

옥장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하지만 왜 이렇게 조각된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여자는 옥을 조각하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재밌네요. 이걸 보고 있자니 또 다른 이야기가 생각나요...」

그녀는 호박색 눈을 뜨며 말을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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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군의 속세 여행기 제3권

(접기/펴기)
리월은 천하의 진귀한 물건들이 모여있는 땅이었어요. 보물이 있으니 자연히 안목 있는 사람들이 생겨났죠. 리월항이 제일 번창하던 시절, 세상 만물이 전부 흘러들어와 뿔뿔이 흩어졌어요.
지금처럼 거상들과 선장들의 시대였죠. 상업의 풍파와 바다의 괴수에 사력을 다하던 이들이 주관하던 시절이었어요.

그 시절도 마찬가지로 항구 도시의 부둣가엔 언제나 바삐 움직이는 선원들과 일꾼들이 있었어요.
암왕제군은 귀인과 옥경대의 어르신들뿐 아니라 일반 백성으로도 둔갑해서 광부와 어부, 선원과 상인 사이를 걸닐었다고[24] 전해져요.

그때 리월의 부두에 있던 한 어선 주인은 됨됨이가 까칠하고 일꾼들에게 난폭했어요. 매사에 불만이 가득했고, 일꾼들의 해명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툭하면 꾸짖고 품삯을 떼먹었죠.

어느 날 어선 주인은 한 소년을 만났어요.
그는 어선 주인이 새로 고용한 일꾼이었죠. 짧은 갈색 옷에 머리에 두건을 두른 모습은 평범한 뱃사람과 다를 바 없었지만, 피부색과 생김새는 그가 먹고살기 위해 경책 산장에서 내려온 주민이란 걸 말해줬어요. 그의 얼굴엔 바위산의 윤곽이 있었죠.

그는 여느 시골 청년들처럼 서툴고 숫기가 없었어요. 더 답답했던 건 분류작업을 할 때 항상 끈적끈적한 해산물이 손에 닿는 걸 싫어했다는 거예요.

「그렇게 까다롭게 굴어서 무슨 돈을 벌겠다고! 네가 무슨 부잣집 도련님이야!」
어선 주인은 이렇게 핑계를 대며 품삯을 깎았죠.

그래도 소년은 항상 말없이 웃어 보이며 하던 일을 계속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입을 열었죠:
「사람에겐 모두 호불호가 있거늘 어찌 싫어하는 걸 해야 합니까?」

순박한 줄만 알았던 일꾼에게 놀란 어선 주인은 분통을 터뜨리며 이마를 쳤어요:
「세상엔 규칙이란 게 있어! 다들 좋아하는 일만 하려고 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하지만 암왕제군께서 규칙을 세우신 건 그런 뜻이 아닐 텐데...」

「쓸데 없는 소리!」

「그럼 제가 이야기하나 들려드리죠」
석양에 비친 소년의 눈은 산에 있는 금석같이 반짝였어요.

「뭔 얘길 하려고?」
이 숫기 없는 소년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어선 주인은 흥미로웠죠.
「말해 봐...아니, 일은 계속하면서!」

소년은 짓궃게 웃었고 눈은 반짝 빛났어요.
「그럼 제가 옥패 이야길 해드리게요...」

그렇게 소년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어선 주인은 듣느냐[25] 정신팔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일꾼들에게 떼먹었던 품삯을 누군가 몰래 빼돌려 사람들에게 나눠 줬다는 사실도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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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군의 속세 여행기 제4권

(접기/펴기)
이건 세상 모든 진귀한 것들이 리월항에 모였던 시대였어요[26].
이날 밤, 「희고재」의 주인 민희는 무명의 귀공자와 골동품을 연구하며 담소를 나눴다.
그들은 옥패 하나를 가지고 언쟁을 벌였다.

리월에서 큰 밑천을[B] 없이도 고대 옥기를 위조할 수 있다는 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교하게 위조하려면 돈이 좀 들겠지만, 상인으로서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그보다 어려운 것은 정교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깊은 산속을 떠돌던 옥장, 수상한 어부 소년 이야기처럼 상식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암왕제군은 규칙과 계약을 세우면서도 인간에게 완벽하게 지키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규칙과 계약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떄문이다[28]. 진정한 조화와 의미는 저마다의 깨달음과 선택에 달려있다.

모진 어선 주인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고 일꾼들의 두려움과 미움만 샀다.

인간도 그렇듯 골동품도 마찬가지다. 희소성과 기술력의 제약을 받긴 하지만 진정한 가치를 결정하는 건 종종 「물건」의 배후에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까탈스러운 귀공자는 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거리낌 없이 그 옥패가 가짜임을 지적하며 가치를 깎아내렸다.

「희고재」에는 수많은 보물이 있지만, 이 귀공자의 예리한 눈으로 살펴본다면 무엇하나 멀쩡한 게 없을 것이다.

바다의 연인이 선장을 위해 흘린 눈물이 담긴 진주, 죽은 왕비를 기리며 왕이 직접 조각해 그 안에 자신의 영혼을 봉인한 초상화 모두 말이다.

이것들은 사라질 이야기지만 골동품의 껍데기에서 살아 숨 쉬는 전설이기도 하다.

「재밌는 이야기였어요. 이 모조품, 제가 살게요」
귀공자는 금석 같은 두 눈에 웃음기를 가득 머금고 고개를 끄덕인다.

「제 이야기를 듣고도 이게 모조품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민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당연하죠」
귀공자는 무심코 미소 짓는다. 가게로 들어와서 가장 활짝 웃는 얼굴이었다.

「당신 말처럼 어떤 옥패가 고대 화폐였다는 이야기도 다 지어내 본 얘기였어요」

3.1.16. 리월 풍토지[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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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월 풍토지 제1권

리월항 본토 풍속의 전문 서적. 최초에는 리월에 머물던 수메르 여행 학자 페드랜드가 집필하였고, 그 후에 리월의 수많은 현지 학자의 개정을 거쳐 리월에 널리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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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

리월의 결혼식에선 신부가 결혼식에 참가한 빈객들에게 수놓은 공을 던진다. 수놓은 공을 받은 사람은 일 년 동안 행운을 얻어 상인은 재물이 많이 들어오고 가난한 이는 부유해지며, 미혼 남녀는 운명의 상대를 만나고 이미 결혼한 부부는 서로 더 사랑하여 싸우지 않는다고 한다.

공의 재질은 각양각색으로 어떨 땐 꽃으로 만든 공이고 어떨 땐 예상꽃 직물로 만든 비단 공이며, 또 어떨 땐 색종이나 천으로 만든 공이다. 리월에는 가난한 이든 부잣집 자제든 모두 이 풍속을 즐긴다.

이 풍습의 기원에 대해 어떤 이는 이웃 국가 「바람의 나라」 몬드의 하르파스툼 축제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마신 전쟁 시대 이전 「소금의 마신」이 리월 대지에 살던 시대가 기원이라고 한다. 그녀는 리월을 세운 수많은 마신들 중 한 명이었으나 너무 온화한 성격으로 인해 자신의 추종자에게 살해되어 잔혹한 마신 전쟁에서 일찍 퇴장하게 됐다.

그녀의 시체가 있는 곳은 잘하면 오늘날 리월 사람들이 「대지의 소금」이라고 부르는 유적 안에 있을 수도 있다. 오늘날 완전히 달라진 전설에 의하면 그녀는 과거 자신의 백성들에게 꽃 공을 선물하고 여기에 축복… 혹은 잔혹한 세상에서 자그만 위로를 내렸다고 한다. 어쩌면 소금의 마신이 원소의 품으로 돌아간 뒤 그녀의 백성들이 이러한 전통을 리월 사람들에게 전했고 경쟁하는 것과 떠들석한 것을 좋아하는 리월 사람들이 자신들의 개성에 맞게 이 풍습을 바꿨을 수도 있다.

이 풍습의 목적은 처음엔 순전히 즐겁기 위한 것이었지만 리월 천암군의 안전 기록에 의하면 매년 이 공을 뺏기 위해 다친 사람이 부지기수로 심지어는 산속에서 요물에 의한 사상자 수와 비슷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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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월 풍토지 제2권

리월항 본토 풍속의 전문 서적. 최초에는 리월에 머물던 수메르 여행 학자 페드랜드가 집필하였고, 그 후에 리월의 수많은 현지 학자의 개정을 거쳐 리월에 널리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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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

리월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는 「칠성 청신의례」라 불리는 영신 의식이다. 리월 땅을 지키는 신인 바위 신이 매년 직접 강림하여 말씀을 전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이를 따르고 규칙을 지키도록 한다.

우매했던 아주 옛날 리월 선조들은 농민 중에 바위 신을 영송할 대표를 뽑았다. 그들은 풍성한 재물과 엄숙한 축사를 바치고 신의 말씀을 경청하여 군중에게 1년의 경영 방향을 선포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부유해지고 재앙을 피하게 되어 바위 신의 나라는 안정되었다.

후에 마신 전쟁이 끝나고 리월항은 발전하기 시작한다. 리월항의 각 공상업을 대표하는 「칠성」이 리월항의 민중 대표로 바위 신과의 소통을 책임지며 신의 말씀인 1년의 방침을 쉽고 명확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공표했다. 「칠성 청신의례」를 주관하는 뛰어난 이는 오직 「칠성」 중에서만 선택됐다.

리월항의 상인들에게 바위 신의 말씀은 황금보다 더 값지다. 암왕제군이 강림하는 날에는 얼마나 멀리 살든 리월항의 상인들은 바위 신의 가르침을 받고 1년간의 번창한 장사를 위해 최대한 본인이 직접 오거나 혹은 사람을 고향으로 보낸다.

우림의 나라에서는 현자들이 속세를 버리고 숨겨진 지혜를 찾고자 미쳐있다. 하지만 바위의 나라에서는 사람들은 신의 가르침에 따라 번영을 이루는 것에 익숙해졌다.

마치 함께 세상을 활보하는 일곱 신도 어떨 땐 서로 상반된 길을 걷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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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월 풍토지 제3권

리월항 본토 풍속의 전문 서적. 최초에는 리월에 머물던 수메르 여행 학자 페드랜드가 집필하였고, 그 후에 리월의 수많은 현지 학자의 개정을 거쳐 리월에 널리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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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꽃――

리월의 유복한 사람들에게 있어 예상꽃은 그들의 삶 어디에나 존재한다. 예상꽃은 아름다운 색상을 지닌 꽃으로 그 부드러운 꽃잎은 비단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수차례의 가공을 거친 뒤에도 꽃의 우아한 향기는 여전히 유지된다. 때문에 리월 사람들은 향고에 사용될 품종을 배양해냈고 가장 질 좋은 향고를 반드시 암왕제군에게 바치기로 결정했다.

값비싼 예상꽃 향고는 향과 윤기에 따라 품질이 다르다. 리월의 여성들 사이에서도 각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리월에는 이런 불문율적인 규칙이 있다. 일상생활 도중 여성에게 향고에 관해 함부로 물으면 안 된다. 하지만 만약 사용한 향고의 종류를 알아내고 그 특징과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여 이를 꾸며서 말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리월의 시골에는 예상꽃 향고의 제조법은 오장산에 은거하던 선인이 인간에게 처음 전해준 것이라는 설이 전해내려온다. 평범하지 않은 이와 평범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던 시대에 선인들은 인간에게 식물과 동물로부터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가르쳤고 또 우아한 새로 변하여 향고를 만들고 바르는 방법을 샘물에서 빨래를 하던 소녀에게 전수했다.

대체 어떤 소녀가 산속 깊이 은거하던 선인을 움직였을까? 무수히 전해내려오는 이야기 속에서 진실은 더 이상 알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예상꽃으로 만든 향고는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전해내려오고 있다. 예상꽃의 은은한 향기와 정교한 제조법은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예상꽃은 자라난 환경에 따라 다른 특징을 가지게 된다. 리월의 상인들은 다른 특징과 용도를 지닌 예상꽃에게 화려한 이름들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이 이름들을 암왕제군이 강림하여 우연히 만났다거나 선인이 내린 이름이라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더해진다. 이러한 판매 전술은 항상 리월항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높은 수요로 인해 리월항의 꽃 상인들은 신종 예상꽃을 대량으로 재배하는데 열중이다. 때문에 리월에서 사람이 모인 도시 혹은 시골에서도 오색찬란한 예상꽃이 피어있다. 아쉬운 점은 장기적인 지리 변화와 광석 채굴 활동이 일어남에 따라 야생 예상꽃의 성장 환경이 모두 파괴되어 리월 야외의 예상꽃 군락은 거의 멸종했다. 그나마 소수로 남아 있는 야생 예상꽃은 은거 중인 선인들의 보호 아래 얌전하고 단아한 꽃잎을 활짝 피우며 도시에서 사람들이 재배하는 예상꽃과는 다른 품격을 지니고 있다.

재밌는 점은 리월 사람들은 화려하고 우아한 예상꽃은 모두 암왕제군의 상징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남자의 모습을 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존귀한 신이 이 꽃을 받아들이기 위해 여자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는 것일까? 희귀한 역사 자료와 세상에 떠도는 소문만으로는 사실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

필자는 일곱 신상이 예상꽃으로 정성스레 만든 공물을 받아들이는 걸 직접 목격했었다. 바위 신이 어떠한 마음으로 백성들의 공물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필자와 같은 외국 여행자가 추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3.1.17. 협객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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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기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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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편──
리월 북쪽의 절운간 석림은 일 년 내내 안개가 서려있다. 약초꾼들 사이엔 선인과 관련된 수많은 신성한 전설이 떠돌고 있다.
그 당시 전곡이라는 약장수가 약초 분포를 조사하기 위해 절운간에 들어갔지만, 네다섯의 산적에게 쫓겨 산중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날 밤 산적들은 전곡의 경계가 느슨해진 걸 보고 그를 기절시켜 가진 걸 빼앗은 뒤 오랏줄로 묶어 산골짜기가[29] 버리고 갔다.
밤이 깊어지고 상인이 깨어나게 됐다. 그는 살기 위해 발악하고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절운간의 높디높은 산은 상처 입은 상인을 아는 채 하지도 않았다. 오직 그의 슬픈 외침만이 숲속에서 메아리치며 새들의 밤잠을 깨웠다.
아무도 전곡을 구해주지 않아 슬픔에 빠져 울고 있을 때 올빼미의 울음소리와 산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 중 늙어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
「못 일어나!」 그가 울부짖자 여우가 놀라 도망갔다. 발버둥 치고 있을 때 그의 팔과 다리를 묶어둔 줄이 이미 느슨해져있다는 걸 발견한다.
상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감사의 인사도 전하기 전에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산으로 가」
전곡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타고 산 정상에 오르니 동쪽 하늘 끝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그는 산 정상에 절벽 밖으로 자라있는 굽어진 고송 한 그루 위에 그의 재물을 약탈한 산적 다섯이 꽉 묶여있는 걸 보게 됐다.
다른 편에 있는 괴석 위에는 백발이 가득한 노인이 단정히 앉아있었다. 그는 곤혹스러운 모습의 전곡을 보더니 크게 웃으며 그가 뺏긴 재물을 모두 돌려줬다.
노인은 전곡의 질문에 자신은 산중 사람으로 발 닿는 곳을 거처로 삼고 지낸다고 밝혔다. 상인은 감사를 표하려고 했으나 노인은 이를 웃으며 거절한다. 전곡의 간곡한 부탁에 그는 그의 딸이 결혼하는 날 연회에 참가하는 비용이라며 1모라만을 받는다.
이번 사태를 겪은 뒤 액땜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전곡의 약방은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리월항에서 명성이 자자한 거상이 됐다. 몇몇은 전곡이 출세한 뒤 절운간에 가서 사람을 찾고자 했으나 몇몇 헤진 텐트와 오래된 술병 외엔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과거 요광 해안에서 이 노인이 광부의 복장을 한채 절벽 사이를 사뿐히 걸어 다니는 걸 봤다고 했다. 그에 대한 전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노인의 이름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매우 아쉬운 건 전곡이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했음에도 그의 딸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아하니 산중 노인이 연회에 참가할 기회는 아직 기약도 없는 것 같았다.

3.1.18. 숲속의 바람[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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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바람 제1권

(접기/펴기)
──이야기 발췌──
《숲속의 바람》과 《호수바람》은 서사시 시집이다. 학자들이 몬드의 여러 무명 음유시인의 시를 정리하고 기록하다가 이를 모아서 낸 책이다.
음유시인의 시는 청중들과 모라를 얻기 위해 종종 사실을 과장하거나 역사를 왜곡하고 날조하여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름다운 상상력과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천 년의 시간을 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 ···
「아주 오래된 이야기, 시인은 노래를 시작하네」
「(그때) 신들은 인간 세상을 누볐고, 인간 세상은 어지러웠지」
시인이 그 폐허에 대한 이야기와 바네사 이야기를 마친 후 바람 드래곤 이야기를 읊기 시작했다.
「오래전 태고 시절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들려드리죠. 신들이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시절에 바람 원소를 지닌 드래곤이 높은 하늘에서 태어났다(주석1). 드래곤은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을 품고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드래곤은 마을로 내려갔다. 겁먹은 사람들은 돌을 던지며 드래곤을 공격했다. 드래곤은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뱉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드래곤은 묘지로 내려갔다. 그곳은 슬픔에 찬 사람들의 탄식으로 가득했다. 드래곤은 사람들이 슬픔 속에서 한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드래곤은 과수원으로 내려갔다. 과일나무를 잃은 사람들은 분노로 욕을 쏟아냈다. 드래곤은 사람들이 분노에 차서 쏟아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인간 세상은 너무 어지럽고 복잡했다. 드래곤은 혼란스러웠지만 더 겪어보고 싶었다.
어느 날 드래곤은 천공의 하프 소리를 듣게 됐다. 「천공」은 하프 이름이자 바람의 신의 벗이기도 했다. 드래곤은 시에 매료되어 천하제일의 시인 곁으로 내려갔다.
사람들은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원소를 지닌 드래곤과 세상을 주재하는 신들은 예로부터 사이좋게 지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보십시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온순한 드래곤입니까?」 바람의 시인이 말했다.
「하지만 드래곤의 속마음을 알 수 없잖아요」 사람들은 반박했다.
선율과 가사가 드래곤과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놀라운 마력이었다. 드래곤은 시인 곁에 남기로 결심했다. 드래곤도 세상 만물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다. 드래곤은 사람들의 말과 바람의 시인이 지닌 기법을 배웠다.
...중략...
후세 사람들은 이 드래곤을 몬드를 수호하는 바람 사신수 중 하나로 여겼다.

「고대 국가 검은태양이 멸망하자, 반짝이는 구슬은 빛을 잃었네」
「황금은 색을 잃고 하얀 비단은 황혼에 물드는구나」
이건 지하의 잃어버린 왕국 켄리아의 또 다른 이야기다.
검은태양 왕조가 멸망하자 재앙이 고대 국가의 성벽을 뚫고 대륙으로 퍼졌다. 「황금」이라고 불리는 연금술사는 죄인으로 전락하여 칠흑 마수들을 대거 탄생시켰다. 칠흑의 서펜트──악룡 「두린」이 바다에서 날아오르고 그림자는 몬드에 드리운다. 그런데 이때 라이언 기사의 계승자 자리는 비어있었고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매 깃발은 바람에 펄럭일 수 없었다.
거듭된 원성에 결국 몬드의 신──바람의 시인이 불려나왔다. 천공의 하프가 다시 울리자 바람의 드래곤도 부름을 듣고 날아왔다.
몬드에서 믿을 건 바람의 드래곤뿐이었다. 악룡과 바람의 드래곤은 폭풍 속에서 사투를 벌였다.
결국 바람의 드래곤이 승리를 거두었다. 바람의 드래곤은 악룡의 목덜미를 물어뜯다가 독혈을 삼켰다. 악룡의 독혈은 왜곡된 황금이자 산을 무너뜨리고 대지를 파멸시키는 힘이었다.
바람의 드래곤은 몬드를 지켜주면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드래곤은 깊은 잠에 빠졌다.
천공의 하프가 애절하게 울렸다.
천공의 하프가 말했다. 다음에 깨어나면 넌 자유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야 할 드래곤아, 만물이 네 아름다룸을 깨닫게 될 거야...

(주석: 원소로 탄생한 생명, 침전되면 슬라임으로 변하며, 그 상위는 수정나비이다. 소수만 위험한 원소 몬스터로 변한다. 용 모양의 원소 생물은 희귀하고 강력하여 예전의 마신에 필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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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바람 제2권

(접기/펴기)
──용의 서──
머스크의 《바람의 나라 인문풍습 고찰》 중 《바람의 나라 사람들의 사랑》 번역.

··· ···
북풍 기사의 「늑대」, 민들레(라이언)기사의 「사자」,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매」, 그리고 드발린-「바람의 드래곤」, 이 넷은 몬드의 「바람 사신수」로 여겨졌다.
라이언 기사가 몬드를 해방시키고, 페보니우스 기사단이 설립된 것과 북풍 기사의 가입 후 「바람 사신수」 전통이 세워졌다. 드발린은 그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약 100년 전, 대륙은 혼란한 시기를 겪었다. 어둠의 힘은 접촉하는 모든 것을 오염시키며 퍼져나갔다. 그 시간 동안 야만족과 마수가 땅을 휩쓸었다. 사람들은 성벽 안에서만 살 수 있게 되었고, 성 밖은 몹시 위험했다.
그때 몬드성은 무척 어려운 상태였다. 라이언 기사는 자격을 갖춘 후계자를 찾지 못했고 페보니우스 기사단도 힘겨운 전투로 인재들을 많이 잃었다. 바로 이때 타락한 마수인 데빌 드래곤 「두린」이 몬드를 공격했다.
몬드 사람들의 기도가 결국 바람의 신의 의지를 깨웠다. 이 의지가 바람의 드래곤 「드발린」을 소환했다. 드발린은 몬드의 마지막 수호자로 두린과 교전을 벌였다.
전투 결과는 뻔했다. 두린의 시신은 아직도 몬드 남쪽 설산에 남아있다. 하지만 전투가 어땠는지 알 길이 없었다. 바람의 드래곤이 데빌 드래곤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함께 하늘에서 추락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뿐이었다. 두린의 시신은 차디찬 눈 속에 파묻히고, 드발린은 바람의 신에게 소환되어 깊은 잠에 빠졌다.
··· ···
사람들은 위급한 순간 바람의 드래곤이 다시 깨어나 몬드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평화가 이어지자 바람 사신수에 대한 신앙은 점점 옅어지고 사원도 폐허가 되었다.

