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lude(틀:양자역학)] [목차] == 개요 == [[193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보리스 포돌스키, 네이선 로젠이 발표한 논문 「물리적 실재에 대한 양자역학적 기술이 완전하다고 여길 수 있는가?」[* A. Einstein, B. Podolsky, and N. Rosen, "Can quantum-mechanical description of physical reality be considered complete?" ''Phys. Rev.'' 47 777 (1935)]에서 제시된 [[역설]]. [[양자역학]]만으로는 [[실재]]에 대한 '완전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고실험]]에 의존한다. 흔히 [[양자역학의 해석]]에 관하여 '''숨은 변수 가설'''의 한 형태를 옹호하기 위해 제시된 논변이라고 간주된다. 저자들 이름(Einstein, Podolsky, Rosen)의 머릿글자를 따서 흔히들 "EPR 역설"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 참고로 아인슈타인은 논문 발표 후, 보어의 반응이 나오기 전에 슈뢰딩거에게 보낸 편지(1935년 6월 17일)에서 자신이 생각한 핵심이 제대로 쓰여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언어의 이유 때문에 이는 토론을 거친 후 포돌스키에 의해 쓰여졌다. 그러나 이 논문은 내가 본래 원했던 대로 잘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말하자면 박식함 때문에 핵심이 질식되었다..." Fine, A.,1986, The Shaky Game: Einstein, Realism and Quantum Theory] [[닐스 보어]] 등 [[코펜하겐 해석]]을 지지하는 물리학자는 이런 EPR 역설에 반대하였으나, EPR의 핵심 중 하나인 비국소성은 간과되었다. 데이빗 보옴의 파일럿파 이론을 염두에 두고 일찌기 [[존 폰 노이만]]의 <숨은 변수 가설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증명을 반박했던 존 벨은 [[1964년]] [[벨의 부등식]]을 발견함으로써 오직 파일럿파 이론 같은 '''비국소적''' 숨은 변수 가설만이 가능함을 밝혀냈다. 이로써 EPR이 본래 옹호하고자 했던 '''국소적''' 숨은 변수 가설은 논박되었다. == 비형식적 설명 == 기본 골자는 양자적으로 얽힌 두 입자들이 있을 때, EPR이 제안하는 "실재성의 기준"과 특수 [[상대성 이론]]을 가정하는 한, [[양자역학]]이 설명할 수 없는 [[실재]]적인 요소가 반드시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역설]]. [[스핀]] 홑겹 상태를 이루고 있는 [[전자]] a와 b가 있다고 하자[* 원래 EPR 논문에서 따지는 물리량은 [[운동량]]과 위치지만, 그 대신 [[스핀]]을 기준으로 설명하는 편이 더 간단해서 일반적으로 소개된다. 이러한 형식화를 최초로 제기한 것은 [[양자역학의 해석]]으로도 유명한 데이빗 보옴으로 알려져있다.]. [[양자역학]]의 발견에 따르면, 이 중 전자 a의 스핀을 z축에서 측정했을 때 그 값이 +z인 경우 그 다음 다른 전자 b의 스핀값을 측정해보면 반드시 -z이다. 또한 그 역도 성립한다. 즉 두 전자 a와 b를 z축에서 측정했을 때의 스핀값("z-스핀값")은 완벽한 음의 [[상관관계]]를 이룬다. 이러한 두 전자 a, b를 두고 이르길 "얽혀있다(entangled)"고 말한다. EPR은 "어떤 물리량이 '''[[실재]]'''한다"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물리)계를 교란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만약 어떤 물리량의 값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그 양에 대응하는 [[실재]]의 요소는 [[존재]]한다[* "If, without in any way disturbing a system, we can predict with certainty (i.e., with probability equal to unity) the value of a physical quantity, then there exists an element of reality corresponding to that quantity."] 해당 기준에 따르면 두 번째로 측정된 전자 b의 z-스핀값은 ''[[실재]]''한다. 왜냐면 위 시나리오에서 b의 z-스핀값은 정확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 전자 a의 측정이 b를 교란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a와 b가 공간상 떨어져 있다고 하자.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보다 빠른 인과적 작용은 불가능하므로, a에 조작을 가하는 것이 즉각적으로 b에도 영향을 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a와 b가 공간상 떨어져있다고 가정하는 한 b가 교란된다는 문제제기는 막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전자 b의 스핀값이 실재한다고 보는 추론은 타당하다. 