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lude(틀:상위 문서, top1=레서)] [목차] == 개요 == [[마비노기 영웅전]]의 캐릭터 [[레서]]의 배경을 설명하는 문서. == 배경 == [youtube(HTPIK4Pgkao)] >새벽의 종. >이계의 신 '아라운'의 교도로서, 신의 목소리를 따라 동방 대륙에서 서방으로 넘어온 지 >수백 년이 지난 일족의 이름. > >신이 그들에게 내려준 힘은 생명의 '영기'를 다루는 힘이었다. >영기라는 것은 생명을 구성하고 정의하는 자아의 힘이며, >죽으면 흘러나와 자연으로 순환하는 영적인 것. > >일족은 신의 가르침에 따라 '생명의 올바른 순환을 이룬다'는 교리 아래 >생명이 자리 잡은 온갖 '터'에서 그들의 죽음에 의한 영기의 발생과 순환을 감시했다. > >때때로 전쟁이나 전염병으로 수천의 생명을 꺼뜨리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드물게는 강대한 영기를 가진 존재가 죽음에 이르는 경우, >흘러나온 대량의 영기가 터의 자연에 모두 흡수되지 못하고 다른 생명에게 흘러들곤 했다. > >그렇게 흘러든 죽은 자의 영기는 산 자에게 이상을 일으켰는데, >인간과 마족, 동물을 가리지 않는 질병 피해와 건강 악화, 흉포해진 짐승의 습격, >강한 영기를 흡수해 각성한 자가 휘두르는 힘과 새로운 전쟁 등이 있었다. > >이 모든 것은 결과적으로 많은 생명의 죽음을 불렀고, 그로 인해 또다시 >영기의 대량 발생이 반복되며 생명의 순환이 아닌 죽음의 순환이 이뤄지는 상황. > >새벽의 종 일족은 이를 막기 위해 움직여왔다. >전쟁이나 전염병을 미리 막을 수는 없지만, >일족의 힘으로 영기를 다루어 이미 넘쳐흐른 영기를 흡수해 처리함으로 >죽음의 연쇄를 막을 수 있었다. > >일족의 활동은 그들이 서방 대륙에 도착해 남부 협곡 끝자락에 >마을을 이룬 후부터 일족의 임무로서 수백 년간 반복됐다. >자신들의 신이 어떠한 연유인지 더는 이 세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계속된 >오랜 시간 세상으로부터 숨겨져 온 활동. >영기의 이상을 감시하고, 일족을 파견하여 잠복하고, >어떤 사고라도 벌어지면 임무를 완수하는 나날…. >그런 날들이 계속 이어졌다. > > > >그런 어느 날, >일족에 얼마 전 6살 생일을 맞이한 한 소녀가 있었다. >밝은 갈색의 긴 머리를 뒤로 올려 묶어 단아한 느낌이 나는 소녀였다. > >일족의 일원으로서 6살이 되면 영기를 다루는 힘의 수련과 함께, >그 힘을 사용하는 도구이자 무기 '크레스트'를 다루는 체술 수련을 위해 >기초 수련에 참가해야 했다. >1년간의 기초 수련 결과와 평가에 따라 수련을 계속 이어가 임무에 편성되거나, >일족의 의식주를 담당하는 일을 맡게 될지 결정되는 식이었다. > >소녀도 나이가 참에 따라 기초 수련을 받게 된 지 3일째였던 날. >그날도 소녀는 익숙지 않은 수련을 시작했다. >소녀 외에도 짧은 머리의 다른 소녀가 함께 '첫 번째 종'이라 불리는 어른의 지도에 따라 >어설픈 자세로 팔과 다리를 뻗어대고 있었다. >두 소녀 모두 오른쪽 손등에는 글자 같기도, 그림 같기도 한 모양의 크레스트가 은은히 빛났다. > >"레서, 저기 좀 봐! 어른들이 임무에서 돌아왔나 봐!" > >단아한 느낌의 소녀를 '레서'라고 부른 짧은 머리 친구의 이름은 '리제'였다. >리제는 레서보다 어두운 갈색 단발머리에 씩씩한 목소리와 쾌활한 얼굴을 하고 있어 >밝고 활기찬 성격이 얼굴에 잘 나타나는 아이였다. > >"두 분이 가셨던 것 같은데." > >보통 일족의 임무에 나서는 건 두 명이라는 걸 아는 레서는 의아하단 식으로 말했다. >확실히 저 멀리 마을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마중 받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왜인지 마을 사람들이 그를 부축하는 게 보였다. > >"둘 다 수련은 잠깐 멈추도록 해라. 잠깐 저기로 가보자꾸나." > >소녀들을 지도하던 어른이 마을 광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새내기들의 수련 스승이자, 새벽의 종 일족에서 첫 번째 종이라는 지위를 가진, >일족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자였다. >크레스트를 이용한 체술에는 뛰어나지 않지만, 영기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 >아이들의 기초 수련과 함께 영기를 다루는 능력을 키워주는 수련 스승을 맡았다. >노인이라 할 순 없지만, 중년의 끝자락에 걸친 외모로, >아이들에게는 인자한 어른으로 평판이 좋았다. > >"네! 