[누군가의 주석: 기사단과 여러 차례 교전을 벌였던 낯선 마수 「풍마룡」이 바로 바람 사신수 중의 드발린임을 알아차렸을 때, 원한으로 인한 대립 관계가 이미 굳어져 풀 수 없는 상태였다.
100년 만에 깨어난 그는 이 도시가 그를 배신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3.1.19. 연심주[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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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심주 제1권

(접기/펴기)
-제1절 · 어수연-
남자: 범해
여자: 심청
노파: 장 할멈

[제1장]
(심청 등장)
(읽기)
심청: 조수가 산을 낮게 비추고 산들바람이 암초를 어루만지네.
(방백)
심청: 전 해녀 심청이에요. 어릴 때부터 부두에서 자랐고 올해로 16살이죠.
심청: 하지만 부모님께서 나이가 들면서 내가 노를 이어 받아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가게 됐어요.
(얼쑤)
심청: 헤엄치는 물고기를 이렇게 그물로 잡아 살림에 보태고 있죠.
(그물을 당긴다)
(그렇지)
심청: 매일 해와 달 아래에서 고생이죠. 춥고 배고픈 것도 자주 있는 일이구요.
심청: 저도 값비싼 예쁜 옷들이 부럽긴 하지만, 이 팔찌 하나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요.
심청: 집을 꾸밀만한 장식품은 하나도 없어요. 지금은 그냥 돈 벌기도 바빠서요.
(배를 줄에 묶고 뭍에 오른다)
(잘 헌다)
심청: 거리에 생선 팔러 갈 시간이네요.
(심청 퇴장)

[제2장]
(심청 등장)
(허이)
심청: 생선 사세요. 싱싱한 생선 사세요.
(장 할멈 등장)
(지화자)
장 할멈: 이 생선 좀 보소(물고기가 장 할멈 물을 튕긴다.), 고놈 참 고약하네. 가져가서 국 끓어버려[30]?
장 할멈: 콜록콜록, 나 같은 할망구도 이래 되니 젊은 아가씨 같지 않어?
(방백)
심청: 아주머니, 성함이?
장 할멈: 장 할멈이라고 불러. 난 이 거리에서 꽃 팔고 있지.
장 할멈: 아가씨, 그렇게 작은 소리로는 날 어두워질 때까지 한 마리도 못 팔아.
장 할멈: 젊고 이쁜 아가씨라 부끄러워서 큰 소리 못 내는 것 같은데, 체면이 밥 먹여주나?
(심청이 고개를 숙인다)
(방백)
심청: 부끄럽네요.
심청: 이런···어떡해···
장 할멈: 무슨 일 있어?
심청: 평소에 차고 다니던 팔찌가 안 보여요. 어떡하죠?
(알록달록한 무대 의상을 입은 범해가 팔찌를 들고 입장)
(얼씨구)
범해: 산책을 나갔다가 황금빛 파도가 출렁이는 곳에서 팔찌를 주웠어요.
(방백)
범해: 소생은 범해라고 합니다. 부두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죠. 여기 있는 형제들이 저를 수장으로 추대했습니다.
범해: 오늘 팔찌 하나를 줍게 됐는데, 아마도 이 아가씨가 잃어버린 팔찌 같네요.
범해: 돌려줄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잘못된 사람에게 주면 안 되죠.
범해: 제가 가서 그녀의 팔목에 팔찌를 착용했던 흔적이 있나 없나 한번 살펴보죠.
(절씨구)
범해: 뙤약볕이 내리쬐고 뜨거운 바람이 부는 날에는 생선과 술이 제일 잘 어울리지요.
심청: 손님, 이 생선은 아주 신선해서 모든 조리 방법을 다 사용할 수 있어요.
범해: 흘호어는 아주 사나워서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죠.
범해: 어디 가까이서 확인해 볼까요.
(심청이 앞으로 간다)
범해: 역시 진주는 미녀에게 어울리는 법.
(그렇지)
심청: 손님 말씀은 고맙지만, 조금 무리하셨네요.
심청: 살구 같은 눈을 부릅뜨고 돌아보며 꾸짖는다.
심청: 예의를 갖춰주세요.
(방백)
범해: 아가씨 침착하시죠. 소생은 방금 아가씨의 손에 팔찌를 착용한 흔적이 있는 걸 봤소이다.
범해: 이 팔찌는 분명 아가씨 것 같군요. 이제 주인에게 돌아갔으니 아가씨도 더 이상 걱정하지 마세요.
범해: 제 이름은 범···
(범해가 입을 다물고는 돌아선다)
범해: 소생은 이만 가봐야겠네요.
(방백)
심청: 잠시만요──
(얼쑤)
심청: 제가 영웅호걸을 오해하다니, 부끄럽네요.
심청: 그분의 이름도 모르는데, 어떻게 하면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을까?
(방백)
심청: 너무 창피해···
장 할멈: 이게 인연이라는 게야. 좋은 아가씨는 좋은 남자를 만나기 마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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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심주 제2권

(접기/펴기)
-제1절 · 순군첩-
남자: 범해
여자: 심청
노파: 장 할멈
축: 장삼, 이사, 왕어멈

[제1장]
(심청, 장 할멈 등장)
(방백)
심청: 요즘 기분이 안 좋아서 잠을 못 자요.
심청: 착한 일을 했던 그분을 잘못 오해했기 때문이겠죠?
심청: 그분은 팔찌를 제게 돌려주려고 한 것뿐인데, 전 고맙다는 말도 이름도 묻지 않고 욕만 했잖아요.
심청: 너무 부끄러워요. 은인을 찾고 싶은데, 이 넓은 항구에서 그분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장 할멈: 이 할망구가 봤을 때 아가씨는 슬퍼할 필요도 고민할 필요도 없을 것 같어.
심청: 네? 장 할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장 할멈: 팔찌를 주워준 사람을 찾는다는 대자보만 붙이면 되잖어. 모라도 지급한다고 하면 그 사람이 안 나타나겠어?
(옳다구나)
심청: 속설에───
심청: 술은 사람의 얼굴을 붉게 하고 금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더니.
(심청이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심청: 이 방법으로 은인을 찾고 싶긴 하지만, 정말 이걸로 나타날지 고민이에요.
(방백)
장 할멈: 우물쭈물거리지 말고 그냥 이렇게 혀!
장 할멈: 이 할망구 한번 믿어봐. 손해 보는 일 없을 테니까.
(심청, 장 할멈 퇴장)

[제2장]
(장삼, 이사, 왕이석 등장)
(지화자)
장삼: 난 장삼이야.
이사: 난 이사야.
왕이석: 난 왕이석이야.
장삼: 저거 봤어? 보수 받으러 가자.
이사: 저게[31] 적혀있는 게 진짜 나라고?
왕이석: 바보들이나 정직하게 말하는 거지.
(방백)
장삼: 형씨들, 전부 심청이라는 아가씨한테 모라 받으러 가는 거야?
이사: 맞아.
왕이석: 맞아.
이사: 너도 심청 아가씨 비녀 주운 거야?
왕이석: 내가 기억하기론 귀걸이를 잃어버렸다고 한 것 같은데?
이사: 뭔 소리야! 비녀거든!
장삼: 멍청아 향낭이야!
왕이석: 됐다 됐어. 우리가 뭘 주웠던 안 주웠던 무슨 상관이야?
장삼: 하하하하.
이사: 하하하하.
(장삼, 이사, 왕이석에서 심청으로 넘어온다)
장삼: 아가씨 향낭은 나 장삼이 주웠는데. 사례는 준비됐겠지?
이사: 꺼져. 전에 나 이사가 비녀를 돌려줬으니까. 사례는 내 거야.
왕이석: 둘 다 닥쳐. 나 왕이석이 귀걸이를 돌려줬었으니까. 그건 내 거야!
심청: 이게···아이고 머리 아파.
심청: 전 여러분들을 뵌 적이 없어요. 만약 제가 진짜로 귀걸이, 향낭, 비녀 같은 걸 잃어버렸다면 내가 모를 리 있겠나요?
장삼: 분명 물고기 판다고 바빠서 잊어버린 걸 거야. 그냥 나한테 주면 다 끝나.
이사: 빨리 모라 내놔!
왕이석: 안 주면 네 가게 전부 부수고 안 좋은 소문 내버린다!
심청: 와~ 저 염치도 없는 것들은 또 어디서 온 거야.
심청: 장 할머니. 할머니 말 따랐다가 어떻게 됐나 보세요.
장 할멈: 아가씨 걱정 마. 내가 다 쫓아내줄 테니까.
장 할멈: 여보게들!
(장삼, 이사, 왕이석이 일제히 땅바닥에 주저앉는다)
장 할멈: 이 할망구가 너희 같은 도둑놈들 잡는다고 일부러 가짜 대자보 붙인 거여!
장 할멈: 너희가 가져온 건 전부 가짜야! 빨리 심청의 비녀, 귀걸이, 향낭 가져와!
장 할멈: 안 가져오면···
장삼: 안 가져오면 뭐?
장 할멈: 진귀한 유리백합을 말려 만든 비녀, 상급 야박석으로 만든 귀걸이, 외국에서 구매한 향낭···
장 할멈: 전부 배상해야지! 모라는? 빨리 모라 내놔!
(장 할멈이 빗자루로 장삼, 이사, 왕이석을 때리며 내쫓는다)
장삼: 아야!
이사: 모라 필요 없으니까 때리지 마!
왕이석: 어서 물건 주운 놈 찾아서 본때를 보여주자고!

[제3장]
(장삼이 범해를 데리고 등장)
(방백)
장삼: 도둑놈아! 네놈이 아가씨 물건 훔친 바람에 우리가 맞았잖아!
범해: 나 범해는 도둑질 같은 추잡한 짓을 할 사람이 아냐. 어디 증거도 없이 함부로 몰아가는 거야.
장삼: 이놈 봐라. 말 한번 잘하네. 나랑 같이 분실자 만나러 갈 자신 있어?
범해: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가면 가는 거지! 가서 내가 결백하다는 걸 보여주면 될 거 아냐.
(장삼, 범해에서 심청으로 넘어온다)
장삼: 물건을 잃어버린 건 이 심청 아가씨니까. 이번엔 무슨 핑계 대는지 보자.
범해: 당신이었군요!
(얼씨구)
범해: 요전에는 아가씨가 갑자기 화를 내서 이를 설명할 시간이 없었소이다.
(절씨구)
범해: 아가씨 날 음해하지 마시죠. 나 범해는 부두에서 일하는 사람이오.
범해: 난 성실하고 전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아녀자의 장신구를 훔치는 취미 따윈 없소이다.
범해: 귀찮은 일을 피하고자 팔찌를 줍자마자 바로 돌려줬소.
(방백)
심청: 범해라는 분이셨군요.
심청: 장사님께 또 폐를 끼치게 됐습니다.
심청: 제가 사과드립니다. 만약 용서받지 못한다면 재차 사과드립니다.
(심청이 앞으로 가 범해에게 사과한다)
심청: 장사님, 아까는 오해였어요. 사실···
(범해가 고개를 돌린다)
범해: 흥.
(심청이 가볍게 웃고는 다시 앞으로 간다)
심청: 사실 다른 사연이 있었어요.
심청: 장사님께서 이름도 알려주시지 않으시고 가셨기 때문에 보답을 하려면 장사님을 찾아야 했죠.
심청: 그래서 이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같은 사태가 발생한 건 모두 제 탓이에요.
심청: 소녀 심청이 장사님께 사과하겠습니다.
범해: 네?
(얼쑤)
범해: 억울해서 원망 했건만 설마 오해였을 줄이야.
범해: 화를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얘기해야겠군.
(방백)
범해: 큼큼, 묻고 싶은 게 있소이다.
범해: 이 일은 오해였다고 말씀하셨소만,
범해: 팔찌를 찾아준 사람을 찾기 위해 붙인 글이 하마터면 저를 죄인 취급할 뻔할 게 맞소?
심청: 네. 다시 한번 장사님께 사과드립니다.
(범해가 심청을 바로 세운다)
범해: 아가씨 그만 미안해하셔도 됩니다.
범해: 저도 소리를 크게 질러 아가씨를 놀라게 한 점 사과드립니다.
심청: 아니에요···
(범해가 예를 표한다)
장삼: 엥?! 왜 서로 고개 숙이고 자빠졌어? 모라를 주는 거야 마는 거야?
장 할멈: 닥치고 있어. 두 사람이 얘기하는데 어디 네가 껴들어!
장 할멈: 운근의 극을 관람하러 온 어르신들이랑 아가씨들은 네 헛소리 들으러 온 게 아니니까.
장 할멈: 저쪽에나 가있어!
(장 할멈, 장삼 퇴장)
심청: 그러고 보니 전 매일 여기서 생선을 팔고 있습니다만, 왜 장사님을 뵌 적 없는 걸까요?
범해: 저도 매일 여기를 지나 일하러 가나이다.
범해: 어쩌면 사람이 많아 못 본 걸 수도 있지요. 인연이 닿는다면 내일이라도···
심청: 그렇군요···내일도 여기서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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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심주 제3권

(접기/펴기)
-제3절 · 이실주-
남자: 범해
여자: 심청
노파: 장 할멈
정: 오왕
축: 오기, 오이

[제1장]
(심청, 범해 양쪽에서 등장)
(읽기)
범해: 이른 아침에는 개가 활기차게 짖고
심청: 햇볕은 지붕에 서린 서리를 녹이네.
(방백)
범해: 혹시 심청 아가씨인가요?
심청: 네, 범해 장사님이셨군요.
(얼쑤)
범해: 어젯밤 꿈속에서 가인을 만났소.
심청: 헤어질 땐 슬펐지만 다시 만났답니다.
함께: 소원이 이뤄졌네요.
(방백, 한목소리로)
심청: 장사님···
범해: 아가씨···
(방백)
범해: 해가 바다 위에 떴고 부두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전 이제 일하러 가봐야겠군요.
범해: 심청 아가씨, 그럼 전 이만.
(심청이 범해를 배웅한다. 범해가 멀리서 돌아본다. 심청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범해 퇴장. 심청이 손을 가슴에 얹는다.)
(지화자)
심청: 이별할 때가 되니 감정이 북받쳐 오르네요.
(심청 퇴장)

[제2장]
(초록색 옷을 입은 오왕이 오기 오이와 함께 등장)
(읽기)
오왕: 내 이름은 오왕. 이 거리의 두목이지.
오왕: 오늘은 심심해서 산책 좀 하러 나왔지.
(방백)
오왕: 오기, 오이!
(동백)
오기, 오이: 네!
(방백)
오왕: 지금 뭔가 색다른 걸 먹고 싶은데, 추천할 만한 거 있느냐?
오기: 황금 새우볼은 어떠신지요?
오왕: 생선과 고기는 질렸는데, 황금 새우볼은 나름 괜찮겠구나.
오왕: 오이, 넌 식당에 가서 황금 새우볼 하나 주문해 놓거라.
오이: 알겠습니다요!
오왕: 잠깐. 검게 태워선 안 되고 황금색이 되도록 잘 튀겨야 하느니라.
오이: 검게 태워선 절대 안 된다···기억하겠나이다.
오왕: 그리고 새우볼의 크기도 비슷해야 하느니라. 크고 작은 게 섞이면 안 된다.
오이: 크고 작은 게 섞이면 안 된다···알겠습니다요!
오왕: 이제 됐다.
오이: 그 밖에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오이: 만약 그 가게가 형편없게 만든다면, 평소에 하던 대로──
오기: 평소에 하던 대로?
오이: 모라를 안 주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오왕: 이번에는 그럴 필요 없다. 저 생선 가게에 있는 아가씨 좀 보거라. 미인을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는구나.
(지화자)
오왕: 일단 가서 가정 형편을 물어보자꾸나. 운이 좋으면 그녀를 얻을 수도 있으니.
(오왕에서 심청으로 넘어온다)
(방백)
심청: 손님 생선 사러 오셨나요?
오왕: 아, 맞소. 낭자는 어디서 왔고 부모님은 어디 계시나이까?
심청: 전 어려서부터 부두에서 자랐어요.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여기서 생선을 팔고 있구요.
심청: 손님 이건 왜 물으시나요?
(고개를 돌리고 작게 말한다)
오왕: 좋구나 좋아. 부모님이 곁에 없는 지금이 딱 좋은 기회구나.
(다시 심청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오왕: 낭자 혼인은 하셨나요?
심청: 생계 때문에 아직 혼인은 하지 않았어요.
심청: 제 혼인이랑 손님이 생선 사는 거랑 무슨 상관인가요?
(고개를 돌리고 작게 말한다)
오왕: 아주 좋군. 배우자도 없으니 납치해도 찾는 사람이 없겠어.
(다시 심청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오왕: 낭자 그럼 연인은 있소이까?
(심청이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다)
(얼쑤)
오왕: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있는 걸 보니 연인도 없나 보군. 오왕의 나쁜 의도가 더욱 강해진다──
오왕: 얘들아 와서 이 가인을 납치하자꾸나! 오늘은 술 마시기 아주 좋은 날이로다.
(오왕, 오기, 오이가 심청을 끌고 퇴장)

[제3장]
(장 할멈 등장)
(방백)
장 할멈: 여러분, 운근의 극을 많이 보신 분들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아마 예상할 수 있을 겁니다.
장 할멈: 이제 어쩌겠나요? 그냥 싸움을 피할 수 없을 뿐이지.
장 할멈: 대영웅이 탄생하기 위해선 그를 자극하는 계기가 있어야죠──
장 할멈: 예를 들어 사악한 마수가 세상을 어지럽히거나 혹은 정세가 변하며 혼란 속에서 영웅이 탄생하는 것이죠.
장 할멈: 영웅적 기개로 큰 업적을 이룬다면 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겠죠. 하지만 피하게 된다면···
장 할멈: 당신이 장해인지 왕해인지 아니면 범해인지 누가 기억하겠습니까.
장 할멈: 더군다나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겐 영웅이 미녀를 구하는 이야기가 인기 인기죠[A].
장 할멈: 그럼 이제 범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확인해 보실까요?
(범해 등장)
(방백)
장 할멈: 어이쿠! 왜 이제 오는 겨!
장 할멈: 심청이가 양아치 오왕한테 잡혀갔구먼!
(절씨구)
범해: 안──돼──
범해: 어르신의 경악한 소리에 무슨 일인지 궁금했건만,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줄이야.
범해: 악당들은 살인을 마음대로 저지르는데, 만약 제가 간다면···
범해: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소이다.
(장 할멈이 팔찌를 범해에게 건넨다)
장 할멈: 범 씨,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겨?
(절씨구)
범해: 팔찌를 본 순간 결심했소이다──
범해: 가냘픈 여성이 어떻게 악당을 이길 수 있겠소.
범해: 팔찌를 쥐고 검을 뽑는다. 오왕이란 놈을 혼쭐 내주고 말겠소!
(오왕, 범해 퇴장)

3.1.20. 소녀 베라의 우울[편집]

몬드에서 유행하고 있는 소설. 라이트 노벨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이는데, 하루히 시리즈의 작가를 대놓고 풍자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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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베라의 우울 제1권

난 세상이 무료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어. 그냥 재밌는 일은 모두 아주 멀리 있다고 생각할 뿐이야.
——아주 먼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평범한 소녀 베라의 엄청난 모험기가 시작된다
(접기/펴기)
──백억 개 세상의 백억 개 낮과 밤──
「난 가끔 이 마을이 너무 재미없고 무료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
아주 조그만 델피 마을에 사는 평범한 소녀 베라, 마을 근처의 아담한 언덕에 누워 눈을 감고 초여름의 바람을 느끼며 또다시 원망하듯 중얼거린다
「그럼 어떤 곳이 지루하지 않을까?」 그녀의 오랜 친구인 샤키(남성)가 옆에 앉아 묻는다
베라가 두 손을 뻗으며 바로 앉았다:
「나는 은하수 저편의 별에 기도와 소원을 들어주는 신이 존재하고 있다고 믿어. 사람들은 그 신을 만나기 위해 순례하는 거지. 그리고 우주 저편에서 세계 종말의 전쟁이 일어나는 중이고, 발키리 14명이 영혼을 화려하게 불태우고 있을 거야...」
「이상한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거 아냐?」
「아아...진짜 여긴 너무 지루하고 심심해 죽겠어. 뭔가 재밌는 일 없을까?」
「사실, 며칠 전에 마을로 새로운 가족이 이사왔거든...」
「새로운 일이랑 재밌는 일은 다르거든!」
말은 그렇게 해도 베라는 한번 가보기로 한다. 샤키는 집안의 통금시간이 생각나 저녁밥 시간 전에 집에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 ···
베라가 새로 이사 온 가족들이 사는 집의 문을 열어봤는데 잠겨 있지 않은지 문이 그냥 바로 열린다.
「계신가요?」
그때 거실의 서랍이 갑자기 열리더니 검은색 머리에 안경을 낀 소년이 뛰쳐나왔고 뒤이어 파란색 점액이 묻은 촉수가 그 소년을 따라 나왔다
「비켜! 비켜...! 탈, 누가 아무나 집에 들이래?」
검은 머리의 소년이 베라를 살짝 밀고 문 앞에 놓인 도끼를 주워든다.
「어쩔 수 없네, 목격한 이상, 그냥──」
베라의 인생의 가장 큰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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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베라의 우울 제2권

늘 무료하다고 생각하는 건, 우울해서가 아니라 14살이 돼서 그런 거야.
아무튼 베라의 모험이 지금 시작된다!
(접기/펴기)
──내 뒤뜰은 우주보다 커──
「그냥 너도 날 도와줘야겠어」 자신을 「에코」라 부른 검은 머리의 소년이 베라에게 식칼 한 자루를 건넨다.
꼬마는 서랍 앞으로 걸어가더니 미친 듯이 촉수를 내리찍는다.
「어서 문 닫는 것 좀 도와줘. 만약 촉수가 널 공격한다면 그 식칼로 내려치면 돼」 에코의 안경에 파란색 점액이 가득 묻어 번들거린다. 「빨리! 이 사악한 신이 델피에 강림하게 해선 안 돼!」
베라는 에코를 도와 문을 닫았다. 비록 촉수를 제압하던 도중에 에코의 등을 몇 번 찌르긴 했지만...에코의 치유 마법이 강해서 다행이었다.
「사실은 말이야...난 천 살이 넘어. 그리고 이 문은 우주의 모든 곳과 통하지. 조금 전에 봤던 건 마젤란 행성의 오래된 신이야. 마젤란 행성에서 가지고 올 게 있어서 갔다왔고.」 에코는 온몸이 점액 투성이라 베라의 치마로 안경을 닦았다. 「음... 뭐 궁금한 거 있어?」
「탈은 누구야?」 베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다.
「원래 식인성에 살던 악령인데, 나한테 잡힌 뒤로는 우리 집에서 집사를 하고 있거든. 근데 왜 너한텐 친절히 대하는지 모르겠네」

그러나 베라의 부모는 베라에게 사람은 언젠가는 모두 가정을 꾸리게 되니 먼 곳은 동경의 대상일뿐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녀의 친구인 샤키도 활달한 그녀가 먼 곳으로 시집간다면 이 조그마한 마을이 완전히 적막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키는 너무 연약해 보여서 남자아이들과 같이 어울리면 괴롭힘당할까 걱정이 돼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인류는 아직 정신적으로 덜 성숙해. 그래서 너희가 불가사의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게」 에코가 베라에게 두 손을 내민다. 「너흰 언젠가 청춘이 될 거야」
오리온자리 끝자락에서부터 영원히 지지 않는 마신의 성까지, 시간의 홍수 속에서부터 반짝이는 은하수 깊은 곳까지...
에코는 「너한테는 어느 정도 멀어야 먼 곳인 거야? 우주의 모든 곳이 우리 집 뒤뜰처럼 재미없거든」라고 말했다
「흠...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 에코가 말한다.「내 마음은 우주 전체보다도 조금 더 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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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베라의 우울 제3권

안드로메다 은하의 제국은 은하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아주 넓어. 모든 행성에는 자신들만의 악마와 신, 바다 브래곤과 괴수들이 있어.
「난 반짝거리는 모든 별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해 봤어」 「여기서 보면 안드로메다 은하는 달의 5분의 1 크기도 안 되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소녀 베라의 모험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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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훔친 도둑──
「난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는 성운 제국의 황위 계승 2순위인 안드레이-바실리스크 공주라고 해. 본명은 200자가 넘으니까 바실리스크 공주라고 불러」 귀여운 소녀는 팔짱을 끼고 방금 전 자신의 등장 장면을 생각하며 아주 만족한 듯 「흠흠」이라는 작은 소리를 낸다.
공주 폐하[33]는 에코와 결혼을 하기 위해 델피에 왔다.
「온 우주에서 이름을 떨친 너와 결혼한다면 큰언니가 황위를 물려받아도 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럼...안드로메다 은하의 성운 제국은 얼마나 큰가요?」 베라가 묻는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이 9천여 개 정도일 거야」
──그렇게 많은 별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내 별님을 뺏어 가려는 거야?

샤키가 두루마리와 다른 행성 지구본을 옮기고 있는 에코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묻는다 「그러니까 넌 베라를 다치게 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었던 거야?」
「당연하지. 난 그냥 베라가 조수를 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에코가 물건을 내려놓고 손을 털며 「너 베라 좋아하지?」
「아...아니거든! 누...누가 좋아한대!」 천년 넘게 살아온 현자에게 들킬까 봐 샤키가 눈을 피한다.
샤키는 들킬까 봐 안절부절못하다 앨범으로 가득 찬 상자를 발견한다. 그래서 앨범을 몇 개 꺼내 펼쳐보니 사진 속에는 수많은 미녀의 사진이 가득했다
「아, 그거? 그녀들이 전부 『내 유일한 사랑을 줄게!』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게 과연 유일한 사랑일까? 그냥 또 한 번의 유일한 사랑이지 뭐지
어디서 주워들은 건진 모르겠지만 샤키는 살짝 화를 내며 말한다:
「그렇게 많은 별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내 별님을 뺏어 가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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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베라의 우울 제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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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빛나는 모든 것은──
「이 사진 속의 사람들 모두 엄청 예쁘네」 베라도 에코의 앨범으로 가득 찬 상자를 들었다.
「안 예뻤다면 기념으로 사진을 남기지 않았을 거야」
에코는 뭔가 숨길 의도는 없었다. 그는 천 년 이상을 살아온 우주의 현자로 여성이 아주 쉽게 다치는 것도, 사소한 일로 쉽게 짜증을 내는 것도 알고 있다. 에코는 여성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니 모두 에코를 보고 배워야 한다.
「많은 별들을 봤기 때문에 별의 모양을 한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기념으로 남긴 거야. 하지만 우주에서 빛나는 별들은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야. 그러니까 별을 뺏는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거지」라고 그가 말했다.
베라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뭐라고?」
「여기 없는 바보한테 한 말이야 신경 쓰지마, 인간은 너무 젊을 뿐이니까」

「내가 너와 에코를[34] 사이를 주선해 줄게」 샤키가 안드로메다 제국의 공주 폐하에게 크게 외쳤다.
「응?」
「난 베라가 좋아. 그러니까--」
「더러워. 시시해. 귀가 썩어 버릴 것 같아. 하등 생물은 닥치고 있어. 베라는 내가 인정한 친구니까 그녀를 너같이 나약한 놈에겐 안 넘길 거야」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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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베라의 우울 제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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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피크닉──
에코가 낮잠을 자자, 그의 시종들 사이에서 피 터지는 전쟁이 벌어졌다.
위대한 마법사는 여러 신과 악마를 자신의 시종으로 부릴 수 있다. 에코는 최고의 마법사로 거느리고 있는 마신은 사전 속의 단어보다 더 많다. 에코의 수하 중 가장 강력한 시종은 누구일까? 이 자리를 놓고 마신들은 한판 붙기로 했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공주와 샤키, 베라도 시종에 포함시켰다.
에코가 낮잠을 2시간 자는 동안 항성 3개가 파괴되었다!

「내가 왜 널 지켜줘야 하지?」 공주가 손을 거두자, 눈동자를 잃은 대악마가 땅에 쓰러졌다.
안드로메다 제국을 지배하는 종족은 귀엽게 생겼지만, 그들의 손바닥에는 패배자나 연인의 눈동자를 먹어치다우는[35] 입이 달려있다.
「우리 친구 아니었니?」 베라는 조금 속상한 듯한 표정으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았다.
「응, 맞아.」 공주는 얼굴이 빨개져서 눈을 돌린다. 「저번 사건 후로 난 널 유일한 친구로 여기게 됐어. 하지만 방금 전은 베라 너한테 한 말이 아니야」
「어──」 샤키는 커다란 드래곤에게 물어뜯기고 있었다.
「이제 항복할 테냐?」 거대한 드래곤이 할아버지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항복하고 스스로 미천하고 무능한 존재라고 인정하면 용서해주마」
「항복──항복한다고! 」 샤키가 소리쳤다.
「보잘것없는 도마뱀 주제에 헛소리 좀 그만해. 내 궁전 벽에 그려진 호랑이도 너보단 세!」
공주는 손목을 푼다.
「난 아무 잘못 없다고오오오──」 거대한 드래곤이 샤키를 공중에 내팽개쳤다.
안드로메다의 지배 종족과 거대한 드래곤의 승부는 순식간에 끝났다!