그런데 위 실험을 z축이 아니라 x축에 대해서도 시행한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b의 스핀값은 +x나 -x 중 하나로 정확히 측정될 것이며, 곧 b의 x-스핀값도 ''실재''한다는 귀결이 동등하게 도출된다. 즉 앞에서의 귀결과 결합될 경우, 전자 b는 실재하는 z-스핀값과 동시에 실재하는 x-스핀값을 갖는다. 하지만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양자역학]]에서 z-스핀값과 함께 x-스핀값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b의 z-스핀값과 x-스핀값 모두가 ''실재''함에도 말이다. 따라서 이렇듯 "[[실재]]"하는 전자 b의 특성을 [[양자역학]]에서는 원리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양자역학은 물리적 실재를 포착하는데 완전하지 않다는게 EPR 역설의 결론이다. == EPR에 대한 반응 == EPR에 맞서 [[코펜하겐 해석]]을 옹호한 [[닐스 보어]]는 EPR이 "[[실재]]"라는 말을 중의적으로 사용함을 문제삼았으나[* Niels Bohr, "Can quantum-mechanical description of physical reality be considered complete?." ''Physical review'' 48.8 (1935): 696.], 매우 모호하게 쓰여진 탓에 약 15년 후 본인이 직접 그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https://www.reddit.com/r/science/comments/8g7wbn/science_ama_series_im_adam_becker_astrophysicist/dyaiqzx/|#]]. 이처럼 실험 결과나 수식 이전에 "실재(reality)" 같은 [[과학철학]] 및 [[형이상학]]적 개념을 두고 논쟁이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과학적 실재론]] 논쟁과 깊이 얽혀있다. 존 스튜어트 벨은 설령 EPR이 타당하다 한들, EPR에 따른 관측값이 만족시켜야 하는 [[벨의 부등식]]은 [[양자역학]]의 예측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벨의 부등식]] 참조. 이후 알랭 아스페를 비롯하여 많은 실험 물리학자들은 이런 양자역학의 예측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이처럼 EPR이 의도했던 결론은 틀린 것으로 밝혀졌지만, 과연 역설 자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이후 [[양자역학의 해석]]에 속하는 연구 과제로 남게 되었다. 이를테면 (아인슈타인 등이 의도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EPR 역설을 [[귀류법]]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도출할 수 있는 한 가지 귀결은 국소성(locality)의 원리가 틀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소성은 EPR 뿐만 아니라 닐스 보어 본인 또한 받아들인 원리이기도 했다! EPR 역설을 "논박"한 존 스튜어트 벨은 [[코펜하겐 해석]]을 옹호하긴 커녕, 오히려 숨은 변수 가설의 일종인 파일럿파 이론을 진지하게 고려하기도 했다.[* [[https://arxiv.org/abs/1402.5498|디터 제의 회고록]] 참조. ] 이처럼 EPR 역설과 벨의 부등식은 이후 [[양자역학의 해석]]에 관한 연구를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이러한 논쟁은 [[21세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더 읽어볼만한 글 == * [[https://www.nature.com/articles/nphys3118|Mark Buchanan, "Clear as a Bell", ''Nature Physics'' 10, 703(2014)]] == 각종 매체에서의 EPR == EPR 역설이라는 개념은 그 신박한 난해함 때문에 오랫동안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묻혀 있었으나, 20세기 후반~21세기 들어 각광을 받기 시작하여 SF소설이나 애니, 영화등에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고찰은 거의 없고, 주로 광속의 벽을 인류가 깨뜨릴 수 있다는 미래의 희망(?)으로서 언급되는 듯 하다.몇 광년 거리가 떨어져 있을 때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통신수단 이름으로 EPR을 사용하면 꽤 그럴 듯해 보인다고 할까, 좌우간 이 세 글자를 쓰면 작가가 아주 무식해보이지는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 EPR 명칭이 매체에 사용된 사례 === * [[EVE 온라인]] - 게임 공식 설정에서 초광속 통신이 가능한 근거로써 들고 있음. 본 설정에 따르면, 초광속 여행이 가능해진 후에도 한동안 엔진을 사용중인 함선과의 통신은 불가능했지만, EPR 역설에 근거하여(유사 물리학이 길게 나열되지만 생략) 초광속 통신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이 '고대 역설'의 이름이 왜 EPR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분류:물리학]][[분류:철학]][[분류:과학철학]][[분류:알베르트 아인슈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