얼른 가봐요!" > >리제의 힘찬 대답과 함께 그들은 마을 광장 방향으로 이동했다. >잠시 걸어가 마을 광장 끄트머리에 다다랐을 때였다. >임무에서 돌아와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있던 이의 얼굴이 >무척 괴로운 표정이란 게 멀리 어렴풋이 보였다. > >그러던 그는 갑자기 머리를 감싸 쥐고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 >"엇, 이봐! 괜찮아? 갑자기 왜 그래?" > >부축하던 이가 놀라며 물어봤지만 계속 괴성을 지르고 몸부림칠 뿐이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주변 사람들이 급히 뛰어와 상태를 확인했다. > >"영기의 상태가 이상해! 뭔가 뒤섞여 있어!" > >"이, 이건…." > >"지, 진정해요!" > >"이런, 다들 도와줘요. 힘을 일으키고 있어!" > >순식간이었다. >그는 괴성을 멈추고 감싸 쥔 머리를 풀더니, 자신을 붙잡고 억누르는 이들을 뿌리쳤다. >그리곤 손이 움직인다 싶더니 곧장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 >"아아! 무슨 짓을!" > >뿌리쳐진 이들 중 한 명이 경악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시선이 향한 곳에는 그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몸에 구멍이 뚫린 채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 >"캬갹… 크르르…." > >끔찍한 일을 저지른 공격자가 짐승 같은 소리를 내더니 어느새 움직였다. >레서와 리제의 눈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속도였다. >일족의 체술로 휘둘러진 그의 손은 경악에 빠져 굳어 있던 남은 한 명의 가슴을 꿰뚫었다. > >"으아아아…." > >마을 광장의 주변과 외곽에는 여러 사람과 레서 일행이 있었다. >리제는 충격에 빠져 입을 벌린 채 소리를 냈고, 레서는 스승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스승님!" > >레서가 스승을 부름과 동시에 공격자가 빠른 속도로 그들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 >"도망치거라!" > >레서와 리제가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스승이 앞으로 나섰지만, >그는 전투에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빠르게 격파당하고 레서와 리제가 위험해질 것이 뻔했다. > >그때 누군가가 빠르게 뛰어와 공격자가 달려오는 방향을 가로막았다. > >"아이들을 부탁드려요!" > >"리제, 레서! 얼른 도망쳐!" > >광장 우물에서 물을 긷던 레서와 리제의 어머니들이 달려온 것이었다. >그녀들은 마을의 가축을 돌보는 일을 맡고 있었고, 임무에 편성된 사람들처럼 >체술의 역량은 없었지만, 자신들의 딸이 위험에 처한 것을 보고 무작정 달려왔다. > >그러자 리제가 어머니를 향해 앞으로 달려 나가려다 스승에 의해 붙잡혔고, >레서는 달려가지도, 도망치지도 않고 가만히 앞을 바라보았다. > >"어른들은 모두 광장으로! 다르칸이 미쳤소!" > >스승이 마을 전체에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외쳤다. >이미 여기저기서 광장으로 달려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 >"엄마아아아아아!" > >"아아!" > >갑자기 리제가 비명을 지르고 레서가 신음을 흘렸다. >너무나 순식간에, 눈앞에서 두 어머니가 무참히 당하고 쓰러진 것이었다. > >"어찌 이런 잔혹한 일이…." > >믿고 싶지 않은 현실에 두 소녀는 얼어붙은 채 눈물을 흘렸고, >스승은 눈 앞에 펼쳐진 참혹함에 탄식하며 충격에 빠진 그들의 눈을 가렸다. > >그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도착했다. > >"나야! 나라고! 뭐하는 거야, 정신 차려!" > >"안돼! 