제대로 항복하기만 하면 목숨은 건질 수 있잖아.
샤키는 시합에 탈락하여 슬리퍼로 에코를 깨웠다. 베라는 공주의 보호로 살아남았다.
「으악, 무능한 것. 보기만 해도 구역질 나. 미천한 놈아, 내 곁에 오지 마. 나한테 말 걸지도 말고 쳐다보지도 마. 나와 같은 공기 마시지 마.」 공주는 샤키를 완전히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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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베라의 우울 제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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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축제에 바친다──
최근 큰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그것들은 모두 우주에서 일어난 일일뿐이다. 이제 비교적 평범한 일이 시작되려 한다. 작은 마을이 곧 자신들의 축제를 맞이한다.
「이제 내가 둘한테 이 마을을 소개할 차례지?」 베라는 직접 만든 요리를 공주와 에코에게 건넸다.
과거 우주 모험에서 겪은 일들은 공주와 에코가 모두 설명했었다. 만약 베라가 뭔가 그들에게 알려줄 만한 지식이 있다면 오직 자신의 고향 이야기뿐이다.
「...그래서 대왕의 첫 번째 사절 용감한 기사 호프만은 두 개 대륙을 가로지르고 바다와 강을 건넜어. 그때 위대한 현자이자 동방의 무녀 부평 부인은 동쪽으로 향하며 고향을 지나 지옥의 대지를 건넜어. 그리고 두 사람은 여기서 만났지」
「그렇군요. 대단한데요」 공주 폐하는 연기 연습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비록 그녀는 본인이 이 이야기에 관심 없다는 걸 베라가 못 알아차리도록 하고 싶었지만...
「그러니까 이곳은 그 대왕의 수도이자 이 별의 대칭점이라는 거네」 에코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트집을 잡았다.
「하하하하, 듣고 보니 진짜 그렇네」 베라가 뒷머리를 만지면서 웃으며 말했다.

「난 계속 이곳을 떠나고 싶었어. 근데 결국 난 이곳만 익숙하네」 마을 축제 전날 밤, 이 점을 깨달은 베라는 샤키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나쁜 놈! 감히 베라를 울려!」 날아차기와 함께 나타난 공주는 샤키를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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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베라의 우울 제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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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계 전기──
「다시 태양을 밝히는 건 어려운 일이 아냐. 하지만 이건 안드로메다 제국이 바라는 게 아니야」
에코가 패닉에 빠져 있는 베라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공주가 샤키를 납치했다는 거야?」 베라는 잠시 생각하다 살짝 경악하며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거야. 내 말은 공주와 샤키를 납치할 수 있는 건 안드로메다 제국뿐이라고」
에코가 돌아서며 항성계의 수많은 생명체와 마주한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 크게 소리쳤다: 「은하계의 중생들이여. 난 비록 성왕 레반니의 초청을 받아 얼마 남지 않은 항성의 불을 더하기 위해 이곳에 왔어. 하지만 안드로메다 제국은 이곳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 듯 내 친구를 잡아갔어」
「지금 그 두 사람의 목숨을 여기에 있는 중생들에게 맡긴단 말이야?」 성왕 레반니가 이러선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 때문에 은하계를 통일하는 거지?」

결국 성왕은 결사의 각오로 홀로 뛰어들어 안드로메다 제국의 자객을 물리치고 공주와 샤키 두 사람을 구해냈다. 그 후 그녀는 에코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안드로메다 제국의 지배 종족을 물리칠 줄이야. 저들은 아주 강력한 생명체인데. 성왕의 시련에서 죽여야 할 성스러운 드래곤도 너한테 안 될 거야」 에코가 칭찬했다.
「사실 내가 바로 성스러운 드래곤이야. 레반니의 육체와 융합한 뒤부터 나는 그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움직이고 있어」
「어...」 에코가 살짝 놀란 듯했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둘째 공주님이 좋아하는 놈 아냐? 내가 방에 들어갔을 때 둘이서...」
「뭐?!」 에코는 진심으로 놀라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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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베라의 우울 제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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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
「그러니까 전부 다 오해야. 당시 걔는 날 먹으려고 했던 거야」 샤키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건 먹으려던 게 아니야」 에코가 안경을 들어 올리곤 「안드로메다 제국 지배 종족의 손바닥에는 눈을 먹는 기관이 있어」
「본 적 있어. 뭐라고 하지...그 칠성장어?」 샤키는 이 말을 하고 나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끝까지 들어봐」 에코는 자신의 눈을 가리키려다가 실수로 안경에 지문을 묻히고 말았다. 그는 안경을 벗고 다시 왼쪽 눈을 가리키며 「그들이 눈을 먹는 풍습은 두 가지 의미가 있어. 복종과...」
오른쪽 눈을 가리키며 「연애」
샤키도 자신의 두 눈을 따라 만지며 그 당시 자신을 향한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공주 자신도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거야. 공주에겐 복종하는 사람이든 그녀에게 정복당한 것이든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이든 모두 똑같을 거야. 그저 황실의 권력 다툼에서 그녀를 해하지 않는 존재일 뿐인 거지」
「어쩐지 안드로메다 제국의 자객이 그녀를 납치한 거구나. 그러니까 다른 계승자의 계책인 거지?」
「난 승계 싸움에 말려들기 싫어. 그래서 너한테 그녀를 좀 더 지지해 주라고 한 거야」
「그, 러, 니, 까──나랑 걔는 그런 사이가 아냐! 걔도 나를 제일 싫어하는 거 아냐?」

그리고 여자아이들이 어떤 얘기를 했을까? 이건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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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베라의 우울 제9권

(접기/펴기)
──단혼심해 고대신전──
베라와 샤키가 성인이 되자 네 사람의 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네 해명은 듣고 싶지 않아.」 샤키가 에코에게 말했다. 「베라를 여자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베라는 계속 널 쫓아다닐 거야.」
에코는 먼 곳의 상징, 미지와 신기함의 메타포다. 용감한 새는 평생 둥지를 틀지 않는다. 사랑하는 바람을 타고 떠돌 뿐이다.
하지만 에코는 샤키에게 한마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천 살은 그냥 늙은이야」
「그 나이면 나와 잘 어울리겠네.」 공주는 기뻐하며 고개를 내밀었다.

용기를 내어 고백하려던 샤키, 그러나 가혹한 운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1권에서 에코와 베라가 만났을 때 고대신에게서 고대 검을 가져왔던 것을 기억하는가? 그 검은 에코가 운명을 헤쳐 나갈 열쇠였다──베라는 그 검에 손가락을 다쳤다.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그녀의 목숨을 앗아갔다!

「다 너 때문이야! 샤키가 에코의 멱살을 잡았다. 평소 같았다면 에코는 바보처럼 실실 웃었을 것이다──그는 따뜻하고 선량한 노인일 뿐이니까. 하지만 이번에 그는 샤키의 손을 뿌리쳤다.
「넌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잖아. 베라를 구해줘!」 공주도 애원했다.
「너희들은 몰라. 미래만이 과거를 구할 수 있어. 과거를 바꿔봤자 베라의 미래를 구할 수는 없다고.」 에코는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어떤 지역에 이런 전설이 있다. 실버 시대에 인류의 유년 시절은 약 200년으로 몹시 길다. 이로 인해 짧은 기간의 성장은 매우 고통스럽다」
그들의 유년 시절은 이미 끝났지만 청춘은 아직 멀기만 했다.
베라가 없는 《소녀 베라의 우울》,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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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베라의 우울 제10권

「이제 됐어. 집에 가자...지금 나와 가장 먼 곳은 바로 네가 있는 델피야」 이제서야 말하지만 델피는 그리스 신화에서 세계의 중심이야. <<소녀 베라의 우울>>, 완결...될 수 있을까?
(접기/펴기)
──소녀 베라의 우울──
베라를 살리기 위해 샤키와 에코, 공주는 20년 동안 파란만장한 모험을 겪었다. 지옥 대군과 싸우고 항성을 집어삼키는 성간 드래곤의 거처까지 밀고 들어갔다. 셋은 항성계 2개와 은하제국을 구하고, 위험한 성간 벌레 4종류를 소멸시켰다.
전쟁을 겪은 우주 영웅 샤키는 막 깨어난 베라를 품에 안았다.
안드로메다 지배 종족에게 20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베라는 여전히 귀엽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뭔가 이상했다. 진심으로 기뻐하면서도 실망한 듯한 표정이었다.
샤키는 한쪽 눈을 잃었고 건장한 사내가 되었지만 여전히 울보였다. 샤키의 눈물이 베라의 어깨를 적셨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에코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여전히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난 시간의 메아리일 뿐이야.」 에코가 몸을 풀었다. 「저번에 말했듯이 과거는 미래를 바꿀 수 없어. 예정 조화의 법칙이 나보다 조금 세거든.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미래라면 세상을 구할 수 있어」

에코가 샤키를 20년 전 소년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그들이 여정을 시작한 날로 함께 돌아갔다. 네 사람은 예전과 똑같아 보였지만, 예전처럼 천진난만한 날이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네 유년 시절을 없애서 미안해. 이건 네가 마땅히 누려야 할 청춘이야.」 에코가 샤키에게 말했다
「난 너를 위해 우주에서 벌어지는 불가사의한 일들을 겪었어. 내 유년 시절은 끝났어」 샤키는 운명의 상대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네가 없었다면, 내 청춘은 시작되지 않았을 거야」

답은 대체 무엇일까!
작가가 9권까지의 인세를 가지고 흥청망청 즐기러 떠났다. 은하계에서 그를 만난다면 원고를 재촉해주길.

3.1.21. 민들레밭의 여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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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밭의 여우 제1권

(접기/펴기)
「민들레야, 민들레야. 바람과 함께 먼 곳으로 날아가렴」
꼬마 여우는 이렇게 속삭였다.
그리고 후~하고 민들레 씨앗을 불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렇게 되면 선생님의 소원도 바람을 따라 바람의 신의 곁으로 갈 수 있게 될 거예요」
이때 바람이 일어 수많은 민들레를 날려 보냈다.
내 꿈과 함께 좋은 곳으로 간 건가?

언제쯤의 일이었을까.
옛날옛적 마을 뒤에 조그마한 숲이 있었다. 숲속은 울창한 나무 천지였다. 숲 가운데는 작은 호수가 있었다.
호수는 마치 몬드 대성당의 유리처럼 투명하게 반짝거렸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온 햇빛이 수면을 비추면, 마치 부서진 보석이 호수 밑에 잠긴 듯하여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날의 날씨는 쌀쌀했다. 난 활을 메고 숲속으로 사냥을 떠났다. 눈부신 호수를 보니 갑자기 옛날에 좋아했던 여자애 생각이 났다.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은 흐릿했지만, 눈동자만큼은 잘게 부서진 보석처럼 반짝일 것 같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호수를 보면서 무언가에 홀린 듯했다. 호수를 따라 산책을 하다 보니 사냥하러 나온 것도 잊어버렸다.
얼음이 어는 소리에 겨우 정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호수는 서리꽃 때문에 얼고 있었다.
호수 곁에 있는 흰색 여우의 꼬리도 얼어서 정말 가여워 보였다.
「물 마실 때 조심하지 않아서, 꼬리가 서리꽃 옆에 있는 물에 빠졌구나」
서리꽃은 위험한 식물이다. 주의하지 않으면 동상을 입을 수도 있다. 서리꽃을 따려면 조심해야 한다.
내가 다가가자 여우는 온 힘을 다해 몸부림쳤다. 하지만 몸부림칠 때마다 언 꼬리가 뜯겨 나가는 아픔에 조용히 울부짖었다.
「이거 이래서는 안 되겠는데」
난 속으로 생각했다.
「너무 가여워. 가만히 두면 굶어 죽을게 뻔한데 오늘 수확인 셈치고 집에 데려가자」
내가 심은 무와 같이 삶아 먹으면 꿀맛이겠지? 고기를 삶을 생각을 하니 온몸에 힘이 솟아오르는 것만 같았고 기분도 좋아졌다.
그리하여 난 사냥용 활을 꺼내 조심스레 다가갔다.
「여우야 착하지~ 움직이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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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밭의 여우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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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야 착하지~ 움직이면 안 돼~」
이건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말이다. 여우를 잡을 때 이 말을 하고 나면 활을 당기는 손이 떨리지 않을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활을 쏘려고 하는 순간 난 고개를 든 여우와 눈을 마주쳤다. 여우의 눈동자는 마치 호수처럼 반짝거렸고 부서진 보석 같았다.
내 마음은 막 폭풍우가 지나간 것처럼 어지럽기 그지없었다. 빗나간 화살에 여우 곁에 있는 얼음이 깨졌다. 여우는 꼬리를 꺼낸 뒤 날 한번 보더니 바로 숲속으로 사라졌다.
정신을 차린 뒤 바로 뒤쫓아 갔지만 여우보다 빠른 사람은 없을 터...
흰색 여우의 뒤 모습은 점점 작아져 흰색의 점이 되어 내 시야 속에서 사라졌다.
「여우야──! 잠...잠깐만──」
난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힘껏 소리쳤다.
내 소리를 들었는지 여우의 동작도 느려졌다.
「날 기다리는 건가?」
난 이렇게 생각했다.
「정말로 도망을 친다면 여우가 사람보다 느릴 수 없잖아」
여우는 신기한 동물이다. 바람이 시작되는 곳처럼 평탄하고 한눈에 끝이 보이는 곳에서 달리더라도 여우는 종종 어디론가 사라지곤 한다.
마치 다른 세계에 간 것처럼...
이렇게 생각하니 더욱 확신이 들었다.
「흰색 여우가 날 기다리고 있는 거야. 틀림없어」
여우의 기다림을 믿고 흰색 점을 향해 얼마나 걸었을까? 걷는 도중에 갑자기 바람이 일었다.
난 몸을 떨었다가 다시 앞을 내다봤다.
「이상하다?」
흰 점은 갑자기 2개가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3개, 4개가 되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많아지는지 마지막에는 셀 수 없이 많아졌다.
이때 흰 점이 갑자기 내 눈으로 날아들었다. 따금하여[36] 눈을 비비니 주위에 있는 흰 점이 모두 흩날리는 민들레인 걸 알게 되었다. 여우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난 헛웃음을 치며 집으로 돌아왔다.
고기 없이 삶은 무를 먹었는데, 입에 맞지 않았다. 공복감을 전혀 달래지 못한 난 허기에 시달리다 잠에 빠졌다.
그러다 문밖의 자그마한 기척에 깨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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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밭의 여우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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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를 잡지 못해 삶은 무로 끼니를 채운 난 주린 배를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후에 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여우의 일도 아마 잊었을 것이다.
문밖에 기척이 나는 것 같아 갑자기 잠에서 깼다.
「멧돼지가 우리집 무밭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건 아니겠지?」
난 벌떡 일어나 문 앞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고 보니 문밖에는 자그마한 흰 여우가 서있었다.
어두운 밤 속에 서있는 여우는 마치 수면에 비친 한 줄기의 햇빛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분명 낮에 봤던 그 여우야──」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호수에 잠긴 보석 같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 눈은 마치 내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여 난 맨손으로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여우에게 다가갔다.
이번엔 여우는 가만히 서서 내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한 걸음, 두 걸음... 가까이 갈수록 여우의 몸집이 점점 커졌다.
그렇게 여우 앞에 서니, 여우는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키가 크고 목이 길쭉하며 피부가 하얀 여인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호수 같았고 마치 부서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밤에서 수면에 비친 한 줄기의 햇살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정말 아름답군. 그래, 내가 옛날에 좋아했던 여자애와 너무나도 닮았어.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그 아이와 똑같아」
난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여우의 요술이겠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우의 요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눈동자만 보면 마음이 자꾸 흔들렸다.
요술이든 여우가 사람으로 변했든, 그 호수와 보석 같은 눈을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았다. 우린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서있었다.
그러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공용어를 쓰지 않았지만 난 알아 들었다. 이것도 여우의 요술이겠지?
「당신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전 호수에서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말했다.
「보석같이 아름다운 호수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요」
「하지만 여우는 은혜를 갚아야 된다는 도리를 알고 있어요 꼭 보답할게요」
그녀는 몸을 숙여 인사했다. 그녀의 긴 머리칼은 어깨 밑으로 물결치듯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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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밭의 여우 제4권

(접기/펴기)
그날 밤 이후 또 며칠이 지났지만 여우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앟았다.
그런데 최근 숲의 사냥감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작은 참새, 긴 다리 학, 성질 급한 멧돼지 등등...
계절 때문일까 아니면 여우의 보답일까. 어쨌든 최근엔 매일 밤마다 진짜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우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배고프던 시절에 잠을 더 잘 잔 것은 왜일까? 분명 배는 부른데 그날 만났던 여우가 둔갑한 여자가 계속해서 생각났다.
호수 같은 눈동자는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꾸벅 졸고 있는데 문밖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작고 하얀 모습을 기대하며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
거기에는 호수 빛 눈동자도 부드러운 순백의 꼬리도 없었다. 오직 민들레가 밝은 달빛 아래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갑자기 뭔가가 내 콧구멍 속으로 들어왔다.
「에──에취!」
그 순간 복슬복슬한 흰색 민들레가 떠오르며 눈보라처럼 하늘을 가득 메웠다.
민들레의 눈보라 사이로 그 보석 같은 눈이 마치 내 속마음을 꿰뚫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민들레의 소용돌이를 털어내고 작은 여우에게 다가갔다.
여우가 귀를 떨고 커다란 꼬리로 풀을 스치더니 숲속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나는 황급히 뒤쫓았다.
숲의 검은 그림자 사이로 은은한 흰색이 간간이 어른거린다.
마치 나뭇잎 사이로 비친 달빛 같거나 심술궂은 정령들이 우아하게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여우를 믿고 그 뒤를 따라 빙글빙글 떠돌다 어두운 숲을 빠져나왔다.
달빛 아래 끝이 보이지 않는 민들레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데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뿐사뿐 부드러운 마치 소녀가 맨발로 솔잎과 낙엽을 밟는 소리 같았다.
여우가 내 등 뒤로 다가왔다. 밤바람을 타고 그녀의 차갑고 습한 기운이 민들레 꽃의 살짝 쓴 향기와 함께 실려왔다.
길고 가는 손가락을 가진 차가운 두 손이 내 어깨 위에 놓인다.
그리고 그녀가 내 귓가에 얼굴을 기대자 긴 머리카락이 내 어깨에 걸쳐져 흘러내린다.
등 뒤로 그녀의 심장박동과 호흡이 느껴지자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여기는 여우밖에 모르는 장소에요[37]. 바로 민들레의 고향이죠」
「부디 여기 남아서 제 아이들에게 인간의 말을 가르쳐 주세요...」
「그에 대한 답례로 여우의 요술을 가르쳐 줄게요」
따뜻한 밤바람이 데려온 민들레가 귓가를 스치듯 귀를 간지럽힌다.
이상해. 그녀에겐 요술에 대한 얘기를 한 적 없는데, 어떻게 아는 거지?
그녀는 아무 대답도 없이 내 손을 잡고 민들레 바다 깊은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남쪽에서 불어온 밤바람과 북쪽에서 불어온 밤바람이 살짝 쓴 향기와 아련한 기억을 품은 채 불어왔다.
그녀는 달이 하늘 높이 떠오를 때까지 나를 데리고 하늘 가득 퍼져있는 하얀 융단 사이에서 여우처럼 장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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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밭의 여우 제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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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인지 모를 끝이 보이지 않는 민들레 밭에 서서, 바람이 일 때마다 하늘하늘 흩날리는 민들레를 보며 난 깨달았다.
「사냥하면서 쫓다가 갑자기 사라진 여우들이 다 여기에 숨어있었구나」
난 이렇게 생각했다.
「참 아름다운 곳이야」
꼬마 여우에게 말을 가르쳐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뭔가 텅 빈 것만 같았다. 마치 바람이 마음속에서 윙윙 부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호수에 잠긴 보석 같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이야기할 때면, 이젠 말을 걸 기회가 없어진 아주 예전에 좋아했던 여자애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까닭에 꼬마 여우랑 같이 있을 때면 마치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이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함께 하는 시간은 즐거우면서도 서글펐다.
여우는 내가 여기에 남아 그녀의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쳐주면 「여우의 요술을 가르쳐줄게요」
라고 약속했다. 그 진지한 모습에 힘이 나곤했다.
요술을 배우면 새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을 텐데, 얼마나 높이 날 수 있을까? 물고기가 되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머스크 산호초에도 가고 싶어.
「아, 사냥에도 도움이 되겠지?」 「고기 없이 삶은 무만 먹을 일은 없겠네」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바람에 따라 흩날리는 민들레 밭에서 얼마나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꼬마 여우의 학습 속도는 무척 빨랐다! 말하는 법뿐만 아니라 셈하는 법, 무를 심는 방법 또 유리를 갈아 끼우고 식칼을 다듬는 방법까지 전부 가르쳐줬다.
우린 쉴 때마다 수다를 떨었다.
「왜 사람의 말을 배우려고 하니?」
그는 재빨리 대답했다.
「사람으로 변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요」
난 계속 물었다.
「왜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데?」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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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밭의 여우 제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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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의 말을 배우려고 하니?」
꼬마 여우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는 공용어로 즐겁게 말했다.
「사람으로 변해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요」
「왜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은데?」
슬픈 질문을 들었다는 듯,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
「멀고 먼 숲속에서 한 남자아이를 본 적이 있어요」
그는 늑대처럼 몸이 희끗하고 눈빛마저도 늑대 같은 남자애였죠.
「요술을 막 배웠을 때라 전 몹시 흥분한 상태였어요. 두 발로 풀밭에서 산책을 하는 것마저도 재미가 쏠쏠했죠. 하지만 여우는 인간과 키 차이가 너무 났어요. 보는 것도 달랐고 맡는 냄새마저도 달랐죠
「선생님은 이해하시겠죠?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길을 잃은 거예요」
그는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울상이 되어 말했다.
그 남자애는 숲속 깊은 곳으로 사라졌고 꼬마 여우는 마물까지 만났다고 했다.
그가 이렇게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회색의 옷을 입은 늑대 같은 남자애가 나타나서 마물을 물리치고는 말없이 숲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사람으로 변해서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면 그 남자아이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꼬마 여우는 기쁘게 말했다.
그의 말에 난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난 네 친구가 아니니?」
꼬마 여우는 진지하게 공용어로 답했다.
「엄마가 아저씨는 선생님이라고 하셨어요. 선생님과 학생은 다르대요──하지만 이렇게 말하니 또 죄송하네요」
그는 난감한 듯 머리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꼬리로 주위에 있는 민들레를 툭툭 치면서 고뇌하는 모습이었다.
「생각났어요」
그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제가 선생님한테 가르쳐 줄 수 있는게 있으면 저도 선생님이 되는 거잖아요.」
「선생님도 저도 다 같은 선생님이면 서로 다른게 아니겠죠?」
말이 아직 서툴긴 해도 그는 안간힘을 쓰며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 저만 알고 있는 마법을 가르쳐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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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밭의 여우 제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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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만 알고 있는 마법을 가르쳐드릴게요」
말이 아직 서툴긴 해도 그는 안간힘을 쓰며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그는 작은 민들레를 꺾었다.
「민들레야, 민들레야. 바람과 함께 먼 곳으로 날아가렴」
꼬마 여우는 이렇게 속삭였다.
그리고 후~하고 민들레 씨앗을 불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렇게 되면 선생님의 소원도 바람을 따라 바람의 신의 곁으로 갈 수 있게 될 거예요」
이때 바람이 일어 수많은 민들레를 날려 보냈다.
「봐요. 바람의 신이 제 소원을 들으셨어요」
그는 기쁘게 말했다.
「무슨 소원을 빌었는데?」
「그야 당연히 선생님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빌었죠」
꼬마 여우는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셨어요. 여우의 성대 구조가 인간이랑 많이 달라서 말을 가르쳐주시느라 애 많이 쓰셨죠?」
여우는 어느샌가 우리의 곁으로 왔다. 그녀의 눈은 호수처럼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시선 속에서 꼬마 여우는 조용히 민들레 밭으로 몸을 숨겼다.
「그 아이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난 이렇게 생각했다.
「그 아이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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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밭의 여우 제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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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 뒤로 그녀가 뭐라고 했지만 무슨 말인지 듣지 못했다. 장난기 가득한 밤바람이 민들레를 안은 채 그녀의 작은 목소리를 뒤덮었다.
어쩌면 그게 본래 그녀의 말이자 바람과 민들레의 언어일지도?
그녀는 나의 얼빠진 모습을 보고는 웃기 시작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은 아주 아름다웠다. 휘어진 눈동자는 마치 호수에 비치며 흔들리는 두 개의 달처럼 반짝였다.
「그럼 당신은 왜 여우의 요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건가요?」
「난 여우의 변신술을 배우고 싶어. 그러면 새처럼 하늘 높이 날아올라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까...」
난 이렇게 답했다.
「하하, 그럼 사냥할 때도 수풀 사이에 몸을 웅크리지 않고 매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겠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할 때 수중의 민들레가 내 바람을 들은 것처럼 달을 향해 흩어졌다.
「그래요...?」
그녀가 고개를 살짝 숙이자 검은 폭포같이 긴 머리카락이 하얀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다. 창백한 달빛이 머리카락을 비추고 또 하얀 피부에 닿자 밤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그림자를 비출 듯이 반짝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 얼굴이 빨개진 채 시선을 살짝 돌렸다.
여우는 사람처럼 수치심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숨기는 것이 아닌 자유분방한 동물이다.
처음 보는 것도 처음 만나는 것도 아니지만, 달빛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비출 때마다 나는 얼굴을 붉히고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딘가 언짢은 눈치다.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민들레 바다에 앉아 있었다. 긴 침묵에 그녀를 화나게 한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여우는 은혜를 알아요. 당신의 소원을 이루는 것을 돕기 위해 우리의 변신술을 알려줄게요」
여우는 고개를 돌려 이렇게 말했다.
호수 빛 눈동자가 달빛 아래 반짝이며 안심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화난 게 아니라 다행이다.
말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나는 안도에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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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밭의 여우 제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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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똑똑한 동물이다. 똑똑한 데다 교활하기까지 하다.
새끼 여우는 아주 빨리 배웠다. 그리고 대답하기 곤란한 어려운 질문도 가끔씩 던졌다.
사람의 언어는 순수한 동물의 언어와는 달리 복잡하고 정교하다
가끔 언어는 고양이가 할퀸 실타래처럼 사방에 걸려 학생의 혀를 방해한다. 때때로 선생까지도 그 안에 끌어들어간다[38].
하지만 똑똑한 여우는 인간의 말 중 바람을 뜻하는 많은 단어를 금방 배웠고 민들레가 흩날리는 모습과 달이 연못을 비츠는[39] 모습을 간단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새끼 여우가 새로운 단어를 배울 때도, 새로 배운 언어를 바람과 민들레, 그리고 대지에 덧붙일 때도 그녀는 늘 곁에서 미소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새끼 여우의 빠른 성장에도 난 기뻐할 수 없었다.
더 이상 가르칠 게 없어진다면, 그녀는 나를 민들레 바다에 계속 머물게 할까?
그때가 되면 나는 또 이 달빛 아래서 그 부드러운 눈동자와 마주 볼 수 있을까?
그녀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나를 민들레 바다 깊숙이 끌고 와 장난치며 북풍과 남풍이 불어오며 나는 쓴 향기를 함께 맡을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며 우울한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밤, 좋아하던 아이와 헤어질 때도 지금과 같은 달이 밤하늘에 떠 있었다.
「지금까지 수고하셨어요」
어느새 여우가 앞에 서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검은색 머리카락이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반짝이는 달빛이 머리카락을 비추자 마치 물처럼 흘러내렸다.
「인간의 말을 익힌다면 새로운 친구를 더 많이 사귈 수 있겠죠...」
「정말 감사합니다. 그 아이가 인간의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예전보다 더 밝아졌거든요」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눈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런데 우리에게 인간의 말을 다 가르쳐주고 나면 어디로 갈 건가요?」
순간 그녀의 반짝이는 호수 빛 눈동자에 사로잡혀 대답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것도 여우의 요술일까?
여우는 나의 얼빠진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한숨 내쉬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달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더니 달빛이 비치는 민들레 바다 한가운데로 나를 이끌었다.
그것을 본 새끼 여우는 꼬리를 흔들고 몸을 돌려 민들레 사이로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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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밭의 여우 제10권

(접기/펴기)
꼬마 여우는 계속 뒤를 돌아보며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멀리 가면 갈수로 그의 모습은 작아졌고 마지막엔 흰색의 작은 점이 되어 민들레 밭 사이에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여우는 날 향해 걸어왔다.
한 걸음, 두 걸음...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여우는 점점 커져갔다.
내 앞에 서있게 됐을 땐 여우가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키가 크고 목이 길쭉하며 피부가 하얀 여인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호수 같았고 마치 부서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밤에서 수면에 비친 한 줄기의 햇살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정말 아름답군. 그래, 내가 옛날에 좋아했던 여자애와 너무나도 닮았어.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그 아이와 똑같아」
난 이렇게 생각했다.
요술이든 여우가 사람으로 변했든, 그 호수와 보석 같은 눈을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았다. 우린 아무 말도 없이 끝이 보이지 않는 민들레 밭에 그렇게 서있었다.
그러다 내가 먼저 참지 못하고 침묵을 깼다.
「이게 바로 내게 가르쳐주겠다고 한 여우의 요술이야?」
「맞아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그녀는 몸을 숙여 인사했다. 그녀의 긴 머리칼은 어깨 밑으로 물결치듯 흘러내렸다.
어린 여우와의 이별 때문에 마음이 텅 빈 것 같았지만 변신술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또 흥분이 됐다.
요술을 배우면 새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을 텐데, 얼마나 높이 날 수 있을까? 물고기가 되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머스크 산호초에도 가고 싶어.
「아, 사냥에도 도움이 되겠지?」 「고기 없이 삶은 무만 먹을 일은 없겠네」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부터 가만히 계시면 돼요」
그녀는 내 주위를 한 바퀴 또 한 바퀴 돌았다. 한 바퀴씩 더 돌 때마다 그녀의 몸은 점점 커져갔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는 민들레까지 점점 커졌다. 발 밑에 겨우 오던 민들레는 점점 커져서 내 허리를 넘겼고 마지막엔 하늘 높이 솟은 나무 같았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서야 그녀가 거인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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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밭의 여우 제11권

(접기/펴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서야 내가 민들레로 변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거부하고 싶어도 별수 없었다. 민들레는 혀도 없고 입도 없어서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거인 같은 그녀가 민들레로 된 나를 엄지와 식지로 조심스레 따는 걸 눈 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민들레야, 민들레야 바람과 함께 먼 곳으로 떠나가렴──」
여우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후~하고 불자 민들레의 씨앗까지 흩어져 버렸다. 나도 폭풍에 휘말려 멀리 날아가 버렸다.
폭풍에 감기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호수에 잠겨 보석같이 반짝이는 눈동자는 나의 의식과 함께 그녀의 소원처럼 점점 멀어져만 갔다.
「──바람의 신이여, 여우가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더 이상 사람의 활과 칼이 두렵지 않도록」
··· ···
깨어나자 마을 뒤에 있는 숲속이었다.
숲속은 울창한 나무 천지였다. 숲 가운데는 작은 호수가 있었다.
호수는 마치 몬드 대성당의 유리처럼 투명하게 반짝거렸다.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온 햇빛이 수면을 비추면, 마치 부서진 보석이 호수 밑에 잠긴 듯하여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날의 날씨는 쌀쌀했다. 난 활을 메고 숲속으로 사냥을 떠났다. 눈부신 호수를 보니 갑자기 옛날에 좋아했던 여자애 생각이 났다.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은 흐릿했지만, 눈동자만큼은 잘게 부서진 보석처럼 반짝일 것 같았다.
그래, 반짝이는 호수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구나.

3.1.22. 멧돼지 공주[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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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공주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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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대지의 초목과 짐승마다 자신만의 왕국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현재 몬드성이 있는 곳은 멧돼지가 뛰어놀던 숲이었다.
멧돼지 왕국이 바로 이 숲에 위치했고, 왕국은 멧돼지 국왕의 통치로 풍요롭고 행복했다.
국왕에게는 귀여운 어린 공주가 하나 있었다. 그녀는 숲에서 가장 어여쁜 코와 가장 흰 송곳니, 가장 부드러운 털을 지녔다.
공주는 아름답고 선량했다. 매일 가장 달고 즙이 많은 과일을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다.
공주는 새콤달콤한 산딸기, 사각사각한 사과, 신선한 버섯 모두 먼저 주변에 양보했다.
왕국의 모든 멧돼지는 그들의 국왕과 공주를 깊이 사랑했다. 그들은 매일 이렇게 찬양했다.
「꿀~ 꿀~ 우리의 국왕님을 축복하네. 그분이 계셔야만 맛난 과즙을 먹는다네~꾸울」
「꿀~ 꿀~ 인자한 바람의 신께 감사드리네. 이러게[40] 어여쁘고 어진 공주님을 주셨으니~」

[이 페이지 한쪽에 작은 글씨가 적혀있다: 「아빵, 매일 빰 사탕 않 먹고 얌저니 기도를 올리면 메돼지가 될 수 잇나요? 전 메돼지가 되고 시퍼요. 마시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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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공주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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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숲 북쪽에는 차가운 얼어붙은 평원이 있었다.
그 당시 개구쟁인[41] 바르바토스는 노는데 정신이 팔려 그곳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곳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땅을 밟는 생명체는 모두 추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이고, 너무 춥다. 족발이 얼어서 다 갈라졌네~꿀!」
가장 용감하고 우람한 멧돼지 국왕조차 얼어붙은 평원에 들어서면 추위로 꼼짝 못했다.
「꾸꿀~ 꿀꿀꿀~ 정말 춥구나. 족발이 새파랗게 얼어붙었어!」
그곳에 사는 건 어린 늑대 한 마리뿐이었다.

[이 페이지의 맨 밑에 유치한 글씨로 쓰여진 기록이 있다. 「아빵, 왜 늑때의 발토븐 얼어붙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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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공주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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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늑대도 예전에는 아무 걱정 없는 아기였다. 반짝 빛나는 푸른 눈동자에 회색 털은 윤기가 자르르했다.
포효하는 모습은 몬드 대성당의 늑대 조각상과 똑같았다!
어느 날 어린 늑대는 숲에서 사냥을 하다가 사악한 다람쥐 흑주술사 우바카와 마주쳤다!
오래된 이 땅에 우바카보다 사악한 마신이나 악룡은 없었다. 우바카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증오하여, 이 땅의 아름다운 것들을 전부 추악하게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빛은 암흑이 되었다.
구김살 없는 쾌활한 늑대를 보자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민 우바카는 중얼거렸다.
「찍~ 찌익찍~ 찍~ 찍찍찍!(대충 열받았다는 뜻) 저놈의 심장을 얼려주지. 이제 다시는 희망의 빛을 느낄 수 없게 만들어주갔어[42]!」
우바카는 주술을 걸어 어린 늑대에게 저주를 내렸다.
그러나 어린 늑대는 부주의하게 사전 설명 없이 우바카를 한입에 삼켜버렸다.
우바카는 화도 나고 초조해져서 어린 늑대의 입속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자신이 아는 가장 심한 욕을 쏟아냈다. 늑대는 입안이 시끄럽자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쿠, 죄송해요. 먹어도 되는 다람쥐인 줄 알았어요!」
어린 늑대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막혔다 뚫렸다 해서 우바카를 배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어른스러운 글씨로 쓴 메모가 붙어 있었다: 「그러니까 릴리아, 밖에서는 아무거나 함부로 먹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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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공주 제4권

(접기/펴기)
그렇게 어린 늑대의 위에서 무슨 화학 반응이 일어났는지, 우바카의 주술은 효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람쥐의 저주로 몹시 차가운 얼음이 어린 늑대의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어린 늑대는 점점 차갑고 까칠해졌다. 다른 동물들의 호의를 악의로 갚거나 그들에게 상처를 줬다. 이렇게 늑대는 모든 동물들에게 점점 미움을 받게 되었다.
그때부터 숲의 모든 늑대는 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멍~ 멍멍~ 정말 이기적인 놈이라니까. 그 녀석은 진짜 나빠」
「멍~ 멍멍멍~ 맞아, 맞아. 매정한 놈이야. 누구도 그 아이와 놀려고 하지 않아」
그렇게 어린 늑대는 하나씩 친구를 잃었다. 숲에서 아무도 반겨주지 않자, 고독한 그는 북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북쪽은 폭설이 내리는 얼어붙은 땅이어서 평범한 생명체는 접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린 늑대는 심장이 얼어붙어서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자리를 잡고 이곳의 유일한 늑대가 되었다.

[이 페이지의 접혀진 곳에는 소녀의 필치로 이렇게 적혀 있다: 「아빵, 그런데 우바카는 어떠케 돼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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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공주 제5권

(접기/펴기)
어느 날 멧돼지 공주는 어린 늑대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녀는 어린 늑대의 딱한 처지에 마음이 아팠다.
공주는 신하들에게 어린 늑대의 심장에서 얼음을 없애고 그를 예전의 착한 모습으로 되돌릴 방법을 수소문했다.
그러나 답을 아는 건 지혜로운 여우와 늙은 거북이뿐이었다──
「링딩딩~ 딩딩~ 진심과 화염만이 악독한 얼음 결정을 녹일 수 있어~ 링딩딩~」 여우가 말했다.
「우정에는 희생이 필요하단다. 희생이 있어야지만 우정이 될 수 있지. 미안하구나, 난 목소리가 작아서 짖질 못해」 믿음직한 거북이 할아버지가 말했다.
총명한 멧돼지 공주는 즉시 뜻을 파악하고 눈물을 닦더니 지혜로운 둘에게 예를 올렸다.
「꿀~ 꾸울~ 고마워요. 저와 함께 어린 늑대에게 가주시지 않을래요? 여러분이 저희 우정의 증인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여우와 거북이는 공주의 공손한 부탁에 기분이 좋았다. 둘은 공주와 함께 북쪽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이 페이지 끝에는 어린 독자의 아버지가 쓴 듯한 메모가 붙어 있었다. 「거북이는 짖을 수 없단다. 짖을 수 없기 때문이지. 거북이 할아버지는 아주 점잖으셔서 아빠가 따로 보충 설명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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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공주 제6권

(접기/펴기)
그래서 공주와 두 현자는 극한의 설원에 발을 들였다.
여긴 온 세상이 얼음과 눈에 둘러싸여 있어서 아무리 용감하고 강한 짐승도 또는 굴착에 능한 족제비라도 이곳에서는 따뜻한 풀과 싱싱한 과일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공주는 추운 날씨에 몸을 덜덜 떨었지만, 발길을 돌리지 않고 얼어붙은 바람 속 깊은 곳으로 나아갔다.
지혜로운 여우와 믿음직한 거북이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공주에게 권했다:
「링딩딩~ 이렇게 춥고 위험한 곳을 모험하고 있다는 걸 국왕 폐하가 안 다면 걱정할 거야. 이만 돌아가요~ 링딩딩~」
「맞아요. 눈보라가 점점 심해지면서 더 추워질 거예요...우리 조금 쉬었다가 날이 좀 개면 계속 나아가는 건 어떨까요? 죄송해요. 전 짖지 못해서」
하지만 완강한 공주는 두 현자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혹한을 계속 뚫으며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이 세상에서 잃어버린 친구를 구하러 가는 일이나 우정을 되찾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이렇게 그들은 족발이 동상에 걸려 퍼렇게 되고 내뱉는 숨이 얼어붙을 때까지 계속 걸었다.
공주는 눈으로 가득한 높은 산의 얼음이 언 강변에서 차가운 바람에 한들거리던 정령과 만난다.
눈과 얼음에 뒤덮인 설산에는 오래된 지혜의 정령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형체는 없지만 강력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꿀~ 꾸울~ 당신이 여기 주인입니까? 눈보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주지 않겠나요?」
공주는 예의 바르게 묻고는 얼어붙어 감각이 사라진 족발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지혜로운 여우와 믿음직한 거북이 할아버지도 제자리걸음을 하며 기대 어린 눈빛으로 얼음 정령을 바라봤다.
「후-후-」
정령은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하지만-후-후-」
「보답으로 너희의 체력을 흡수할 거야. 너희들이 눈보라 속을 나아가면 갈수록 점점 더 배가 고파지고 힘들며, 추워질 거지만, 생명의 위험은 없을 거야...아마도-후-후-」
「꿀~꾸울~ 상대는 얼음 정령이니까」 공주는 이렇게 생각했다.
「게다가 왕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가장 나를 챙겨주는 이들이 옆에 있잖아. 그들과 함께니까 괜찮을 거야!」
공주는 주저하지 않고 정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지혜로운 여우와 믿음직한 거북이는 간언을 할 틈조차도 없었다.
「꿀~꾸울~ 거래는 아주 공평해! 이제 우리를 어린 늑대에게 데려다줘!」
그래서 정령은 혹한의 유빙으로 모습을 바꾸고 굳센 결의를 가진 공주를 험한 설산의 반대편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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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공주 제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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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폭풍과 추위를 뚫고 공주는 마침내 어린 늑대와 만나게 되었다.
온몸이 얼음으로 뒤덮인 늑대의 파란 눈동자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짖는 법조차도 잊은 듯했다.
「아우~ 아우우~ 잘 왔어. 마침 점심으로 먹을 게 없어서 걱정이었는데」
이 말에 선량한 멧돼지 공주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눈물은 어린 늑대 심장의 얼음을 조금 녹인 듯했다.
「아우~ 왜 우는 거야?」
「꾸울~ 꾸울~ 여기에는 점심거리도 없구나. 내 왕국에서는 이런 비참한 상황을 한 번도 못 봤어.」
「내가 모든 걸 희생해서 네 배고픔을 채워줄게. 어떠니?」
어린 늑대는 공주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아우~ 아우웅~ 미친 거 아냐? 그런 말은 처음이야!」
하지만 어린 늑대는 공주의 결연한 눈빛을 보게 되었다. 그의 심장을 얼린 결정이 또다시 조금 갈라졌다.
「난 진심이야. 그러니까──」
「우리 왕국에서 가장 지혜롭고 날 아껴주는 이 둘로 네 배를 채워줄게. 우리의 우정을 위하여!」
여우는 그 소리에 도망치려고 했으나 어린 늑대와 공주에게 잡혔다. 거북이 할아버지는 놀라서 등껍질로 숨었다.
어린 늑대와 공주는 거북이탕까지 해 먹었다.
이렇게 어린 늑대는 처음으로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었다. 심장의 얼음은 기쁨의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공주는 어린 늑대의 손을 잡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예쁘고 섬세한 글씨로 쓴 카드가 꽂혀 있었다.「여보,이 동화책은 도서관에 기증하는 게 좋겠어요」]

3.1.23. 신소절극록[편집]

리월에서 인기가 있는 무협소설 시리즈. 몬드에서 리월항으로 오는 길에 있는 NPC들을 통해 2권과 3권을 입수할 수 있으며, 리월항의 만문집사에서 1/4/5권을 입수할 수 있다. 완결은 6권이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세간에 풀리지 않은 희귀본으로 작중에서도 경책산장의 상구야만이 가지고 있다. 행추의 전설 임무인 금직의 장 제 1막 또한 이 희귀본을 구하려던 행추와 티바트 유람 가이드 리월편을 구하려던 여행자가 상구야를 만나 그의 곤경을 해결하는 무협소설스러운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6권을 직접 손에 넣어볼 수 있는 건 금직의 장 제 1막의 마지막에서 행추를 대신하여 책을 돌려주러 갈 때 뿐으로, 사실 이나즈마에 위치한 야에 출판사를 통해 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6권은 작가가 무리수를 뒀다가 급하게 완결이 나버렸으며(...), 이에 관해 편집장인 사쿠라가 남긴 코멘트가 첨부되어있다. 이야기는 단죄의 황녀 이야기로 이어진다고 한다.

상기했듯 신소절극록 6권을 손에 쥐어볼 수 있는 건 아주 잠깐이기 때문에, 신소절극록 전권을 손에 넣는 업적은 5권까지만 카운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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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절극록 · 제1권

오랜 옛날 ??가 호구하고 곤륜은 피어있다. 인간계는 「??」라고 불렸고, 신계는 「신소」라고 불렀다.
지난 재앙이 끝나갈 무렵 신과 악마의 전쟁이 있었고, 신왕이 패하여 구계가 불에 타 모든 것이 재로 변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만물이 갱생한다. 곤륜이 폐합하고 세계는 더이상 서로 통하지 않는다.
신왕을 둘러싼 극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무협 두루마리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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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 신들의 무릎 주변

「난 조정의 척사, 금자광록 장군 미앙이다! 썩 물럿거라![43]
「어, 허나 금자광록은 문관 관직 아닌가?」 미아는 생각없이 곧바로 말했다.
상대는 곧바로 얼굴을 붉혔다. 「변방의 촌것이 뭘 알아!」
「조정에서 관제를 바꿨나?」
동행하던 칼을 찬 무인 둘도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경성에서 천 리를 지나면서 관문과 역참을 다 지났지만, 이제 황량한 변방 작은 점포에서 죽겠구나!」
아진은 빨개진 미앙을 흘깃 보다가 갑자기 손을 내리쳤다. 「남장을 한 여관이구나!」
「눈썰미가 제법이군」 무인 하나가 말했다. 「이분은 상의동사요. 우리 둘은 금오, 우림에서 선발된 무관이오. 금자광록 대부의 명으로 마검을 징수하러 왔소」
「금자광록 장...장군, 아하하...은 거짓이지만, 조정의 칙사임은 사실이오.」 다른 젊은 무인도 대꾸했다

마검의 일에 대해 미이는 들은 적이 있었다. 5~6년 전에 하늘에서 운철이 떨어졌다. 이 운철은 진귀한 보물이라 황제에게 진상하는 게 도리였다. 그러나 대장장이 풍 사부는 몰래 운철로 마검 5자루를 만들었다. 마검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서 무림에 풍파를 일으켰다고 한다.

「그렇게 된 거였군.」 미이는 중얼거리며 뒷간 문을 닫았다.
「뭐라도 괜찮아. 어서 뒷간에서 나와요!」 미앙은 남장한 사실을 간파당하자 참지 못하고 본인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여리고 듣기 좋은 음성이었다.
「미앙 동사는 여인의 몸이고 교양을 압니다. 사내들처럼 아무렇게나 밖에서 볼일을 볼 수는 없으니 빨리 나와주세요.」

손을 다 씻고 뒷간에서 나온 미이는 무인 둘과 한 탁자에 앉았다.
「변방의 작은 가게에서 조정 관제에 밝은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우림군 무사인 듯한 사람이 미이를 훑어봤다. 「외람되지만 출신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부친인 미청인께서는 광록사경이셨습니다. 식대를 사사로이 썼다는 누명을 쓰고 파직되어 낙향하셨지요.」 미이는 턱을 긁적였다. 「낙담하신 아버님과 달리 전 조정으로 돌아가 우리 미씨 가문의 치욕을 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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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절극록 · 제2권

어쩌다 보니 검을 찾는 여정에 오른 미르. 얼마 지나지도 않아 공전의 위기에 봉착한다. 금오와 우림군 정예는 도적의 마검에 목숨을 잃는다. 위기의 순간, 미르는 부천에게 물려받은 광록사 비문을 떠올린다. 황제에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딸이 있었는데, 이때 그녀가 눈앞에 있는 미앙의 몸을 차지하여 앞에 나타난다.
악귀가 되어버린 도적과 마검, 이에 맞서는 겨우 닭 정도 잡는 미르, 과연 승부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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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 수라전장

「음, 맛있군.」
귀신이 붙은 미앙은 온화하기도 했고 냉담하기도 했다. 그녀는 미이가 만든 호떡을 집어 들고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뜨거워서 귀엽게 혀를 내밀고 숨을 헐떡였다.
「당장은 못 받아들이겠어. 시간이 좀 필요해.」 한쪽 눈을 대가로 영이 강림한 상태를 유지하는 미이도 호떡을 집어 들었다. 「다시 한번 말해주시겠어요?」
「운철은 사실 신극입니다. 평범한 사람이 그걸 부러뜨려 마검 9자루를 만들었지요. 이게 해무 마검입니다. 거기에 저들이 전에 수집한 두 자루를 합하면...」
「그럼 당신은요?」
「난 전에 천제의 딸이었어요. 이름은 잊어버렸어요. 난 심판과 단죄를 관장하죠. 당신들 말로는 형법이요.」
광록사는 제사와 의례를 관장하는 기관이라, 미이는 아버지의 강요로 의식이나 제사에 관해 꿰고 있었다. 거기다 신통력을 많이 접한 터라 미이도 알 건 알았다. 신은 진짜 이름을 들키게 되면 사람의 지시를 받게 된다. 눈앞의 이 여인도 이름을 잊은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까 조정에서는 신소지극을 다시 만들겠다는 뜻인가요?」 미이는 이 가설을 스스로 받아들이며 물었다.
「모르겠어요. 이 몸의 주인은 다른 일에 대해선 전혀 몰라요. 그녀는... 화가 나 있어요.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하죠.」 미앙은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럼 내가 어떤 송신 의식으로 당신을 배웅해야 할까요?」 미이는 붕대 밑의 이미 시력을 잃은 눈을 어루만졌다. 「그럼 내 시력도 돌아오는 겁니까?」

「내게 이름을 주세요.」 눈앞의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입가엔 호떡 부스러기가 묻어 있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문관 전시는 폐하께서 직접 주관하십니다. 외눈이 어떻게 광록사경이 될 수 있겠습니까?」
「나도 반드시 신극 조각을 모두 수집해야 합니다.」 여인은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도 잿더미가 되겠지요.」
미이는 대답 없이 그저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우리와 동행할 필요는 없지만, 중생들을 위해서 당신의 눈을 잠시 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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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절극록 · 제3권

「널 미앙이라 칭하겠다. 인간계를 돌아다니는 만큼 이 신분이 가장 적합하겠구나. 조정의 첩문도 있으니 왕의 영토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것이다」
미르는 미앙이 걱정되어 함께 여정에 오른다. 악마는 참수하고, 요괴는 징벌한다고 하여 현재 다섯 자루의 마검을 수집했다.
경사가 태반인 듯 하지만, 누군가는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여정에 위험만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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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 현녀정서

「내가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도 이 정도뿐입니다.」 미이는 요리에 탁자를 놓고 미앙 맞은편에 앉았다.
방금 전의 사투로 미앙의 오른팔이 부러져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녀는 미이를 한참 동안 노려봤다. 그러나 그는 턱을 괴고 자신을 쳐다볼 뿐이었다.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결국 미앙은 왼손으로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나 탕 속의 고기 완자를 집지는 못했다.
미이는 한숨을 내쉬며 젓가락을 집었다. 「됐어요, 내가 먹여드리죠.」
「당신은 날 위해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요.」 미앙은 몇 젓가락 먹고 나서 갑자기 말했다. 물론 늘 그랬듯이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
「광록사는 주로 당신 같은 신들을 모시고 제사 지내는 일을 담당하죠. 당신의 시중을 드는 일은 우리 가문의 본업입니다.」
신이 전쟁을 일으키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지켜보는 것 외엔 뭘 할 수 있겠습니까?
――미이는 이 말은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전에 마검의 주인과 몇 차례 겨룰 때, 창과 방패를 띄우고 칼을 부렸잖아요. 그런 재주로 젓가락을 움직이면 되잖아요.」
「그건 아버님께 전수받은 기술입니다. 저만 할 수 있죠――그건 단죄를 하겠다는 선언과 율령입니다. 함부로...」 미앙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함부로 사용할 수 없어요.」
「그 사람은 죽기 전에 내 아버지의 일이 몹시 수상하다고 했죠.」 미이는 무료해서 손가락으로 촛불을 희롱했다. 「『미 광록사경은 결백한 것도 억울한 것도 아니다』――이 말이 대체 무슨 뜻일까요?」
조정에서 신극을 다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미앙의 몸에 빙의된 왕녀의 동료가 되면 조정을 적으로 돌린다는 뜻이었다.
미이의 마음을 꿰뚫어봤다는 듯, 촛불에 비친 미앙의[44] 무척 어두웠다.
그녀는 말했다. 「날 더 이상 도울 필요 없어요.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니 조정을 적으로 돌린다면 좋을 게 없지요.」
미이가 대답했다. 「이 일은 잠시 덮어두죠. 아버님께 사실을 여쭤본 후 다시 생각해봐요.」
미앙이 말했다. 「아... 남쪽으로 내려가서 아버님을 뵐 생각인가요? 그럼 내일 비단 가게와 연지 가게를 둘러봐야겠군요.」
미이는 말렸다. 「다 늙은 노인네일 뿐인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미앙은 간만에 딱딱한 모습을 보였다. 「그건 당신이 해야 할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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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절극록 · 제4권

「우선 놀라지 말거라, 내 아들 미미르, 정신 차리고 잘 듣거라. 난 네 친아버지가 아니다」 「아니야――!」
옛 미광록사경은 원래 산속 숨겨진 세계의 아수라 칸이었다. 처음에는 출경도 또한 그저 어울려 재상을 흉내 내는 연극에 불과했다. 목적은 눈앞에 있는 황제의 막내딸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신소 황제는 생전 내 친구였지만 지금은 만물의 적이 되었다. 그녀가 네 부름을 받았으니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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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 · 산사람의 묘책

이런 상황은 법신대사와 대라금선이 환생한다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이 화계 마검 『백우화택유품촌정』은 신극의 화계 다라니 조각으로 만든 것입니다. 아, 공주 전하께서 익숙한 말로 하자면 신의 구계의 룬 중에 불계의 룬이에요.」
어째서 서쪽에서 건너온 눈앞의 무사가 신통력이 있는 검술을 쓸 수 있는 것인가? 마검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은 전부 본성을 잃고 자신의 무공을 잃게 된다.
미앙은 잘린 팔을 감싸 쥐고 뜨거운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평소라면 그녀의 공력으로 잘리거나 부러진 상처를 즉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꺼지지 않는 불길 속에 성처[45]는 타들어갔다.
피를 흘린 탓에 그녀의 눈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미이가 몸을 일으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너희의 눈빛을 보니 묻고 싶은 게 많은 것 같군. 그래, 죽더라도 이유는 알고 죽어야겠지. 네 아버지를 죽인 건 그가 신의 부활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화계의 룬을 조종할 수 있는 건, 내가 조종당하지 않아서야――」
동쪽의 무사가 마검을 들었다. 「왜냐하면 난 운몽수의 천병 화현이니까――」
천제는 아수라군과의 교전을 위해 삼계의 전사를 엄선해 사후 이들을 천군으로 승격시켰다. 늪의 날씨가 험악하고 비구름이 쌓이면, 중주 사람들도 이런 날을 천제의 군사들이 「운몽수」에 있다고 말한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무사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마검이 부러지는 걸 바라봤다. 그의 몸도 견갑골부터 밑으로 베여 부상을 입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미이는 부친이 넘겨준 유산을 꺼냈다. 그저 약간 발버둥치려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건 예전에 세상을 불태운 거대한 마검 「열와정」이었다. 화계의 룬이 화계의 비밀이라면, 「열와정」은 화계의 불멸하는 진리였다.
세상을 불태우고 소멸되었던 마검은 화계의 룬을 삼키고 다시 한번 불타기 시작했다.

「세상이 또 잿더미가 될 것인가...」 이 말을 마치자마자 미앙은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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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절극록 · 제5권

「무관 중 곤륜의 재개를 바라는 자는 적지 않다. 세계를 혼돈에 빠뜨리면 무인의 지위는 하늘로 치솟는다」
「그들은 정녕 전설 속의 아수라 전쟁을 재개하고 싶은 것인가?」
「그건 그의 바람입니다」
문관과 무관의 게임, 죽은 신들의 계획, 다시 엄습해올 ??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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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 소녀 계승

「넌 세상을 구했으니 대협이라 불릴 만하다.」 태자는 뒷짐을 지고 꿇어앉은 미이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그러나 미이의 마음은 평온했다.
「신극을 넘긴다면 30일 후 광록사경 자리는 네 것이다. 재상의 자리를 원한다면 10년 안에 줄 것이다.」 태자는 앉더니 물었다. 「어찌하겠느냐?」
「폐하께서 몸을 펴라 명하시지 않았는데, 평민인 제가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이까」
「나더러 네게 몸을 피라고 명을 내리라는 게 아니냐? 아니 된다... 장차 일국의 군주가――」
「쳇, 가지가지하는군,」 미이는 직접 자세를 바꿨다. 「예법에서 태자 전하를 뵐 땐 삼배만 올리면 디지 꿇어앉을 필요는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전하께선 황위에 오르실 것 같군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고깝게 보시는 겁니까?」
「네 이놈!」
「소인이 뭘 잘못했습니까?」 미이는 몸을 일으켰다. 「신극의 반을 드리지요. 화계의 다라니는 제 아버지께 바쳐야겠습니다. 잔당들이 말썽을 일으키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그, 그리 하거라. 제대로 모습만 갖추면 된다. 앞으로 이것이 새로운 신기이다, 하하하하.」
미이는 거리낌 없이 태자 맞은편에 앉았다. 「다 똑같이 어미젖을 먹고 컸는데 어찌 이리 어리석으십니까!」
「무엄하다! 내 유모였고 내게 교양을 가르쳤던 미 부인을 봐서 한번 용서하겠다――」
「광록사경 자리는 원하는 자에게 주십시오. 전 낙향하겠습니다.」
태자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미앙은?」 미이는 음식을 집고 나서 신경 쓰지 않는 척했다.
「아, 검 징수에 공을 세웠으니 관직을 상의로 올려주겠다. 아비 금자광록 대부의 음모와 그녀는 상관없고, 태상과 재상의 탄원도 있었다. 내 그녀를 후히 대할 것이야.」
듣자하니 이상한 소리였다.
그래도 이런 것도 괜찮겠지...

그 사람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잃었던 눈도 되찾았다. 그러나 어떤 곳이 사지가 잘려나가는 듯 욱신욱신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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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절극록 · 제6권

미르가 잊혀진 주문을 외우자 소녀는 그와 재회한다. 「이렇게 생겼구나」
「이 세계는 가망이 없어, 모든 걸 불태우고 다시 시작해야 된다」 미친 천제는 만물에 이렇게 판결을 내렸다.
「만약 네가 나라면 날 이해할 수 있겠지?」 국보를 훔쳐간 이름 없는 대도가 왕에게 물었다.
「아니, 사과할 필요 없어, 넌 본디 이렇게 따뜻한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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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6 · 아무것도 없다

「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딸아, 내가 널 만든 건 나에게 창을 던지게 하기 위함 아니다냐?」 부활한 왕은 하늘 높이 떠 있었고 뇌명과 토네이도, 그리고 번개가 구세계 왕의 부활을 축하했다.

하지만 소녀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날을 위해 수만 년의 세월을 견뎌왔기 때문이다.
아니――그녀에게 용기를 주는 건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이다.

아홉 세계의 연결을 선고하고 곤륜을 관통하는 최초의 신극 「엘민」의 복제품이 하늘을 수놓는다.

자신이 죽고 난 뒤의 광기를 두려워한 왕이 만든 최후의 신극인 「단죄의 황녀」가 드디어 완전한 형태를 드러냈다.

...

(책 끝 부분에 편집장의 메시지가 있음)

<신소절극록>은 이나즈마 소설 출판사인 「야에 출판사」가 리월의 서민 문화를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도입해 시도한 작품으로 소설의 앞 5권이 좋은 성적을 기록하여 문화적으로 두 지역에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6권을 출판할 정도니 판매량은 말할 필요도 없죠.
갑작스러운 결말을 맞이한 6권도 독자들이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비록 결말이 다른 소설 같지만, 이건 절대로 우리가 구 작가 선생님에게 새로운 연재를 강제적으로 쓰게끔 한 게 아니라 선생님이 마감에 쫓겨 발생한 일입니다. 순전히 구 작가 선생님이 스스로에게 도전하다 생긴 일이죠

저희도 앞 5권의 팬분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며, 현재 「흑목서갑」 5권 소장판도 제작 중입니다. 서점에서 <절극록>을 다 읽으신 분들은 꼭 구매하길 권장합니다~ 아! 「단죄의 황녀」 스토리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사쿠라 편집장 남김

3.1.24. 쇄몽기진[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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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몽기진 제1권

(접기/펴기)
──달빛──
도시에는 바람에 잊혀진 외딴 곳이 있다고 한다.
분수대 앞에서 눈을 감고 심장이 35번 뛰고 나서 시계 방향으로 7바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다시 7바퀴를 돌고 눈을 뜨면 작은 가게 앞에 도착할 거야...

────

「저기 아무도 안 계신가요?」
베이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문에 달린 방울이 어둡고 어지러운 실내에 경쾌하게 울렸다.
저녁 햇살이 수정 같은 쇼윈도를 비췄다. 가게 안에는 그녀가 이해하기 힘든 물건들이 가득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향하다 뭔가를 밟았다.
안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베이가는 주변의 물건들을 살펴봤다. 용도 불명의 기계 부품, 몹시 화려한 오페라 리라, 난해한 무늬가 조각된 깨진 기와, 흠집이 가득 난 족쇄와 수갑, 잊혀진 귀족의 왕관...
그녀가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들을 돌아보고 있을 때, 눈동자가 여우처럼 가늘고 긴 가게 주인이 슬며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건 어떤 왕랑의 어금니입니다. 어쩌면 예전에 얼음으로 뒤덮였던 그 땅을 기억하는 건 이 어금니와 신들뿐일지도 몰라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어서 오세요. 마음에 드시는 게 있나요?」

「사람을 『잊게』 만드는 만드는[A] 물건이 있을까요?」
「있지요.」
베이가는 가슴을 움켜쥐며 급히 물었다.
「아무리 중요한 사람이라고 해도 잊을 수 있을까요?」
여우 눈을 가진 가게 주인이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당신이 잊고 싶어 하는 그 소년을 알아요. 눈이 달처럼 빛나는 소년이지요. 그는 오래 전에 사라져 당신의 가슴에 구명을 남겼지요. 어떤 만남도 그 구멍을 메우지 못해요.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달빛처럼 손에 잡히지 않죠.」
베이가는 깜짝 놀라서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 주인은 빙긋 웃으며 어디선가 술을 꺼냈다.
「이건 고통을 잊게해주는 술이에요.」
「찬바람이 몰아치던 옛날, 선조들은 살아남기 위해 얼음 깊은 곳에 몰래 이런 술을 빚었지요. 후세 사람들은 생활히[B] 풍족해지고 행복해서인지 이런 술을 빚는 방법을 전부 잊었어요.」
그녀는 술병을 흔들었다.
「얼마 안 남았어요. 당신은 내 가게와 인연이 있는 것 같으니, 돈은 안 받을게요. 물론 이게 당신이 정말 바라던...」
베이이가는 가게 주인이 건넨 술잔을 받았다.
술잔에 박혀 있던 보석은 뽑혀져 있었다. 그 빈자리가 쓸쓸해 보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베이가는 분수대 앞이었다.
어? 내가 여기서 뭘하고 있었던 거지? 그녀는 조용히 생각하며 달빛 속에서 재빨리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한밤중이 되었으니 빨리 안 돌아가면...
그 괴상한 가게뿐만 아니라 그 가게로 가는 방법, 거기서 생긴 일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

「이미 갔어.」
문이 닫히며 울린 방울 소리가 먿자, 여우처럼 눈동자가 가늘고 긴 주인이 말했다.
눈이 달빛처럼 빛나는 소년이 가게 뒤편에서 걸어나왔다.
「고생했어.」
「이번으로 그녀가 몇 번째 온 거지?」
「여섯 번째... 일곱 번째네.」 소년이 잠시 머뭇거리며 물었다. 「이 술, 정말 효과 있어? 널 못 믿어서가 아니라──」
주인은 대답 없이 웃었다.
「그건 고통을 잊게해줘. 하지만 너희들의 과거가 그녀에게 고통스러운 일이 아닌 것 같아. 이 술은 그저 잠시 너에 대한 그리움, 널 잃은 아픔을 잊게해줄 뿐이지.
「그녀는 달만 보면 네 모습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점점 생각을 떠올리겠지. 하르파스툼에서의 만남, 바람이 시작되는 곳에서 보낸 오후의 시간, 맹세의 해협에서의 경치 감상, 여름 축제에서 손잡고 도망갔던 기억, 시인 집회에서의 시와 새 깃털 망토 선물 등 그녀에겐 이 모든 게 평생 간직해야 할 추억이겠지」
「...가게에 정말 모든 걸 잊게해주는 술이 있어. 네가 원한다면 그녀에게 줄까?」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소년을 바라봤다. 그는 한참 말이 없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넌 또 왜 그럿게 벗어나려고 하는 거야?」
「아, 이거 때문이야.」
그는 가슴 근처에서 반짝거리는 수정 구슬을 꺼냈다. 구슬에서는 부호가 은은하게 보였다.
「그걸 얻게 된 사람은 언젠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서.
「그럼 빨리 떠나는 게 낫지. 그녀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날 잊는 게 좋잖아.」
「그랬구나.」 그녀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도 선택 받은 사람이잖아.」
「근데 선택 받은 사람의 결말이 어떤지 알아?」
소년은 다급히 물었다.
그녀는 대답 없이 옅은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나도 가야겠어. 이걸 얻게 되었으니 해야 할 일은 해야겠지.」
「그 소녀가 다시 온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그럼 그녀 스스로 이겨내게 해야지.」
「무정한 남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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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몽기진 제2권

(접기/펴기)
──유리──
항구 도시에는 바위와 파도 소리에 잊혀진 외딴 곳이 있다고 한다.
해풍이 부는 곳에서 눈을 감기만 하면, 시끌벅적한 소리는 멀리 달아난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사람들의 소음을 완전히 덮고 난 후 눈을 뜨면, 어느새 작은 가게 앞에 있는 걸 발견한다.

────

「아무도 안 계세요?」 유안이 말을 건냈다.
그는 두리번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서자 문이 닫히며 방울이 경쾌하게 울리는 소리가 가게에 울려 퍼졌다.
파도가 제방을 때리는 소리가 마치 기억처럼 가게에 스며들었다. 좁고 긴 가게를 따라 그가 알 듯 말 듯한 낡은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유안은 자신이 걸친 긴 외투에 그의 나이보다 오래된 듯한 먼지가 묻을까 조심스럽게 물건들을 훑어보았다.
낡고 누래진 종이 등, 어떤 거대한 마수의 송곳니, 칠흑 같은 운철, 불명확한 재질의 어두운 금색 끼워 맞추는 입체...
그가 눈처럼 흰 분말로 덮힌 수정 병을 들었을 때, 주위에서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다.
「그건 옛날에 어떤 마신이 흘린 눈물로 이루어진 소금이에요──」
잔잔했던 수면에[B] 일렁이는 것처럼 숨막히는 고요함을 깨는 목소리에 깜짝 놀란 그는 병을 떨어뜨렸다.
그가 예상했던 쨍그랑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여우 눈동자를 지닌 가게 주인이 어느새 소금 병을 받아 선반에 돌려놓았다.

「죄...죄송해요. 소개해주신 분은 누구시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난감해 하는 모습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 마음에 드시는 게 있나요?」
「선물을 고르려고요. 마음이 통하는... 아가씨에게 선물하려고요.
「그녀에게 프러포즈할 생각이라서 적당한 선물을 찾고 있어요.」
유안은 긴장하여 입술을 달싹거리며 눈을 들어 가게 주인의 호박처럼 빛나는 황금빛 눈동자를 바라봤다.
한참 마주보다 그녀가 말했다. 「알겠어요.」

가늘고 긴 그림자가 가게 깊은 곳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손에 형형색색의 빛을 은은히 뿜어내고 있는 물건을 들고 돌아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솔개 모양의 투명한 10면 유리공예품이었다.
「『유리 심장』에 대한 전설을 들어보셨지요?」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유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조 유리는 진짜 유리를 조잡하게 모방한 것이라고 하죠. 진짜 유리는 꿈속의 환상을 보여줘요. 고귀한 신수가 죽을 때, 이루지 못한 염원이 응결되어 만들어지는 거예요. 보세요...」
가게 주인은 맞은편의 유안에게 유리 속에 은은히 빛나고 있는 풍경을 보라고 눈짓했다.
수만 년의 세월이 그의 눈앞에 스쳐 지나갔다. 별과 바다, 대지가 구름처럼 피어났다가 이지러졌다. 설원이 녹지가 되고 들판이 강물에 찢겨졌다. 도신은 개미굴처럼 생겨나고 왕국은 블록처럼 무너졌다──

──이미 한밤중이었다. 달빛이 해수면을 비스듬히 비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유안은 부둣가를 걷고 있었다.
손에 단단한 유리 심장을 움켜쥐자 피가 돌 듯 몸이 따뜻했다.
맞아, 이건 신기한 유리 심장이야. 그는 달빛 아래서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이걸 그녀에게 선물하기만 하면 난 분명...

────

문에 매달린 방울에서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서 오세요. 마음에 드시는 게 있나요?」
「이걸 팔고 싶은데... 이게 보석인지 모르겠어요.」
빛이 결정체 공예품 단면을 통과하여 가게에 퍼졌다.
「계속 제게 구애하던 청년이 이걸 줬어요. 이걸로 신기한 장면을 볼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왜 그런진 몰라도 이걸 보면 기분이... 안 좋아요. 보석이 예쁘긴 하지만 그 사람의 일을 생각하면 괴로워요. 그래서 이걸 팔고 싶어요.」
「알겠어요. 이건 정교하게 컷팅된 10면 유리 심장이잖아요. 얼마에 팔 생각인가요?」
「돈이 부족하진 않지만... 이거 소금이죠? 그러고 보니 대지의 소금과도 이별해야겠군요. 이 소금을 받을게요.」

────

눈동자가 여우 같은 가게 주인은 홀로 가게 깊은 곳에 서서 투명한 유리 공예품을 손에 쥔 채 감상하고 있었다.
「너를 통해 보기 싫은 걸 봤구나. 그 녀석의 진심은... 정말 불쾌하군.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그는 소금업계의 1인자인 은원회의 일원이 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로 올라가려는 비굴한 사람일 뿐이야. 이러지 않았다면 서로 진심이 아니라고 해도 그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몰라. 행복은 사랑과 무관한 습관이니까.」
그녀는 가볍게 술을 할짝이며 자조 섞인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난 그런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
「어쨌든, 낯선 사람과 진심을 주고받는 건 쉬운 일이잖아. 그는 가게 문을 나서면 이제 나와 더는 엮일 일 없어. 그럼 그가 잠시 살펴보게 놔두자. 하지만 가까워질수록 욕심이 생기고 그럼 더욱 경계해야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어떻게 알아차리겠어...」

「미안해요. 당신을 걸고 모험했어요. 회수할 수 있어서 정말 잘됐네요.」 그녀는 눈동자를 내리깔았다. 「어쨌든 이건 당신이 남긴 마음이니까 소중히 다룰게요... 하지만 가끔 세상을 떠돌며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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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몽기진 제3권

(접기/펴기)
──사파이어──
도시에는 바람에 잊혀진 외딴 곳이 있다고 한다.
그 광장 중앙에서 눈을 감은 채 시계 방향으로 7바퀴 돌고 다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7바퀴 돈 뒤에 앞으로 14걸음 걸어간다. 바람 속의 새소리가 천천히 사라진 후에 눈을 뜨면 자그마한 가게 앞에 서있을 것이다...

────

눈매가 여우같이 가는 가게 주인이 긴 창문을 열면 보이지 않는 별들이 달빛을 타고 카운터 위로 쏟아진다.
방탕하게 핀 꽃이든, 먼지 가득 쌓인 하르파스툼이든, 벌레가 먹어서 글을 알아볼 수 없는 책이든, 줄이 없는 활이든 모두 과거 왕실 귀족의 물건 마냥 무정한 달빛에 은색으로 뒤덮여 있다.

「여어~ 요즘 장사 어때?」
불손한 목소리가 가게 안쪽에서 들려온다.
주인이 돌아본다. 달빛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곳에 익숙한 「손님」 하나가 그녀의 팔걸이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있다.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 그냥 이제 도둑을 좀 막아야 할 것 같네」
가게 주인이 살짝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로 답한다.
「단골손님을 문전박대하고 싶은 거야?」
손님이 한탄하며, 「네 가게엔 내가 훔칠만한 게 없어. 굳이 훔친다면...」

「사냥감 어때?」
「내가 또 장물을 처분하러 온 줄 알아?」
「사냥꾼」이 실망 섞인 소리를 내뱉자 주인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당연히 아니지. 넌 한 번도 『장물 처분』이라는 말을 내뱉었던 적 없잖아」
「『양도』, 『증정』, 『기부』, 『양보』...골목을 주름잡는 도적인 너도 자선을 많이 베풀었잖아」

「이번엔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냐. 오늘은 물건 하나를 『부탁』하려고 온 거야...그리움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밀주를...」
의적은 불손한 말투로 말하지만 입가엔 진심 어린 웃음기가 가득하다.

「미안한데, 이미 팔렸어」
품 안에 있던 숨겨져 있던 술병이 어느샌가 가게 주인 손에 들려있다.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은 모두 자신만의 주인이 있어. 미래의 어느 순간엔 팔리게 될 테니까」
「내 손재주가 너보다 못하다니. 창피하구먼.」
의적이 태연하게 쓴웃음 지며 말한다.
「최근에 알게 된 건데 그리움이 황금보다 무겁더라. 이 일을 하다 보면 지붕을 넘나들고 대들보 위를 뛰어다니는 게 부지기수라 무의미한 무게를 줄여야 하지」
「...눈동자가 사파이어 같던 그녀는 이 무게를 알긴 할까?」

────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주인을 깨운다.
손님은 마치 들고 있는 창과 같이 굳센 파란 눈동자의 마녀로 얼굴에 귀족의 죄인 낙인이 새겨져 있다.
그녀는 가게 안 어지럽게 널려 있는 물건들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을 꿰뚫는 검처럼 바로 카운터로 걸어온다.

「어서 오세요. 마음에 들거나, 원하시는 거 있나요?」
「물건 하나를 넘기고 싶어」
마녀는 살얼음이 깨질듯한 목소리와 함께 커다란 파란색 수정을 카운터 위에 올려놓는다.
「도적 하나가 귀족의 은잔에서 이 수정을 빼낸 뒤에 나에게 선물했어. 그것 때문에 주인이 날 벌했지.
「하지만 그건 아주 오래 전 일이야. 시간이 지나면 원한을 잊고 그를 다시 만나고픈 마음이 줄어들 줄 알았지...」

「그럼, 이 보물을 얼마에 파시길 원하나요?」
마녀는 찬장 속의 보석이 빠진 귀족 은잔을 가리킨다.
가게 주인이 보석을 만지작거리자 맑은 파란빛이 가게 안에서 일렁인다.
「알았어요. 이게 정말로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동요하면 성과 없는 결말을 걱정하게 되고 사람의 마음속엔 공포와 균열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죽음이 공포와 함께 다가오며 뼛속 깊이 스며든다.
수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할 때서야 자신이 언제 흘린지도 모를 약점이 꿰뚫렸다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여우처럼 가는 눈매를 지닌 가게 주인은 파란색 수정을 달빛에 비추며 과거 왕실의 휘장이 드러났다 사라졌다 하는 걸 감상한다.
특별한 시기에 맑은 보석을 통해 과거와 미래, 혹은 누군가의 진심을 볼 수 있다고 전해진다. 마치 세계의 어떤 장소엔 바다처럼 드넓은 민들레 들판이 있다는 전설처럼. 마치 과거 하늘 떠있던 3개의 달인 아리아, 소넷, 캐넌 자매가 재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별했다는 전설처럼. 마치 죽음의 마녀를 바라볼 수 있던 사람이 마음속의 균열로 인해 결국 죽었지만 외국으로 도망간 도적이 그녀와 다시 만나길 기다린다는 전설처럼.
그녀는 이 보물을 버린다고 해도 이 전설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이야기의 결말이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차라리 이 전설들과 이야기 모두를 자신의 가게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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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몽기진 제4권

(접기/펴기)
──석심──
항구 도시에는 바위와 파도 소리에 잊혀진 외딴 곳이 있다고 한다.
해풍이 부는 곳에서 눈을 감은 채 시끌벅적한 상가를 뒤로하고 49걸음을 걷는다. 인기척이 사라지고 심장이 뛰는 소리만이 남았을 때 눈을 뜨면, 어느새 작은 가게 앞에 있는 걸 발견한다.

────

「계신가요?」 우비를 걸친 남자가 가게 문을 두드린다.
그는 먼지 덮인 유리창을 통해 가게 안에 진열된 상품을 본다. 병안에 담겨 형광빛을 발산하는 스타더스트, 얼음같이 빛나는 끊어진 칼날, 오래된 두루마리, 기이한 안개에 둘러싸인 단약, 서리가 얕게 서린 기왓장...
남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간 뒤 가게 문을 닫는다.
그가 카운터 앞으로 걸어와 이 시대의 것이 아닌듯한 기묘한 골동품들을 자세히 살펴볼 때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서 오세요. 마음에 들거나, 원하시는 거 있나요?」

남자가 어리둥절해하며 돌아보니 눈매가 여우 같은 가게 주인이 미소 짓고 있다.
「사실은 증표 하나를 원해. 과거의 은원을 풀 수 있는 증표」
남자가 목청을 가다듬는다. 외모와 달리 목소리가 조심스럽다.
「그래요? 알겠어요...」
가게 주인은 반짝이는 황금 눈동자로 남자가 걸친 젖은 우비를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 가게 주인이 몸을 돌려 카운터를 뒤적거리다 정교한 콜 라피스 하나를 꺼낸다.

콜 라피스는 마치 가게 주인의 눈동자처럼 그녀의 손 위에서 어두운 황금빛을 발산한다.
남자는 콜 라피스를 건네받고 달빛 아래에서 자세히 관찰한다. 달빛이 투영되며 따사로운 황금빛 아래 깊은 폭풍이 숨겨져 있는 것만 같다.
그의 손이 여전히 떨린다.

「콜 라피스는 바위 신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변이하다 보면 아무리 단단한
바위라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응결되죠」
가게 주인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다. 남자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예요」
남자가 감사의 말을 전하며 모라 한 주머니를 카운터에 올려놓고 밤비 속으로 사라졌다.

────

「사건의 전말은 이래[49]
가게 주인은 말을 끝내고 여우 같은 눈을 치켜뜨며 앞에 서있는 손님을 바라봤다.
「다른 말은 없었어?」
광부처럼 생긴 젊은이의 다급함이 느껴졌지만 가게 주인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핏자국이 있는 모라 한 주머니를 놓고 갔어요」
가게 주인의 목소리는 물처럼 잔잔하고 차가웠다.

「그게 바로 내가 원했던 물건이에요」
젊은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일부러 가게 주인의 황금빛 눈을 피하는 것 같다.
「교환의 의미로 이야기 하나 들려줄게요」
가게 주인은 이에 동의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우비를 걸친 남자와 전 예전에 같이 산에서 돌을 캔 적이 있어요. 그는 출세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했죠...」
「그러다 폭풍우가 치던 밤에 우린 바위 하나를 쪼개다 그 콜 라피스를 발견했어요. 그 또렷한 황금색 표면에서 새어 나오는 광택은 절운간의 모든 걸 집어삼킬 정도였었죠...」
「우린 항구에 돌아가 5대 5로 나누기로 약속했죠. 근데 그날 밤 전 빗속에서 은밀하게 그를 밀쳐 절벽 밑에서 영원히 잠들게 했어요...」
「전 무서웠어요. 그리고 그를 믿을 수도 없었고 게다가 허무맹랑한 선인만이 우리의 약속을 들었다는 건 더 믿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공포가 저를 집어삼켰고... 전 친하지 않은 동료가 제게 주는 위험보다 피가 묻은 돈을 더 믿었죠...」

「이튿날 아침 전 밧줄을 매고 절벽을 내려갔어요. 여섯 걸음 정도 내려간 뒤 발을 바위 위에 올렸을 때 갑자기 손에서 나는 불길한 떨림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죠...」
「제가 고개를 들어 밧줄을 쳐다보니 이미 너무 늦었죠──」
「제가 마지막에 본건 밧줄이 끊어진 자국이었어요...」
「그건 칼에 잘린 흔적인 걸 저도 알아요」

「그래서 우린 서로 비긴 셈이 됐죠」
가게 주인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콜 라피스를 손에 넣었고, 당신은 모든 걸 청산했군요」
젊은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전설에 의하면 콜 라피스는 바위의 심장으로 영성을 지닌 바위일수록 사람의 성격을 반영한다고 한다.
어떤 이는 주인이 죽어도 콜 라피스 안의 기이한 영성은 그 욕망과 아쉬움을 현세로 들고와 이를 해결해줄 이를 찾는다고 말한다.
전설은 이러하다
이상한 손님이 떠난 지 4시간이 지났지만 비는 아직도 계속 내린다.
가게 주인은 창가에 서서 비가 내리는 골목길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근데...그들은 진짜로 책임에서 벗어났을까?」
그녀는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을 했다.

3.1.25. 개와 2분의 1[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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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2분의 1 제1권

(접기/펴기)
알다시피, 로렌스는 악명 높은 대귀족 가문이다.
귀족들은 생산적인 일은 하지 않고 백성들을 착취해 호화로운 삶을 유지한다.
가혹한 통치에 난잡한 생활, 백성들을 핍박하고 갖은 악행을 저지른다.
백성들은 귀족들의 무절제한 탐욕에 몹시 불만스러웠지만, 분노를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디트리히는 귀족 도련님이었다.
그러나 아직 어려서 용서받지 못할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검술은 귀족 중에서도 우수한 편이었다.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성격이 나쁜 편에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며 세상이 자신을 위해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점이었다. 물론 이건 귀족 도련님들의 흔한 단점으로 대수로운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로렌스 가문의 일원, 악당이 될 운명이었다.

이 악당 소년은 생애 최초로 나쁜 짓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이른 아침 그는 달마 도사의 원소원론학을 빼먹고 성밖으로 놀러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평민 거리를 지나칠 때 금발에 푸른 눈을 한 소녀를 보았다.
디트리히는 그 순간 솟구친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심장이 통제할 수 없이 빨리 뛰는 것만 느껴질 뿐이었다.
「이게 어머니가 고양이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이겠지」
디트리히는 이렇게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소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그 소녀는 그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신분을 밝혀도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그래서 그는 밤에 이 물정 모르는 평민 소녀를 잡아오기로 마음먹었다.
「잡아서 새장에 가둬! 어머니가 말 안 듣는 고양이 다루 듯 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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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2분의 1 제2권

(접기/펴기)
평민 소녀는 화창한 오후 성으로 왔다. 그녀의 옅은 금빛 머리칼은 봄날의 따뜻한 햇살 같았고, 푸른빛 눈동자는 오후에 반짝이는 호수 같았다. 이런 소녀가 어떻게 혼자 마물들이 활개치는 교외를 지나 산 넘고 물 건너 성으로 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녀를 의심하는 건 그녀의 미모에 대한 모욕이었다!」
술에 취한 수문병이 떠들썩한 사람들이 가득한 술집에 앉아 소리치고 있다. 그는 오늘 문을 지키면서 내일까지 코가 비뚤어지게 마실 수 있을 만큼 짭짤한 수익을 봤다.
「넌 그저 그 여자의 미모에 눈이 먼 것뿐이잖아!」
옆에 있던 사람이 대놓고 정곡을 찔렀다.
「아니라고! 내가 그런 호색한으로 보여? 내 눈을 멀게 한 건 이거야!」
병사는는[A] 손에 쥔 금화 주머니를 흔들었다.
「이봐, 그럼 오늘은 네가 한턱내!」
「그러지 뭐! 오늘 밤새도록 달리는 거야!」
··· ···

그래서 프리야라는 이름의 떠돌이 학자는 순조롭게 성에 자리를 잡았다.
프리야의 말투는 따뜻하고 목소리는 평온했다. 언제부터인지 프리야와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면 밤에 좋은 꿈을 꾼다는 소문이 거리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 외에 이 새로 온 소녀는 성 안의 삶에 아무 변화도 주지 않는 듯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백성들은 매일 힘겹게 생계를 유지하고 귀족의 끝없는 핍박을 견뎌야 했다.

「후,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어슴푸레한 등불이 켜진 방에서 프리야는 턱을 괴고 탁자 옆에 앉았다. 손가락으로 뭔가를 감고 있는 듯했다. 그녀의 말투는 주문을 외는 것처럼 사람을 매혹시키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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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2분의 1 제3권

(접기/펴기)
밤이 왔다.
멀리서 야수의 울음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늑대 같았다.
프리야가 침대에 앉아 긴 옷 소매를 걷자, 오싹한 백골의 뱀 팔찌가 드러났다.
뱀 머리는 금방이라도 사냥감의 목을 공격할 것처럼 입을 벌리고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의 팔을 감고 있는 뱀 몸체는 마법 등불의 차가운 불빛 아래서 위험한 기운을 뿜어냈다.
「사랑하는 동생아, 잘 자」
프리야는 가볍게 팔찌를 건드리며 새끼손가락으로 뱀 꼬리를 정답게 어루만졌다.
잠시 후, 마법 등불이 꺼지고 방안이 어두워졌다.

어두운 밤은 프리야에게 무한한 힘을 주었다.
그래서 낯선 기운이 방에 침입하던 순간, 프리야는 바로 알아차렸다.
프리야는 디트리히가 조심스럽게 옷자락을 걷고 이곳저곳을 더듬는 모습을 다 볼 수 있었다.
이 순간 그녀는 웃음을 참는 게 최면술을 거는 것보다 어려웠다. 다행히 디트리히가 바로 눈앞까지 왔다.

디트리히는 그가 꿈에서도 그리던 그 눈동자를 보았다.
다만 낮에 호수처럼 파랐던 눈동자는 밤에 물들었는지 깊은 바다처럼 고요했다.

「이 잔의 물을 다 마셔요」
디트리히가 의식을 잃기 전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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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2분의 1 제4권

(접기/펴기)
잔이 손에서 떨어지고 디트리히는 쓰러졌다.
프리야는 몸을 구부리고 디트리히의 허리춤에서 검을 꺼냈다.
그녀는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만졌다. 검에 박히[51] 검은빛을 뿜는 보석이 그녀의 손에 떨어졌다.

「영야의 눈을 직접 가져다주시다니, 고마워요」
그녀는 팔에서 뱀 팔찌를 빼서 검정 보석을 뱀 입에 물렸다.
뱀 머리부터 비늘과 살이 퍼지면서 잠시 후 작은 흑사가 프리야의 손바닥에서 꿈틀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뱀은 점점 커지더니 빨간 눈에 검은 비늘의 거대한 구렁이가 되어 방을 가득 채웠다.
프리야가 손을 뻗자 마법 등에 불이 켜졌다. 구렁이는 점점 작아지며 다시 그녀의 팔을 휘감았다.

「어? 숨는 거야?」
프리야는 고개를 돌려 침대 밑을 봤다.
침대 밑에는──
개 한 마리가 있었다.
방금 전 구렁이 때문에 놀랐는지, 개는 몸을 벌벌 떨었다.

「흠, 원래 널 늑대로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개가 됐구나. 미안해!」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였다.

디트리히가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침대 밑으로 몸을 숨긴 건 순수히 본능 때문이었다.
정신을 차린 후 프리야의 말을 듣고 디트리히는 입을 벌려 대꾸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멍멍멍」 소리밖에 나지 않았다.
자신이 뱉은 소리에 놀란 디트리히는 곧장 침대 밑에서 나왔다.

디트리히가 거울 앞에서 아무리 날뛰고 슬피 울부짖어도, 귀족 도련님의 모습은 돌아오지 않았다.
디트리히는 몸을 돌리고 으르렁거리며 프리야에게 돌진했다. 그녀는 아무 반응 없이 팔짱을 끼고 그를 힐끔 쳐다봤다. 그러자 아무리 발버둥쳐도 앞으로 나갈수 없었다.

「숙녀한테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니! 그냥 풀어주려고 했는데, 음...교육을 단단히 받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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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2분의 1 제5권

(접기/펴기)
「다시 한번 내 소개를 할게. 난 난[A] 노트프리야라고 해. 내 별명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구나. 사람들은 날 어둠의 마녀라고 부르거든」
노트프리야가 말하는 사이에 그녀의 밝은 금빛 머리칼은 점점 어두워지더니 창밖의 어둠처럼 까맣게 변했다. 푸른 하늘 같던 눈동자도 어두운 밤처럼 까매졌다.

「이제 내가 네 주인이야. 물론 널 잘 교육시킬 거야」
노트프리야는 몸을 구부리더니 어디에서 났는지 모를 목줄을 꺼내 디트리히의 목에 걸었다. 그가 발버둥칠수록 목줄은 점점 작어지며[53] 마침내 그의 목에 딱 맞게 줄어들었다. 아무리 고개를 흔들고 발톱으로 긁어도 목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휴, 시간이 많이 지났네. 빨리 가자」
노트프리야는 몸을 일으켜 성밖으로 걸어갔다. 디트리히는 사력을 다해 짖으며 귀족 영지를 향해 도망치려고 했으나 아무 소용 없었다. 목줄은 그의 몸을 조종하는 듯했다. 그는 노트프리야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노트프리야는 자신에게서 도망치려는 디트리히를 노려보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꼬았다.
「네가 발버둥치는 게 웃기긴 한데 너무 소란스러워. 네가 내 새로운 마법 『고요한 밤』을 맛보고 싶으면 더 짖어봐」
온 세상이 순간 조용해진 것 같았다. 디트리히는 그녀의 새로운 마법이 무척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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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2분의 1 제6권

(접기/펴기)
디트리히는 로렌스 가문이 무너진 걸 보게 됐다.
어머니가 기르던 고양이의 행방은 진작부터 알 수 없었고 넋을 잃은 아버지와 히스테릭한 어머니가 근처에 있는 것 같았지만 그가 아무리 불러도 그들은 대답해 주지 않았다.

「낑···」
디트리히가 고개를 숙이자마자 발아래가 갑자기 갈라졌다. 늙은 마녀의 손 같은 게 땅에서 솟구쳐 나와 그의 목을 세게 졸랐다.
자신의 몸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밖에 느끼지 못하다 결국 늙은 마녀의 옆에 나동그라졌다.
이상하게도 아픔은 느낄 수 없었다.

마치 뭔가가 목걸이를 잡아 디트리히를 통째로 들어 올렸다.
시야에 들어오는 곳 모두 칠흑같이 어두워 오직 발아래만 보였다. 발아래에는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냄비였다. 냄비 안에는 정체불명의 검은색 액체가 부글부글 끊고 있었고 거미줄과 독사의 뼈 같은 것들도 보였다···
귓가에 노트프리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조미료를 잡았네. 널 넣기만 하면 내 불로불사의 수프는 완성이지. 하하하!」

「멍멍멍!」 나쁜 마녀야 이거 놔!
디트리히가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치자 평소엔 벗겨지지도 않던 목걸이가 아주 쉽게 벗겨지고──
「멍──」
밑으로 떨어졌다···
다른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오직 포효하는 바람 소리와 노트프리야의 미친듯한 웃음소리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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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2분의 1 제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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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디트리히는 몸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괜찮아?」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는 듯한 손 하나가 뻗어 왔다.
익숙한 목소리다···
4월의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3월의 햇살처럼 포근했다.

디트리히가 눈을 번쩍 뜨자 앞에는──
금발의 파란 눈동자 소녀가 있었다.
「드디어 깼네, 다행이야」 소녀가 미소 지었다.

「여긴···설마···셀레스티아?」 디트리히가 생각했다.
「아냐, 그냥 평범한 숲이야」 소녀가 말했다.
디트리히가 정신을 차리자 눈앞의 소녀는 바로 재앙의 원흉 사악한 늙은 마녀 노트프리야였다!
디트리히는 순간 온몸을 떨다가 이내 뒤로 뛰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경계 자세를 유지했다.

「긴장하지 마. 널 해치지 않으니까. 아, 맞다. 내 소개를 안 해줬네. 난 메들린이야. 음···그 노트프리야의 여동생이지」 메들린은 말을 하면서 등 뒤의 손가락을 가볍게 돌려 빛마법 중 안정 마법을 사용하고는 디트리히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그래, 이러면 되겠지」

디트리히는 안정을 되찾고는 눈앞의 소녀에게 어떻게 자기의 말을 알아듣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저 「멍멍멍」이라는 소리밖에 내지 못했다.
「응? 이건 간단한 주문 하나면 가능해. 언니도 할 수 있는 걸」
「멍, 멍!?」 그 말은 그 늙은 마녀도 자기 말을 알아들으면서 못 알아듣는 척하며 가지고 논 거라고!?
「음, 그래도 사실 언니는 상냥한 사람이야」 메들린은 노트프리야에 대해 말하곤 다시 한번 따뜻하고도 찬란한 웃음을 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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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2분의 1 제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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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마녀는 뇌와 강력한 마력을 바꾼 거야?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은데···」 디트리히는 뭐라고 중얼거리는 금발 소녀를 따라다니며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 말 하지 마! 언니가 들으면 화낼 거야」 메들린이 고개를 숙이고 디트리히를 바라보다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멍멍멍, 멍멍?」 안 알려주면 되잖···잠시만, 내 생각을 어떻게 알았어?
「안타깝지만, 이, 미, 늦, 었, 어」

디트리히가 놀라서 고개를 들고 기압이 빠르게 상승하는 위를 바라봤다.
겉으론 아무 변화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디트리히는 눈앞의 소녀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확신했다.
「조금 전 악몽이 너에게 도움이 됐나 보군. 내 기대치까진 아직 멀었지만」 거만하고 차가운 말투, 노트프리야가 확실하다.
「그럼 『심령의 정수』는 일단 너에게 맡기지」

『심령의 정수』는 무엇인가···
잠깐, 아까 메들린이 언급했었던 것 같다.
「무서워 마. 사실 아까의 악몽은 모두 허상이니까. 언니가 『심령의 정수』를 네게 주입했거든. 『심령의 정수』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이라 네가 가장 무서워하는 악몽을 꾸게 된 거야」
「그래도 언니는 분명 너를 위한 걸 거야. 언니는 착한 사람이니까」
···
디트리히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벌벌 떨며 노트프리야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이미 마음속으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내 가르침이 도움이 됐나 보네. 그럼 계속 가봐」 디트리히가 무서워 벌벌 떠는 모습이 마녀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했다.

3.1.26. 하얀 공주와 여섯 난쟁이[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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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공주와 여섯 난쟁이 제1권

티바트 대륙 전역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온 동화의 첫 권. 밤의 왕국과 달빛 숲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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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주 오래 전, 저 멀리 밤의 왕국은 나이트 마더의 통치를 받았다. 밤의 왕국은 죽음처럼 적막한 땅이다. 이곳은 한 줄기 빛도 없으며 나무 한 그루도 없었다. 어둠 속에 숨어있는 추악한 생물 외에 밤의 왕국엔 그 어떤 생명체의 흔적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이트 마더는 모든 죄악의 근원이었고, 그 더러운 죄악은 밤의 왕국을 뒤덮었다. 냉혹한 나이트 마더는 입이 없고 심장도 없었지만 언제나 두 눈을 크게 뜨고 수시로 밤의 왕국을 감시하며 예고 없이 잔혹한 벌을 내렸다. 그녀가 유일하게 견딜 수 없는 것은 먹구름을 뚫고 새어 나오는 달빛이었다. 밖에서 겹겹이 쌓인 어둠의 벽을 뚫고 들어오는 빛이었기 때문이다.
달빛 숲은 나이트 마더의 통치에서 벗어난 유일한 나라였다. 사람들은 이곳에서만 밝게 빛나는 달을 볼 수 있었다. 달빛은 생명에게 은총을 내렸다. 달빛 숲 왕궁의 모든 사람은 피부가 희고 밝은 머리칼에 연한 푸른빛 눈동자를 지녔으며 외모가 아름다웠다. 태양과 격리되어 오랫동안 햇빛을 못 보기도 했고, 달빛의 은총으로 숲 가장자리의 컴컴하고 추악한 생물체와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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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공주와 여섯 난쟁이 제2권

티바트 대륙 전역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온 동화. 하얀 공주와 빛의 왕자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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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공주와 여섯 난쟁이 제3권

티바트 대륙 전역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온 동화. 하얀 공주와 빛의 왕자가 달빛 숲을 구하기로 결심하는 이야기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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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공주와 여섯 난쟁이 제4권

티바트 대륙 전역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온 동화. 하얀 공주와 빛의 왕자, 그리고 여섯 난쟁이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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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공주와 여섯 난쟁이 제5권

티바트 대륙 전역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온 동화. 여섯 난쟁이의 음모가 서서히 전개된다.

3.1.27. 황산고검록[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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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고검록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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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검이 번뜩이며 밤하늘을 가르고 별과 달의 빛조차도 앗아간다.
황량한 산에 쓸쓸한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외로운 검의 춤사위를 따라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비바람이 멎자 홀로 시골길을 배회하는 사람이 보인다.

곱슬머리에 매부리코와 큰 눈을 가진 그는 사람답지 않게 생겼다. 휘청휘청 힘겹게 발걸음을 옳기는 모습은 병든 환자 같기도 하다. 이 황량한 시골길을 걷는 모습이 사람이라기보다는 외로운혼령 같기까지 하다.

그는 사흘 밤낮을 굶고 눈도 붙이지 않은 채 길을 거닐고 있다.

사흘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름과 명검 한 자루 그리고 쇠락한 사문이 있었지만, 지금 그에게는 우환과 비애만이 남아 빗물과 함께 진흙 길에 떨어지며 땅을 적셨다.

사흘 전, 이름 없는 검객이 스승과 사매를 죽여 높은 산 차가운 눈밭에 묻어버렸고 몰아치던 눈보라도 불게[54] 물들어버렸다.

이제 그는 금칠십이랑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그가 사문의 72인 중 마지막 생존자이기 때문이다.

──────

얼마나 걸었는지도 모를 즈음, 뒤에서 수레 소리가 들렸다.

금칠십이랑은 몸을 길가로 비켜서고 발길을 멈춰 묻는다: 「도비장으로 가는 수레요?」

수레꾼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 길을 지나는 수레 중에 도비장으로 가지 않는 수레는 거의 없습죠」라고 말한다.

금칠십이랑은 다시 묻는다: 「그럼 그 수레에 사람 좀 태울 수 있나?」

수레꾼이 대답한다: 「수레야 태울 수 있지만, 나는 태우고 싶지 않습니다」

금칠십이랑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가는 길인데 왜 태우고 싶지 않다는 건가?」

수레꾼이 대답한다: 「그거야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나니까요」

「말이 많군」

입이 떨어지자마자 검광이 반짝인다. 수레꾼이 한기를 느끼고 발버둥 치기도 전에 수레에서 떨어져 숨이 멎었다.

금칠십이랑은 이런 사람이었다. 비록 모든 것을 잃고 얼어붙은 마음에 담력과 식견마저 쇠퇴했지만, 입씨름하는 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피로 물든 수레에 올라탄 금칠십이랑은 도비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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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고검록 제2권

(접기/펴기)
전설 속 머나먼 명상의 나라, 「도비」라는 단어는 허상을 불태우고 진실과 마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칠십이랑의 발아래 있는 이곳──황폐한 산기슭에 있는 외딴 이 길 만이 도비장과 세상을 연결하는 길이다.

날이 어둑해지고 비바람이 휘몰아친다.

금칠십이랑은 도비장과 별 왕래가 없었지만, 지금은 원수를 갚기 위해서 장주를 만나야 했다.

소수레가 질퍽한 옛길을 따라 황량한 산기슭에 다다르자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먹구름은 새하얀 달빛을 가리며 끝없는 어둠이 내린다. 금칠심이랑이[55] 어둠 속에 숨어 몸과 마음을 검게 물들인다.

땅거미 진 어둠 속에서 밝은 달빛이 장주의 머리 위를 비춘다. 도비장이 큰 마을은 아니었지만 장주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마을엔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감히 묻는 사람도 없었다.

그들이 아는 것이라곤 장주가 짊어지고 다니는 두터운 핏값과 새빨갛게 물든 눈동자뿐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검붉고 날카로워서 예리한 검처럼 언제나 사람 마음을 깊이 파고든다.
성격도 송곳처럼 날카로워 언제고, 누구든 찔러 죽일 것처럼 냉혹했다.

「시간이 다 됐군」
장주가 고개를 젓자 차가운 달빛이 그의 민머리 위에서 흔들린다.

장주의 저택 밖에선 악귀가 피 묻은 장검을 휘두르며 그의 부하를 하나하나 쓰러뜨렸다.
도비장엔 간악한 사람들만 모여있다지만 여러 문파들이 조약을 맺었기 때문에 섣불리 원수를 찾아와 도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금칠십이랑은 자신의 문파를 잃고 의협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는 굶주린 악귀처럼 고독하고도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쥔 채 원수의 피만을 갈망하고 있었다.

살기를 감싼 비바람이 검객의 몸에 묻어있던 피를 씻어냈지만 금세 또 새빨갛게 물든다...

검붉은 검객이 붉은 비안개 속을 나아간다. 몸은 이미 만산창이였지만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비바람 속에서 붉은 안개가 걷히자 검객은 악의로 가득 찬 발걸음을 이끌고 장주의 저택으로 향했다.

──────

문밖의 소리가 줄어들자 장주는 느릿느릿 술잔을 들어 올리며 허공에 술을 뿌렸다──
그건 살기를 머금고 찾아온 검객을 미리 추모하기 위함이거나 더럽혀진 자신의 혼령을 추모하기 위함이었다.

문이 열리자 금칠십이랑이 서 있었다. 그는 온통 피범벅이 되어 문 밖에 한 치 앞도 안보이는 비바람과 대비를 이뤘다.

「장주, 물어볼게 있어」

「꽤나 많은 목숨을 빼앗았군」

「더도 말고 덜도 없이, 딱 362명이야」

장주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관자놀이에 세워진 핏대는 그의 마음을 대변했다.

「아, 개도 한 마리 있었지」

검붉은 그림자가 뭔가를 술상으로 던지며 말한다──
그것은 집을 지키던 개의 뼈였다. 오랜 시간 끓인 듯 뼈는 깔끔히 발러져 있었다.

이 반 시진 동안 금칠십이랑은 마을에 있는 362명을 죽였을 뿐 아니라, 집을 지키던 개마저도 끓여서 국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 얼마나 잔혹하고,
얼마나 냉혈한가!

장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부르짖으며 칼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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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고검록 제3권

(접기/펴기)
소나기가 그쳤지만 날은 개지 않았다.

금칠십이랑은 장주로부커 원수의 소식을 듣게 됐다.
오늘날 도비장에는 주인 없는 빈 집과 원혼만이 남게 됐다.

아니다. 이 세상엔 귀신같은 건 없다.
왜냐하면 여긴 원소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기 때문에
망자의 기억도 원소와 공명하여 세상에 나타날 수 없다.

장주는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이다. 그의 빠른 검술은 김칠십이랑의[56] 몸에 수많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마음은 너무 늦었다.

여긴 원소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로
검술 또한 원소의 힘이 깃들어있지 않다.
검객은 전투 시 오직 체력만을 사용할 수 있을 뿐 원소는 사용할 수 없다.
몸의 일부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마음 가는 대로 행하는 게 바로 이 세계에서 「검」이라는 무기를 사용하는 비결이다.
장주는 쾌검의 고수이나 「마음」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여 일격에 쓰러지고 말았다.

금칠십이랑은 부서진 향로를 버리고 중상을 입고 쓰러져있는 장주에게 몸을 기울였다.

장주는 맹렬한 공격을 검객에게 퍼붓는 것에만 정신이 팔렸었다. 장주는 검객이 이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느라 비어있어야 할 검객의 왼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도비장의 장문인은 향로에 이마를 맞고 몇 바퀴 크게 구른 뒤 벽에 부딪히며 움직임을 멈추게 됐다.

「비열한 놈...」

하지만 바람소리만이 장문인의 말에 답할 뿐 피가 묻은 향로를 손에 든 악당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네놈이 찾는 이는 도비장 뒤의 황산에 있느니라...어서 죽으러 가....」

악당이 떠나자 바람소리와

산불이 일어나는 소리만이 그에게 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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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고검록 제4권

(접기/펴기)
무지개가 흩어질 때까지 기다린 금칠십이랑은 황산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이 「황산」은 천제가 도검으로 깎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을만큼 험준하기 그지 없다.
또한, 황산은 대지의 어머니의 눈물이 스며들어 소금기가 가득하여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다는 소문도 돈다.

과거 황산은 금옥 광산으로 유명했으나 한 번의 지진 이후 광산이 무너지며 광부들이 매몰되었다.
그 뒤론 황산에서 광산 산업을 재건하려고 시도한 이는 아무도 없어 사악한 맹수와 도적들이 동굴 안에 숨어들게 됐다.

수많은 맹수와 도적들 사이에 금칠십이랑의 원수가 숨어있다.
검객은 어깨를 살짝 기울인 채 쩔뚝거렸다. 앞서 도비장주가 남긴 검상이 그를 계속 방해한다.

검객은 이 황산의 바위 사이에서 수많은 눈동자가 그를 지켜보며 그의 상처 입은 맹수 같은 기운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피가 낭자했던 기나긴 세월은 금칠십이랑의 감각을 아주 민감하게 만들었다.

금칠십이랑은 아무런 생명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황산에 천라지망이 펼쳐져 있다는 걸 예감한다.
어둠 속에 숨어있는 도적들은 그가 협소한 동굴에 발을 들이거나 좁은 바위 사이를 지나거나 혹은 무너진 광산을 지날 때 그를 처리하려고 기다렸다.

하지만 현재 표면적으로 볼 때 험준하기 그지없는 황산 자체도 금칠십이랑의 무덤이 되기에 충분했다.
부상을 입은 검객이 절뚝거리며 절벽 옆으로 나있는 오솔길을 힘겹게 나아갔고 때때로 조약돌이 발길에 치여 절벽 밑으로 떨어졌다.

이와 동시에 메말라 죽은 소나무가 있는 절벽 위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이 보잘것없는 나그네를 내려다봤다.

「산기슭에 오기 전부터 부상을 입은 상태였으니 험난한 산길에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혼자 발을 헛디뎌 심연으로 떨어질 게야」
빼빼 마른 할멈이 말했다.

그녀가 곁눈질로 째려본다. 파란색의 눈동자 안에 냉혹한 죽음의 기운이 가득하고 바위 사이에 숨어 있는 독사의 이빨처럼 날카롭다.

「안 돼!」
할멈 옆에 있던 뚱뚱한 영감의 목소리가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저놈은 전에 도비장의 363명 목숨을 앗아간 놈이야. 쥐새끼 한 마리 살려보내지 않았지...
「비록 도비장주의 검에 상처를 입어 움직임이 불편하다고 해도 절대 방심해선 안 돼!」

「흠...」
할멈은 기분 나쁜 콧김을 뿜고 고송 사이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
영감은 절름발이 검객을 잠시 바라보다 튀어나온 배를 만지며 천천히 사라졌다.
고송 한 그루, 잡초 하나 건드리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러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궂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산비 속에서 부상을 입은 금칠십이랑은 검을 지팡이 삼아 힘겹게 나아갔다.
하지만 그는 출혈과 추위에 못 이겨 바닥에 넘어졌다.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전, 파란색의 옷이 눈앞에서 펄럭였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었다.

3.2. 배낭[편집]

3.2.1. 바위 신의 전설[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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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신의 전설: 개척의 신

암왕제군이 「개척의 신」으로서 남긴 전설
(접기/펴기)
──개척의 신──
리월항의 탐험열이 가득한 모험가들은 바위 신을 「개척의 신」이라고 경배한다.
전설에 따르면 선조들의 완강한 개척 정신과 바위 신의 가호로 인해 리월항이 건설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리월항에서 출도한 모험가들은 자신들도 첫 번째 개척자들과 같이 바위처럼 강인하고 단단한 의지를 가지길 바란다.

3.2.2. 신과 함께[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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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프롤로그

「만약에 신이 있다면 우리의 생활이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이성적이고 유머러스한 서술에서 작가와 함께 「신」이라 불리는 안개를 걷는다
(접기/펴기)
신과 성당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티바트 대륙을 바라보면, 바람의 신 바르바토스가 몬드성에서 자취를 감춘 뒤에도, 몬드성 주민들은 여전히 수천 년 동안 내려온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위에서 몬드성 주민들을 살펴보면 그들의 편안하고 소탈한 성격이 보인다. 몬드성은 쾌적한 날씨로 의식주 걱정이 전혀 없고, 심지어 남은 식량으로 술까지 담글 수 있다. 이런 환경이그들의 성격을 더욱 소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바람의 신 바르바토스는 그들에게 술을 담그고 즐기는 것을 가르친 적이 전혀 없다.

그러나 난 독자들에게 신은 불필요한 게 아니라 필요한 존재라고 믿게 하고 싶다. 간단히 예를 들어 만약 바람의 신 바르바토스가 신력을 사용해 따뜻한 계절풍을 몬드성 주변으로 끌고 오지 않았다면, 몬드성은 술을 빚을 만큼의 충분한 식량을 수활할 수 있었을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몬드성은 내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바르바토스의 힘이 없었다면, 식량은 일상생활을 하기에도 부족했을 것이다. 역사책에서 훨씬 더 이전의 몬드를 살펴보면 몬드가 자리한 지역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서, 술은 커녕 생존도 아주 어려웠다. 바람의 신 바르바토스의 힘이 이를 변화시킨 것이다.

서론이 길지만 나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신의 힘으로 현재의 모든 환경이 만들어졌으나, 우리의 생각과 논리, 문화, 철학, 그리고 심미관 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신 그 자체가 아닌 우리 주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환경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길 바란다. 이 책의 제목처럼 티바트 대륙의 인간들은 줄곧 신과 함께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동행일 뿐이다.

3.2.3. 천년의 고독[편집]

리사의 전설 임무인 모래시계의 장 제 1막의 최종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책. 설명에는 제 1편이라고 되어있지만 단권으로 끝난다. 사실 백년의 고독의 패러디로,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은 마찬가지로 을 의미하는 골드슨(...)이라는 이름으로 패러디되어있다. 스페인어 원전을 중국어를 거쳐 중역을 해버렸기 때문인지, 과거-현재-미래를 모두 담은 특유의 첫 문장이 미래시제(!)로 표현된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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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고독

샘물 마을 사냥꾼의 기묘한 비극의 시작. 대체 불행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이고, 천년의 고독한 여정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천년의 고독>> 제1편, 골드슨의 몽환적인 일생을 파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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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뒤 골드슨이 자기가 설치한 불행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면 분명 아버지가 그를 데리고 성에 들어가 하르파스툼 축제를 즐겼던 그날 오후를 떠올릴 것이다.
골드슨의 일생은 의심할 필요도 없이 불행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불행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샘물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곳의 사냥꾼들은 샘물 정령의 가호 아래 근심 걱정 없이 살아간다.
골드슨이 7살이 되던 그날 여름, 그의 아버지는 그를 데리고 몬드성에 가서 하르파스툼 축제의 서커스 공연을 관람했다. 이건 골드슨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에 들어간 것이고 사탕과 바비큐의 향기, 오색찬란한 종잇조각과 등불, 멧돼지를 조련한 피에로와 마술사가 그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골드슨은 아버지가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 「높이 쌓기 시합」이라는 글귀가 적힌 문을 통과하고 그와 점점 멀어지는 것을 어렴풋하게 바라봤지만 반짝거리는 샘물 정령에 정신을 팔게 된다.
그가 좀 더 크면 축제의 정령들은 일당 20모라로 고용한 배우라는 걸 알 수도 있었겠지만, 얼니 그는 상상력이 넘쳤다.
골드슨은 샘물 정령의 따뜻한 이야기에 빠지게 됐고 천년 동안 반복되는 꿈속으로 홀로 탐험을 떠난다. 한 모험가의 꿈속에서 그는 오래된 조각상의 입에서 맛있는 빨간색 잼이 나온느 걸 보게 된다. 골드슨이 자세히 살펴보려고 할 때 소란에 의해 꿈에서 깨고 만다.
「어서 도망쳐!」 과즙과 소스로 범벅되어 있는 질겁한 아버지의 질겁한 얼굴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골드슨은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거대한 고기탑이 관중들의 경악 소리를 타고 점점 이쪽으로 기우는 것을 보게 됐다——

골드슨의 아버지는 도망치다 뚱뚱한 아주머니와 부딪히며 허리를 삐끗하게 됐고 다리가 풀리며 아들을 깔아 뭉개고 만다. 그 뒤를 이어 기울어지던 고기가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부자를 덮치고 말았는데....
기사단은 3일 동안 광장 가득 널려있던 고기와 야채, 그리고 각종 식재료들을 모두 정리하고 육즙에 홀짝 빠진 관중들을 데려갔다. 그리고 이제부터 파르파스툼 축제는 모두 성 밖에서 개최한다고 선포했다.
이렇게 골드슨의 집은 하룻밤 사이에 사냥꾼 두 명이 줄고 환자 두 명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들이 얻은 유일한 보상은 바로 이틀 뒤에 건네받은 챔피언 금메달이었다.

3.2.4. 비행 가이드[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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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가이드

초보들을 위한 바람의 날개 사용 가이드. 몬드성 비행 허가증을 따기 위한 필독서. 바람의 날개 사용 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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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행 전 심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세요.

2. 날아오를 때는 윈드 필드를 이용하거나 높은 곳이 좋습니다.

3. 바람의 날개를 사용해 비행할 때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유의하여 평형을 유지하세요.

4. 공중 교통 상황에 주의하고 비행 면허 번호에 규정된 일자에 바람의 날개를 사용하세요.

5. 착륙 시 평형을 유지하고 안전한 고도에서 바라므이 날개를 접으세요.

6. 음주 후 바람의 날개를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규칙 위반 사례:

1. 딸을 기쁘게 해주려고 몬드 백성 루돌프는 자신의 집 2층에서 바람의 날개를 펼치고 뛰어내렸다가, 왼쪽 다리가 부러지고 엉덩이 근육에 타박상을 입었다. 하마터면 릴리 아가씨는 아버지를 잃을 뻔했다. 루돌프는 1년 비행 금지 처분을 받는다.

2. 관광객 앨리스는 바람이 시작되는 곳에서 바람 슬라임을 터트리고 폭발 기류를 만들어 고공으로 날아올랐다. 이 '전설적인' 모험가는 공중에서 멋진 동작으로 몬드 백성들의 갈채와 호평을 받았다. 페보니우스 기사단 단장 대행 진은 그녀를 만나 외출 금지 10일 처분을 내렸다.

3. 술친구에게 자신의 「현란한 연주 솜씨」를 자랑하기 위해 음유시인 조셉은 바람의 날개로 비행하면서 리라를 연주하고 공중에서 자신이 방금 창작한 노래를 부르려고 고집을 부렸다.

바람 속의 구슬픈 울부짖음과 뒤죽박죽인 연주 소리가 10분 넘게 이어진 후, 몬드 시민들은 「바르바토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육손의 조셉」이 소원을 들어주는 분수에 처박히는 것을 목격했다. 다행인 것은 바르바토스는 분수가 없는 사람들을 늘 가엽게 여긴다는 점이다. 리라와 바람의 날개가 심각하게 망가졌지만 조셉은 타박상만 좀 입었을 뿐이었다. 위험한 비행으로 시민에게 민폐를 끼쳤기 때문에 조셉은 비행 5년 금지와 봉사활동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엠버의 전설 임무인 토끼의 장 제 1막은 비행 면허를 따는 스토리로 이 책은 임무 도중에 얻어야 하는 책이었지만, 엠버가 책을 잘못 가져오는 바람에 최종 보상으로 얻게 된다. 여섯 줄의 짤막한 주의사항에 더해, 세 건의 위반 사례가 적혀있다. 세 사례의 주인공들 중 두 사람은 몬드성에서 만나볼 수 있고, 나머지 한 사람은 클레의 엄마이며 아래의 티바트 유람 가이드의 저자이기도 한 앨리스다.

3.2.5. 고화파의 대사형[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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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파의 대사형

상구야가 쓴 소설. 두께와 무게만 봐도 그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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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구야가 쓴 소설. 선천적으로 약한 소년이 고화파 장문인에게 거두어졌고 비록 수행은 하지 못하나 고화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후 고화파가 쇠락하고 장문인이 돌아가신 뒤 마지막엔 오직 그와 청소하는 노인만이 남게 된다. 하지만 그는 전대 장문인에게 보답하고자 홀로 문파를 지키고 홀로 문파의 절기를 단련하며, 문파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는다. 그는 비록 신의 눈과 신병이기를 지니지 않았지만 무수히 많은 도전자를 물리치고 이나즈마에서 온 사매도 거두게 된다.

이후 전 세계가 불안해지기 시작할 때 이나즈마가 고향인 사매가 갑자기 말도 없이 떠난다. 소년은 드디어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제일 먼저 바다 멀리 있는 이나즈마를 첫 번째 목적지로 삼는데…

3.2.6. 기형경[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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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경 玑衡经

고대 사람들이 암왕제군과 선인 야차들을 기리는 주문이자, 고대 바위 신앙의 문헌 중 하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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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원소 중 바위만이 불멸하다.
天地诸元, 唯岩永固。
자랑스러운 전통 아래 불멸의 바위가 세워졌다.
固岩之本, 在于正宗。
거룩하신 바위 신의 율법은 정의롭고 지혜는 현묘하기 짝이 없다.
明规善矩, 岩王妙玄。
그가 선악을 평단하고 세상을 정화하니,
平断善恶, 净流清海。
세상을 위협하던 악이 처단됐다.
离诸危厄, 镇灭妖魔。

그는 세계의 혼란을 막기 위해 질서를 세웠다.
玑衡既立, 洪流稍却。
선인을 이끈 야차가 선봉에 서니,
又率诸仙, 夜叉登先。
사람들은 기세등등해졌고 악마들은 겁에 질려 도망쳤다.
民人勇健, 鬼物悚然。
바위 신께선 바위를 조각해 산을 만드셨다.
帝君塑岩, 投之成山。
바다의 마수가 침몰하니, 고귀한 선이 마침내 승리한다.
海魔既伏, 诸业善焉。

마수는 비록 패배했지만, 영혼이 남아 복수를 꿈꿨다.
诸魔虽定, 魂魄毋息。
해연에 깊숙한 곳으로 떨어진 마수는 발버둥쳤다.
堕于海渊, 蠢蠢虬挛。
증오가 그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분노가 그의 이성을 잠식하니,
忿怒愚痴, 怨憎嗔恚。
그는 어리석게도 강과 바다를 더럽히고, 악마들이 탄생하였다.
流毒江海, 邪鬼孳生。
악마들의 침입은 원한에 빠진 마물에 의해 일어났다.
邪鬼瘴疠, 出于怨魔。

바위 신의 명을 따른 다섯 호법이 있었다.
有五护法, 岩王遣之。
그들은 악을 뿌리뽑고 원한을 잠재우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祓孽除恶, 平怨止嗔。
싸움으로 산과 바위가 흔들리고 황금빛이 번쩍이니,
山崩岩动, 金光如狂。
악마들과의 싸움에서 오직 한 명만이 살아남았다.
凶蛮险恶, 五者余一。
홀로 남은 금붕 야차가 세상을 수호하니,
金鹏夜叉, 护坚壁安。

세상은 이때부터 예전과 같이 다시 평화로워졌다.
自此为始, 复年如故。
선인들은 속세를 떠나 절운간으로 향했고,
诸仙人者, 超绝云间。
야차 또한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났다.
诸夜叉者, 不知终焉。
이 미천한 희생으로 망혼들을 달랠 수 있길.
以此牺牲, 慰诸亡魂。
이 등불로 바위 신께 고하니라.
以此灯火, 祭告帝君。

3.2.7. 석서 수록집[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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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서 수록집 · 권1

고대 역사가 ??이 리월 옛 역사가 기록된 석판 명문을 번역, 편찬하여 만든 사서. 간단하고 자잘한 내용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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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바위 신이 강림하여 바닷물을 빼고 천형산을 세워 파도를 잠재웠다. 그 결과 백성들은 평화를 얻었다. 그들은 산에 들어가 옥을 발견하여 바위를 뚫고 터널을 만들며, 돌을 쌓아 산채를 건설했다. 그 산채에서 나온 옥은 빛을 발하는 「산휘채」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때엔 천형산에 사는 거주민들 모두가 광산에서 생계를 이어가며 번창하여 천리 내에 가난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주석: 오늘날 산휘채는 「산휘암」이라 불리게 됐고 오래전에 무너져 내리며 바위로 변해 그때의 모습은 모두 사라졌다.

···

흙의 마신인 귀종자는 바위 신과는 친한 사이로 천형산의 경계병들에게 「귀종기」라는 강노를 선물했다. 또 주민들을 천형산 북쪽에 데려가 땅을 개간하며 농업으로 생계를 잇게 했다. 한창 땐 논과 밭이 저 멀리 석문까지 이어졌다. 귀종은 바위 신에게 「내가 할 일은 모두 끝냈으니, 오늘 떠날 것이다. 사람들은 고행에 돌아온 것처럼 여기며 평안하게 지내니 돌아오고(귀:歸) 떠나는(리:離) 평원이라는 이름보다 나은 게 무엇이 있으리」라고 말했고 바위 신은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귀리 평원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지어지게 됐다.

주석: 후에 마신들이 찬탈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고, 그것은 그 땅에 재앙을 가져왔다. 선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싸웠지만 귀리 평원이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흙의 신 귀종 또한 마찬가지였다. 암왕제군이 사람들을 천형산 남쪽으로 데리고 간 뒤 귀리 평원은 버러져[57] 더 이상 과거 번영됐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됐다.

···

바위 신이 마신들을 평정하고 선인 야차가 제자리를 찾자 리월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천 년간 이어진 마신 전쟁으로 인해 밭이 모두 파괴됐고 이에 따라 리월 사람들은 상업과 제조업을 생업으로 살 게 됐다. 그중 특출난 사람들이 「칠성」이라는 이름으로 연합을 하며 리월항의 형태가 만들어지게 됐다.
칠성 아래엔 8문이 있고 안팎으로 하지 않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천암군 또한 칠성의 명에 따라 민중들을 다독이고 요마들을 진압했다. 이것이 바로 암왕제군의 치세이다.

3.2.8. 천형절 시집[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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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형절 시집

고대 도사 평산거인이 만든 가벼운 시집. 수록되어 있는 작품의 질이 좋지 못하지만, 리월의 젊은 시인과 자신이 시인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시가 애호가들 사이에서 널리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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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형편없는 실력을 지닌 마을 사람이 두는 바둑을 구경한다. 하나는 기술이 부족하고 하나는 전력이 떨어진다.
검은 돌과 흰 돌이 마구잡이로 놓이는 걸 바라보며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구경만 한다.

두 번째
기이한 형태의 바위 위에선 기이한 풀이 자라니 천연적으로 자란 분재는 자를 필요가 없다.
콜 라피스와 옥, 그리고 예상꽃 모두 항구 도시의 얼간이들을 유혹한다.

세 번째
절운간엔 또 다른 하늘이 있는데, 이는 단 한 번도 속세에 전해지지 않았다.
새와 짐승이 바로 선인이라는 소식이 바람 타고 천리만리 전해지네.

네 번째
비단과 같은 흰색과 소금과 같은 고운 모래가 바로 절묘한 골동품이다.
부자들은 이를 쓸어 집 밖으로 버리지만, 난 그것이 우리 집을 마음껏 돌아다닌다 자랑한다.

다섯 번째
물소리가 자장가처럼 귓가에 울리니, 낚싯대를 던져놓고 잠을 잔다.
이웃 국가의 바람 신은 예절이 없다. 낙엽을 사방으로 날려버리며 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경책산에 봄꽃이 가득 피며, 꽃향기가 사방을 가득 채운다.
억새풀은 가을에 깃털 옷으로 치장하니, 이를 수확해 옷을 만든다.

일곱 번째
바위 신은 이 산을 만들 때 커다란 만도 함께 만들었다.
층층이 쌓인 절벽은 웅장하고, 이 도시의 거리는 즐길 거리로 가득하다.

여덟 번째
무더운 여름,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바람이 깔아준 나뭇잎을 침대 삼아 잠을 잔다.
하지만 모기들이 자비를 베풀지 않고 나를 물어뜯으니, 부리나케 집으로 도망간다.

아홉 번째
저녁을 먹고 해변에 앉아 수염을 쓰다듬으며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을 수놓는 별들은 마치 그물처럼 달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잡아주네.

열 번째
값비싼 야박석을 보기 위해 비운 언덕에 오른다.
푸른 돌이 왜 이리도 비쌀까? 이걸 살 바엔 차라리 옥경대에서 술이나 마시련다.

3.2.9. 왕과 왕실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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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왕실사 · 차례

유구하고 기복이 많은 몬드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힘쓴 학술 서적. 북대륙 역사학회가 공동 편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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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시대에 몬드의 참주들은 역사를 편찬한 적이 한 번도 없고 민간에서 역사 풍자시가 전해지는 걸 금지했다. 이는 그들이 자신들이 타락했다는 걸 알기에 자신과 용맹하던 선조들이 역사 책에 비교당하며 같이 적히는 걸 피하기 위함이라고 전해진다.

어찌 됐든 역사의 바람은 높은 성벽으로 인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본 책은 제왕 시대부터 귀족 멸망이라는 기간 동안의 역사를 다시 발굴하기 위해 귀족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전해진 노래와 전기를 정리하고 고대 유적을 조사했다. 수많은 역사적 세부 사항은 이미 조사가 불가하기 때문에 왜곡된 게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사 책이 후발자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최소 그들이 더 많은 진실을 발굴하는 동기부여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전체는 총 3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열풍의 고탑의 왕과 북풍의 늑대왕」[58], 바르바토스가 강림하기 이전 구 몬드의 서리 제왕들이 투쟁하던 시대의 역사를 편찬했다. 「몬드의 개척 시대」, 바르바토스가 몬드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이후 몬드의 선조들과 귀족 선조들의 몬드 대지 개척사를 편찬했다. 「참주, 귀족 자제, 그리고 반항아」, 구 귀족들이 몬드에서 오랫동안 통치했던 시기를 편찬했다.

어쩌면 독자들은 이 책이 후인들에게 본보기가 되길 바라겠지만 그건 절대 내 뜻이 아니라는 점 밝힌다. 바르바토스 님이 하사한 「자유」 또한 과거의 족쇄를 벗고 진실의 찾는 자유를 얻은 것이니만큼 난 본 책이 과거에 금지됐던 이야기들이 최대한 사실적으로 독자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3.2.10. 군힐드 전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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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힐드 전기

근대 몬드 역사가 에크하르트 · 군힐드가 귀족 시대의 자잘한 전설을 선별해 저술한 역사 저서로, 가문의 선조인 군힐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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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바토스 님의 시원한 바람이 독자들이 두 눈을 밝혀주고 몬드의 자유의 바람이 오랫동안 불 수 있길 바란다.

군힐드 가문은 오랜 전설에서부터 시작됐다. 그건 3천 년 전, 「고탑의 왕」 데카라비안과 「북풍의 왕」 안드리우스이[59] 전투를 벌이던 시대다. 이때 몬드는 황량한 얼음벌판이었고 군힐드는 유민들 중 가장 거대한 부족의 지도자였다.

군힐드의 아버지는 과거 데카라비안의 부하였다. 그는 왕의 삐뚤어진 폭정을 참지 못해 부족을 데리고 폭풍이 휘몰아치는 고성에서 도망쳐 나온다. 하지만 성벽 밖의 황무지는 생존하기 어려워 밖으로 나온 유민들은 폭군으로부터 탈출했다고 해도 끝없는 눈보라 속에 갇히게 됐다.

부족민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 천풍 속의 정령이 군힐드의 기도를 듣게 된다. 족장의 어린 딸의 간절한 바람과 눈보라 속에 덮인 유민들의 외침은 이렇게 신앙으로 변하게 된다. 신앙이 바람의 정령 옆에 모여 시냇물이 모여 강이 되듯 바람의 정령에게 큰 힘을 가져다주게 된다. 이렇게 그는 이 부족에게 조그만한 피난처를 제공하고 수호의 힘을 족장의 딸에게 나누어주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군힐드는 이 무명 부족의 족장이자 첫 여자 제사장이 되어 부족민들을 수호하기 시작했다. 바람 신 바르바토스가 무심한 왕[60]에게 도전했을 때 그녀는 부족민들을 데리고 신의 분노를 직시했다. 마침내 바르바토스가 광풍 아래 폭군의 백성들을 해방시키자 그녀는 처음으로 탄생한 바람 신에게 월계관을 씌워드렸다.

이후 바람 신 바르바토스가 떠난 뒤 몬드의 대지엔 귀족들이 생겨났다. 비록 신력을 가진 통치자들이 천년 뒤에 부패와 폭정을 일삼았지만 바르바토스 본인도 이러한 미래가 올 거라는 것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군힐드의 후대는 몬드의 고귀한 왕족 중 하나였다. 하짐나 악행을 일삼는 로렌스 가문과는 달리 군힐드 가문은 「평생 몬드를 수호하라」는 가훈을 품고 최선을 다해 몬드의 사람들을 수호했다. 귀족 전복 투쟁에서도 그들은 몬드 민중들의 편에 서서 쫓겨나지 않았다.

오늘날의 군힐드 가문은 페보니우스 기사단을 위해 위대한 프리스트와 용맹한 기사를 배출해냈다. 따라서, 이 가문은 조상들의 이념과 바람 신의 당부를 영원토록 지키며 몬드의 땅과 사람들을 수호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3.2.11. 호법선인야차록[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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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법선인야차록

수메르 학자 메수디가 쓴 민속 백과사전 《유리암과 국토 사이 기행》의 리월 버전 《유리 구름과 달 사이》. 글이 어렵고 내용이 심오해 서적상과 독자들에게 외면당했다. 《호법선인야차록》은 그중 한 편으로 바위 신과 함께 싸웠던 여러 야차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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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리월에는 역병이 빈번했다. 마신들의 전란에 패한 자는 암석에 눌려 흙으로 화하여 천지의 순환에 회귀하였도다. 어떤 혼백은 굴복하지 않고 사악한 요마가 되었고, 요마들이 설치자 역병과 귀신, 괴물들이 생겨났도다.
이들은 대지를 망치고 강과 바다를 어지럽히며 백성을 도탄에 빠뜨렸다.
요마는 마신의 원한이로다.

[고대 리월에는 전염병이 자주 돌았다. 누군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마신들의 전란이 끊이지 않고, 패한 자가 단단한 암석 밑에 눌려 흙으로 변한 후 천지의 원소 순환으로 회귀했다. (마신의) 혼백은 한이 서려 굴복하지 않고 요마로 응집되었다. 요마들이 난동을 부릴 때마다 전염병과 귀신, 괴물들이 탄생했다. (요마는) 대지를 황량하게 만들고 강과 바다를 어지럽게 만들어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요마라 함은 사실 (처치 당한) 마신이 남긴 원한이다]

바위의 신은 야차를 소환하여 요마를 섬멸하였도다. 야차는 리월의 신수로, 성정이 난폭하고 용맹하여 법을 수호하기 위해 살생을 벌였다. 특히 부사, 응달, 벌난, 미노, 금붕, 이 다섯[61] 특히 강했다. 이들은 바위의 신을 따르며 요마와 전투를 벌여 역병을 없앴기에 「선중야차」라 불린다.

[바위의 신은 야차들을 소환하여 요마를 처치했다. 야차는 리월의 신수인데, 성질이 난폭하고 전투에 강해서 바위 신의 통치를 수호하기 위해 살생을 감행했다. (야차 중) 가장 강한 다섯은 부사, 응달, 벌난, 미노, 금봉[62]이다. 이 다섯 야차는 바위의 신을 따르며 요마와 거듭 전투를 벌여 전염병을 없앴기 때문에 「선중야차」라 불린다]

「선중야차」는 오랫동안 바위의 신을 수호하며 재액을 멸하였도다. 야차는 강력한 힘을 지녔지만 업장에 묶이고 원한에 오염되었다. 분노나 공포에 사로잡혀 상잔을 벌이다 죽거나 마물이 되기도 했다. 천 겁의 세월 후 다섯 야차 중 셋은 비명횡사했고, 하나는 행방불명, 나머지는 생사를 알 수 없으며, 오직 금붕만이 남았을 뿐이다.

[「선중야차」는 바위의 신을 수호하고 세상의 각종 재난을 멸하며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강력한 힘을 지닌 야차들도 업장에 묶이고 (마신의) 원한에 오염되었다. (그들 중) 알 수 없는 분노와 공포에 빠져 서로 죽이거나 주화입마에 빠진 야차도 있었다. 천 년의 시간 후 다섯 야차 중 셋은 비명횡사했고 하나는 실종되었으며 나머지는 생사 불명이다. 금붕만이 아직 살아있다]

금붕, 호는 「황금날개천붕왕」, 또는 「항마대성」이라고도 불린다. 그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다. 봄의 해등절에 고운각 상공의 빛을 바라보며 리월 백성들은 「호법야차가 마수를 토벌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적화주에서 누가 부는지 알 수 없는 피리 소리가 들려오면, 「야차가 오래된 벗을 부르고 있다」라고도 한다.

[금붕, 호는 「황금날개천붕왕」이고, 「항마대성」이라고도 불린다. 그가 어디에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봄 저녁 해등절이 되면 고운각 상공의 빛을 바라보며 리월 백성들은 「호법야차가 마수를 토벌하는 중이다」라고 말한다. 또 적화주에서 누가 부는지 모를 피리 소리가 들려오면, 「야차가 옛 친구를 부르고 있구나」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신통력이 대단한 자는 큰 고통을 겪는다. 모든 친지와 벗을 잃고 업장을 쌓아 영원한 분노에 갇힌다. 과거의 원한이 적이 되어 보답도 받지 못하고 벗어날 수도 없다. 이는 영원한 배고픔에 시달리는 아귀의 고통과 흡사하며 끝이 없다.

【따라서 신통력을 지닌 자는 반드시 극한의 고통을 겪는다. (야차는) 모든 친지와 친구를 잃고 너무 많은 업장을 쌓아 영원히 분노에 사로잡혀 살아야 한다. 과거에 남겨진 분노와 원한이 적이 되어 보답을 받지도 못하고 벗어날 수도 없다. (이런 고통은) 영원한 배고픔에 시달리는 아귀의 고통 같으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다】

3.2.12. 파손된 노트[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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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손된 노트

누군가가 쓴 노트. 이곳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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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시계에 적혀 있는 글은 바람의 신전 해시계에 새겨진 글과 연결된 것이다. 네 구절을 하나로 이어야 완전해진다.

바람의 신전과 이곳은 『시간』과 관련된 마신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재미있군. 시간의 신전이 시간 속으로 사라졌다니...

그리고 옛 서책에서 일부 학자들도 『바람의 신』과 이 마신이 특별한 관계라고 여기고 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곳에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다...아마도 원소 흔적 같은 게...

그리고 어떤 시간대에 이 주위가 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그 시간대는 새벽 2시에서...5시 전까지인 것 같다...

옆에 해시계가 있지 않나. 그 시간대에 해시계 바늘 그림자도 바로 밑을 가리키고 있어서 눈에 확 띈다. 시간을 바로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내겐 『신의 눈』이 없다. 이상하다는 것을 느껴도 추측일 뿐이지 증명해낼 방법이 없다.

정말 안타깝다. 이 시대에 『신의 눈』이 없는 학자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구나...

3.2.13. 기사단 매뉴얼[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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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 매뉴얼 · 제5판

몬드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언행 수칙. 단장 대행 진이 직접 수정했다. 기사라면 해당 수칙에 따라 자신의 언행을 주의해야 한다.
(접기/펴기)
본 매뉴얼은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지도 강령 중 하나이다. 페보니우스 기사단 단원은 본 매뉴얼을 정독하고 업무와 생활에서 엄격히 자신을 통제하며, 올바른 자세로 몬드 시민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일원으로, 기사의 3대 덕목인 겸손과, 신의, 자율을 지켜야 한다. 3대 덕목은 몬드의 자유를 지탱하는 기둥이다――책임이 뒷받침되지 않는 자유는 없다는 걸 명심하라.

기사는 일상의 언행에서 이 덕목을 실천해야 한다. 따라서 본 매뉴얼은 기사단의 바른 언행을 다음과 같이 규범한다.

1.
페보니우스 기사로서, 몬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모든 사물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시민이 필요로 할 시 자진하여 돕는다.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본분이다.

2.
먼 곳에서 온 객상을 존중하고 공손히 대해야 한다. 상대가 수상해 보여도 의심하거나 적의를 드러내면 안 된다.

좋은 예시:
「낯선 여행자/상인/손님, 몬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신분과 목적지를 밝혀주세요, 페보니우스 기사단에서 안전을 책임지겠습니다」
*엄수: 반드시 경어를 사용한다.

안 좋은 예시:
1. 「어이! 당신, 거기 서! 수상한 녀석/어슬렁거리는 녀석/외지인/못 보던 녀석, 신분을 밝혀!」
2. 「다른 세계에서 온 여행자/떠도는 야수/커져가는 폭풍우, 바람과 목가의 성에 온 걸 환영해!」
*엄수: 거칠고 무례한 말을 자제한다. 특히 객상이 오해할 만한 이상한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3.
시민과 객상 앞에서 게으름 부리거나 피곤해하지 말라. 올바른 기사라면 항상 시민을 위해 자신의 검과 땀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휴식이나 여가 시간, 무료할 때에도 기사다운 모습을 유지하며 언제라도 업무에 투입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좋은 예시:
1. (쉴 때) 「몬드의 안전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항상 안전에 책임져야 해」
2. (음주하며 잡담할 때) 「기사로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이해해야 해」
*엄엄수: 당장 업무가 없더라도 해찰하면 안 된다.

안 좋은 예시:
1. (보초 설 때) 「마셔도 줄지 않는 사과주가 있으면 좋을 텐데. 휴…」
2. (쉴 때) 「노――엘――!」
*엄수: 단장 대행은 노엘에게 업무를 미룬 게으른 기사를 기록하고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행위로 휴가가 줄고 처벌을 받게 된다. 앞으로 해찰하기 전에 대가를 생각해보고 신중하길 바란다.

4.
몬드가 술로 유명한 도시지만, 기사로서 자신을 통제해야 한다. 보초를 설 때는 금주해야 하며, 특히 미성년자에게 술을 권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한다.
*주의 기사단의 미성년 기사의 음주를 금하며, 술집 등과 같은 장소에 출입하려면 어른을 동반해야 한다.

5.
(최근에 추가) 요새 성에서 우인단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사단 일원은 근무 외 시간에 외부인에게 기사단 부서와 활동에 관한 정보를 누설하면 안 된다.

6.
예상치 못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기사로서 몬드의 시민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시민의 질문을 받았을 때, 침착한 태도로 시민들이 스스로 보호할 수 있게 안내해야 한다.

좋은 예시:
1. 「당황하지 마세요. 페보니우스 기사단이 최선을 다해 몬드를 지킬 겁니다!」
2. 「위기에 처했을 땐 긴장하지 마시고 두 팔로 머리를 감싼 뒤 웅크려 앉아 중요한 부위를 보호하세요」
3. (최근에 추가) 「바르카 대단장이 지금 몬드에 안 계시지만, 단장 대행이 이번 위기가 잘 해결되도록 우릴 이끌어주실 겁니다」
*엄수: 3번째 예시는 대단장님이 부재중일 때만 사용한다.

안 좋은 예시:
1. 「여태까지 한번도 듣도보도 못한 상황입니다…」
2. 「이런 규모의 재해라면 기사단도 힘들어요…」
*엄수: 정말 예상치 못한 상황이어도 시민들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거나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실력을 의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7.
먼 곳에서 온 객상에게 주도적으로 몬드성의 서비스 센터와 유명한 관광 명소를 소개하고, 원하는 객상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좋은 예시:
1. 「처음 온 거라면 몬드성 대성당에 가보는 걸 추천합니다」
2. 「정말 피곤할 때는 「천사의 몫」에 가서 몬드의 유명한 술을 마셔보세요」

8.
동료와 파트너에게도 겸손과 신의를 지켜야 한다. 동료 앞에서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믿음으로 대해야 한다. 기사단 일원의 동료애와 단결은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좋은 예시:
「정말 훌륭해. 방금 전 전투에서 많이 배웠어!」
*엄수: 과장된 말투보다 존경심과 우정을 보여주도록 하자.

9.
몬드의 수호자이자 바람 신의 방패로서, 페보니우스 기사단 일원은 몬드의 규범과 제도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근무 외 시간에 공공 재산이나 시민 재산에 손해를 끼치면, 평가 후 급여와 상여금에서 손해 금액에 맞춰 일정액을 공제한다. 정식 급여가 없는 미성년 일원은 일정 시간 감금으로 벌금을 대신한다.
*주의: 몬드 수역의 어류는 시민의 공공 재산이나, 어떤 이유로도 이를 해치면 안 된다!

10.
페보니우스 기사단 일원은 항상 낯선 사람과 사물을 경계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상대에게 악의가 없더라도 이해관계를 분명히 설명하고 몬드성의 규범과 풍습을 친절히 설명해야 한다.
*(최근에 추가)엄수: 행적이 수상한 외국 외교관들을 더욱 엄밀히 살펴야 한다.

11.
페보니우스 기사단 일원은 마찬가지로 하늘의 상태를 세심히 살펴 바람의 날개 비행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 기사단 일원은 비행 면허가 제대로 갖춰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몬드성에서 규정을 위반한 비행자를 발견하면 즉시 제지하고, 필요 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기사단 내부 일원이라 할지라도 근무 외 시간에 규정을 위반한 행위를 비호할 수 없으며, 필요 시 비행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비고: 기사단 모범 용어 참고표

1. 기사의 덕목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3대 덕목은 겸손, 신의, 자율이며, 이 셋은 상생하는 일체이다. 기사단 일원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

2. 경어
페보니우스 기사단은 몬드성 시민과 외지에서 온 손님들을 위한 봉사자이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을 예의 바른 경어로 대해야 한다. 예절 교육은 기사단의 필수 과목 중 하나이다.

3. 본분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본분은 몬드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몬드의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다. 일상 생활 중에 기사단의 정식 일원은 책임과 명예에 대한 농담으로 기사단의 긍지를 훼손하면 안 된다.

4. 바람의 신
(최근에 추가) 바람의 신 바르바토스는 바람과 목가의 신이며, 몬드의 자유를 수호하는 신이자 몬드 시민 신앙의 중심이다. 페보니우스 기사단은 그분의 의지를 수호하며, 자유가 위협당할 때 맞서 싸워야 한다.
*바람 신에 대한 신앙에 관심이 없는 일부 페보니우스 기사단 및 성당 내부 일원 때문에 이 부분은 추가가 필요하다.

5. 우인단
스네즈나야에서 파견한 외교관과 특수 요원으로, 외교면제 특권이 있다. 비밀리에 움직이며 목표가 불분명하다.
*몹시 경계해야 하며, 수상한 행동을 발견하면 즉시 본부에 보고하고 안전에 유의하자.

6. 심연 교단
심연에서 온 오래되고 신비한 적, 그 출처와 동기가 불명확하다. 몬드 주변에서 가끔 활동한다.
*이들은 매우 위험하므로 마주치게 되면 즉시 본부에 출현 지점과 방향을 통지해야 하며 안전에 유의하자.

7. 바람 드래곤의 폐허
(최근에 추가) 몬드 북서쪽에 위치한 고대 유적, 전설 속의 고탑 폭군이 다스리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바람 드래곤의 임시 피난소가 되었다. 그래서 이 유적은 최근 「바람 드래곤의 폐허」라 불리고 있다.

3.2.14. 두꺼운 노트[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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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노트

헨리 모턴이 쓴 노트. 이곳과 관련된 게 적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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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바람』, 바람신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은데... 좀 알아듣을[63] 수 있게 말하면 안 돼? 이 단어만 가지고 대체 뭘 알아낼 수 있겠어?

바람신과 연관되어 있다면 단서가 있어도 분명 『바람 원소』랑 연관되어 있겠지.

거기에 『시간』을 연결하면...옆에 있는 이 해시계에 분명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야.

게다가 가끔씩 이 주변이 이상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어. 음, 새벽 두시였던 것 같은데...몇 시였더라?

새벽인 것밖에 기억이 안 나... 해시계의 바늘이 딱 아래쪽에 있어.

하지만...됐다, 아카데미의 선생님들이 『신의 눈』이 없는 사람들은 되도록 야외 조사에 참여하지 말라고 했었으니까.

그땐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 같네. 단서를 찾아내더라도 『신의 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니 말이야....

모험가 길드 쪽에서 『신의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줄 수 있을까?

근데 몬드성 모험가 길드는 왜 아직도 규모가 그렇게 작은 거지....
수메르 태생으로 추정되는 헨리 모턴이 저술한 책이다. 해시계 기믹을 푸는 법에 대해 암시하고 있다.

3.2.15. 산과 바다의 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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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의 책

고대의 모험가 레너드의 노트, 아주 오래됐다. 모나가 점성술로 소실된 내용을 해독하여 내용을 복원했다.
(접기/펴기)
……

베네라리의… 도움에 감사하다. 덕분에 …을 넘어 이 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산은 아주 높고 험해서 감히 내가 이름을 짓자면 산봉우리의 형태를 따서 「고깔모자 산」으로 부르려고 한다. 대충 관찰했을 때 동쪽에서 로프와 하켄을 사용해 천천히 등반한 뒤 바람을 이용해 고리를… 그리고…

……

젊은이들은 나랑 함께 이 산을 등반하길 원치 않는다. 가끔 의욕 넘치는 도전자가 나타나도 늙은 모험가에게 큰코다쳤다. 그들은 모두 「정복할 수 없는 악몽」이라고 말했다. 앞사람들의 실패가 그들의 마음을 깎아내리고 연약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난 아직 늙지 않았다. 사지와 머리가 아직 쓸만하니 고깔모자 산은 그저 내 도전을 기다리는 높은 산일뿐.

……

좋은 소식이다. 알릭이 나와 함께 산을 오르기로 했다. 역시 난 혼자가 아니었다!

……

이 산을 너무 얕보고 있었다. 산에 오르고 나서야 길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마치 정교하게 조각된 기석처럼 웅장하게 솟아있었다… 일족이 준비해준 식량만으로 산꼭대기까지 버틸 수 있길 바란다.

……

또 부상을 당했다. 다리의 상처가 아주 심하고 왼손의 두 손가락도 동상에 걸렸지만 다행히 오른손은 무사하다. 몇 달 동안 정양해야겠지만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

나쁜 소식이다. 오늘 알릭이 버티지 못했다. 산의 혹한과 폭풍, 그리고 험난한 지형을 견디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나는 그를 위해 조촐한 장례식을 진행했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술을 함께 묻어주었다. 이제 나 혼자 남았다. 눈보라는 아직 그치지 않았다. 얼음이 바위를 덮기 전에 계속해서 올라가야 한다…

……

다리가 또 부러졌다. 가벼운 골절로 끝난 것이 다행이다. 얼음이 가득한 눈보라에 휘말렸지만 운 좋게도 아직 살아있다. 날카로운 바위를 움켜쥐고 죽을힘을 다해 겨우 절벽 위로 올라갔다. 간신히 하산하는 길을 찾았다고 해야 하나…

만약 그때 얼음 절벽에 부딪히거나 바위틈에 끼었다면 위험했을 것이다… 이번엔 옛 상처가 찢어졌다. 아마 1년 이상은 산에 오르지 못할 것 같다…

……

하늘이 파란 걸 보니 며칠 동안 눈보라는 없을 것 같다. 매 한 마리가 산 정상보다 더 높은 구름 사이로 날아가는 것을 봤다. 그건 나에게는 닿지 않을 높이다.

만약 매처럼 하늘 높이 날 수 있었다면…

어린 시절 이야기 속의 산 정상에서 날갯짓을 배운 매의 새끼처럼…

……

3.2.16. 오래된 고찰 일지[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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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고찰 일지 · 첫 번째

원형 대문이 있는 유적 앞에서 발견한 고찰 일지.
과거 몬드를 통치하던 귀족이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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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히 궂은 날씨다. 눈보라가 조금 가라앉긴 했지만,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할 정도이다. 과거 고시에서 봤던 눈보라를 창백한 칼춤에 비유한 묘사가 떠오르게 만든다.

하지만 란드리치 어르신이 말한 것처럼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반드시 최고의 성과를 가지고 몬드에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란드리치 어르신의 기대에 부응하여 가문의 명성을 드높이고 몰래 반역을 꾀하는 자들을 잠재울 수 있다.

당초 계획에는 남서쪽의 유적 지하를 탐색하는 것이었지만, 오늘은 비문에 따라 폐쇄된 밀실로 가기로 했다. 에버하트 도련님이 해독한 비석 명문에 따르면 거기에 어쩌면 좋은 고대 벽화와 모종의 성은으로 만들어진 무기가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수십 년만에 가장 의미 있는 고고학적 발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잉베르트 어르신이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난 아직도 며칠 전 눈보라에서 잃어버린 동료들이 마음에 걸린다. 에버하트 도련님의 말처럼 그들은 어릴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64] 귀족 자제로 임시로 야영지로 홀로 되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길 바랄 뿐이다.

이제 곧 양지의 야영지를 떠나 유적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는 꼭 유적의 구조가 안전한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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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고찰 일지 · 두 번째

얼어붙은 유적의 지하에서 발견한 고찰 일지.
과거 몬드를 통치하던 귀족이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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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발생한 비극 때문에 전의 일지는 회수하지 못할 것 같다.
고찰 기록을 잃은 것은 매우 아쉽지만, 환경이 너무 위험하다.

결국 우린 그 거대한 문을 열지 못했다.
벽화든 잉베르트 어르신이 매우 기대하던 고대 무기든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했다.
설산 영지의 야영지로 돌아왔을 때 전에 눈보라에서 잃어버린 동료들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희망스럽진 않지만, 그들이 무사히 산을 내려가 보급품과 구조대를 데리고 돌아오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보급품이 거의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잔혹할 수 있지만, 밀실의 커다란 문 앞에서 있었던 붕괴 사고는 닉과 닉이 보관하던 연료와 식량을 모두 앗아갔다.
분명 유적을 탐사할 때는 구조의 안정성을 먼저 확인하라고 말해줬는데.
분명히 말해줬는데···

어쩌면 요 며칠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나를 이렇게 냉철하게 바꿔놓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절망적인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일지도.

그렇기에 에버하트 도련님은 더욱 대단한 것 같다. 이런 일들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니. 어쩌면 이것이 바로 진정한 귀족 자제의 기개겠지.
란드리치 어르신은 역시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
비록 사생아일지라도 그 또한 가문의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우리는 눈보라가 조금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에버하트 도련님이[65] 제안에 따라 남서쪽의 유적 지하에 간다.
그의 해독에 따르면 거긴 어쩌면 아주 오래전에 남겨진 물건이 있을 수도 있다.
믿긴 어렵지만, 그래도 이런 독특한 추위라면 물자는 충분히 보존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동료들의 기대를 절대 저버려선 안 된다.
···당연히 란드리치 어르신의 기대를 저버리는 건 더욱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격투장에서 마물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
마물을 이기더라도 에버하트 도련님의 늙은 노예처럼 로렌스 가문의 그 붉은 머리 사신의 검에 쓰러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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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고찰 일지 · 세 번째

설산 남쪽 절벽에서 발견한 고찰 일지.
과거 몬드를 통치하던 귀족이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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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역사가 이곳의 풍경을 쓸쓸하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쓸쓸한 풍경이 이곳의 역사를 암담하게 만든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고찰 도중 발생한 일로 인해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일까?
혹은 출혈과 추위가 내 생각에 영향을 끼친 것일까?
어찌 됐든 이것이 마지막 일지일 것이다.

에버하트의 계획은 결국 실패했다··· 아니 성공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그의 숨겨진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여행 도중 잃어버린 동행자들도 그에게 죽임을 당했겠지. 커다란 문의 밀실 앞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도 그의 계획이었겠지.

결국 난 그가 나와 잉베르트 어르신을 남서쪽의 유적 지하에 데리고 온 뒤 창을 꺼내서야 깨닫게 됐다.
「얼음과 눈에 봉인된 옛 국가」든 「하늘에서 떨어진 물건의 마력」이든 모두 잉베르트 어르신의 탐험을 좋아하는 성격을 이용해 그를 고립된 장소로 데려오기 위한 구실일 뿐이었다.
결국 사생아는 사생아일 뿐이다.
남몰래 「창」이라는 귀족의 기개가 느껴지지 않는 무기를 연습한 것도 여기서 어르신을 처리하고 자신이 가문을 지배하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였던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니 파르치팔 도련님이 「의적」이라는 유희에 빠져 결국 도망을 치게 된 것도 그가 부추긴 것이겠지···

난 잉베르트 어르신이 그의 창에 찔리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분명 우린 함께 자랐는데 그의 친절함 아래 도사리고 있던 괴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란드리치 어르신은 원래 이번 고찰을 마친 뒤 가문의 성을 그에게 내리려고 했다. 만약 그가 어르신의 생각을 알았다면, 사태가 이렇게 되진 않았겠지···
아니면 어르신의 계획을 알고 있었기에 가문의 후계자 자리에 더 가까워지길 원해서 그런 것일지도···

나 몬드로 못 돌아갈 것 같아. 미안해, 프리실라.

내 일지를 누가 볼지는 모르겠지만, 란드리치 어르신에게 경고해 주길 바라.
에버하트도 중상을 입긴 했지만, 몬드로 도망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몬드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에게 걸림돌이 되는 건 하나만 남는다···

3.2.17. 주옥 광물[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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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 광물

군옥각에 보관된 귀중한 서적. 시리즈로 발간된 책 같다. 본편에 리월항의 경제 방침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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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공업은 산에서 시작된 샘물이 흘러 거대한 바다를 이루듯이 강력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고 움직이는 건 바로 돈과 이익이다. 권력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 힘은 부패의 억제, 계약의 유지, 그리고 수많은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기 위한 것도, 약자가 강자를 찾는 핑계도 아니다. 거래의 도의와 돈의 흐름을 아는 것이 바로 공정한 가장 도리이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고 밥도 먹지 못하며, 비바람을 피할 집도 없이 척박한 밭에서 헛되이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부잣집에는 금과 옥이 넘쳐흐르는데 이건 무슨 도리인가?」라고 물을 수 있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익을 쫓는 건 황금빛 모래에 맞서는 파도처럼 도태된 이를 쓰러뜨리고, 골짜기의 격류처럼 멈추지 않는다. 그러므로 빈곤한 이는 계속 빈곤하지 않고 부자도 부를 영원히 소유하지 못한다. 그러나 국가가 평화롭고 번영하기 위해선 국고가 가득 차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밀무역을 금지하고 경제를 확장하며, 정부를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 사업이 나태함을 낳는 경향이 있다면 적절히 삭감해야 한다. 천암군은 외부적으로는 도적을 진압하고 내부적으로는 백성들을 안정시켜야 하기에 그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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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군의 수명은 길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리월의 불멸과 주민들의 번영이라는 대계를 위해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개혁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 마치 암석을 조심스레 천천히 깎아가며 보석을 발견하듯 리월의 발전도 이와 같아야 한다.
[1] 타르탈리아의 PV 백무금기가 이를 다루고 있다.[2] 북두칠성의 국자 끝부분에 위치한 별이 요광(搖光), 즉 알카이드(Alkaid)이다.[3] 실제 역사와 다른건지, 역사가 왜곡된건지 숲속의 바람 분실물의 내용과 충돌한다.[4] '가'가 누락.[5] '변하긴 했지만'의 오타.[6] '썩었다'의 오타.[7] '를'의 오타.[8] '세운'의 오타.[9] '이렇지'의 오타.[10] '다'의 오타.[11] '꺾지도'의 오타.[12] '암왕제군이'의 오타.[13] '의'의 오타.[14] '으로'의 오타.[15] '되면'의 오타.[16] '한탄했다'의 오타로 추정.[17] 글자 누락.[18] '끔찍한'의 오타.[19] '괴수'의 오타.[20] '인가' 혹은 '일까'의 오타.[21] '을'이 누락.[22] '이건'의 오타로 추정.[A] 23.1 23.2 23.3 23.4 23.5 오타로 글자가 중복됐다.[24] '거닐었다고'의 오타.[25] '듣느라'의 오타.[26] '였다'의 오타.[B] 27.1 27.2 27.3 '이'의 오타.[28] '때'가 '떄'로 잘못 쓰였다.[29] '산골짜기에'의 오타.[30] '끓여버려'의 오타.[31] '저기'의 오타.[33] 중국어판에서도 '公主陛下'라고 적혀있다. 궁중예법상 왕자나 왕녀에게는 절대 '폐하'라는 존칭을 쓸 수 없다.[34] '를'이 불필요하게 사용됨.[35] '먹어치운다는'의 오타.[36] '따끔하여'의 오타.[37] '예요'의 오타.[38] '끌려들어간다'의 오타.[39] '비추는'의 오타.[40] '이렇게'의 오타.[41] '개구쟁이인'의 오타.[42] '주겠어'의 오타.[43] '물렀거라'의 오기.[44] '이'의 오기로 보인다.[45] '상처'의 오기로 보인다.[49] '요'가 누락.[51] '박힌'의 오타.[53] '작아지며'의 오타.[54] '붉게'의 오타.[55] '금칠십이랑이'의 오타.[56] '금칠십이랑의'의 오타.[57] '버려져'의 오타.[58] 각각 데카라비안과 안드리우스를 가리킨다.[59] '가'의 오기로 보인다.[60] 열풍의 마신 데카라비안을 가리킨다.[61] '이'가 누락.[62] '금붕'의 오타.[63] '알아들을'의 오타.[64] '받은'이 누락된 것으로 추정.[65] '도련님의'의 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