제발… 죽으면 안 돼!" > >그중 공격자를 아는 사람들이 대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먼저 쓰러져 있던 이들 중 가족을 확인한 사람들은 절망했다. > >잠시 후 레서와 리제의 아버지도 차례차례 도착했고, 누가 쓰러져 있는지 보고 말았다. >그들이 말을 잇지 못한 채 현실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사이 >공격자의 움직임이 이어졌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과 계속 도착하는 사람들이 >그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날, 괴이한 영기가 뒤섞인 통제 불능의 단 한 명이 휘두른 >압도적인 힘에 일족이 멸족에 이를 뻔 했던 날. > >그가 공격을 멈춘 시점에는 이미 그 손에 일족 대다수의 사람이 목숨을 잃고 난 후였다. >레서와 리제의 스승은 두 제자의 눈을 가린 채 모든 순간을 지켜봤고, >그런 그를 향해 이 사태를 만든 자가 비틀거리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 >"영기가 빠져나가고 있는 것인가. 도대체 이것은…." > >스승의 눈에 그의 영기가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도중에 가진 힘이 모두 다 한 듯 무릎을 꿇고 주저앉더니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며 마치 먼지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 >"어, 르신… 저는… 제가, 아니…." > >그는 마지막 말을 남기던 채로 완전히 흩어져 사라졌다. > > >"헉, 헉… 너 따라 움직이다간 몸이 남아나질 않겠어." > >리제의 말에도, 레서는 묵묵히 수련에 임할 뿐이었다. >7년 전, 마을에 일어난 비극 이후, 레서의 일과는 대부분 수련으로 채워졌다. >부모님을 잃은 슬픔을 버텨내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한 도피적인 선택이었다. >시간이 지나서도 다른 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마을에서 맡은 잡무가 끝나면 >오로지 수련에 몰두했다. 그나마 가끔 리제와 함께 수련하거나 주변을 나서는 정도였다. > >숨을 고르던 리제는 무언가 생각난 듯 레서에게 말했다. > >"오늘 오후엔 통발 걷으러 가야 하는데, 같이 갈래? 물고기로 영기 흡수도 연습할 겸." > >"통발…? 리제는 정말. 못하는 게 없는 것 같아." > >레서는 수련을 멈추고 관심을 보였다. >리제는 레서와 다르게, 맡은 일 외에도 마을의 다양한 일을 스스로 나서 돕고 있었다. >수련에서 레서의 체력과 집중력을 따라갈 수 없기도 했고, >일족의 인원이 많이 줄어든 만큼 일손을 더 도와야 한다는 어른스러운 면도 있었다. > >"스승님이 사람마다 잘 하는 게 다른 거래. >그리고 넌 체술에서 스승님을 뛰어넘었잖아? 정말 말도 안 된다니까?" > >"이건 별로. 마을에 도움도 안 되니까." > >레서의 자신 없는 말투에 리제는 귀엽게 코웃음 쳤다. > >"흥, 이미 임무조 후보로 정해졌으면서 겸손하기는. >어른이 되면 일족의 중요한 일을 맡게 될 거야." > >리제의 말에도 레서는 전혀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일족의 사람들 모두와 잘 지내고 항상 누군가와 얘기하고 웃고 있는 >리제의 모습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리제와 함께 광장으로 나가거나 주변을 나설 때면 >그녀가 사람들과 얼마나 가까운지, 또 그들이 그녀를 많이 아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그런 일. 맡게 되는 거… 딱히. 모르겠어. 리제가 같이. 임무조가 된다면 모를까." > >천천히, 마디가 끊어지듯 이어지는 레서의 말. >리제는 이런 레서의 말투에 왠지 모를 미안함을 느꼈다. >어려서부터 친구이자 같은 비극을 겪고 함께 슬픔을 나누며 극복해온 사이. > >레서의 말을 계기로 리제는 생각했다. >단 하나 뿐인, 가족 같은 친구. 레서를 혼자 두지 않아야겠다고. > >"그래? 그럼 나도 노력해볼까? 내일부터 수련 시간 두배로!" > >리제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 레서였다. > >"또 임무인가요? 그것도 두 개나? 돌아와서 아직 못 만난 사람들도 많은데!" > >스승님께 불평하듯 말하지만, 이미 지령서를 챙겨 넣은 후인 >실실 웃는 듯한 밝은 표정의 리제였다. >벌써 수년째, 레서와 리제는 일족의 임무로 외지에 파견되어 영기를 흡수하는 일을 맡아왔고 >지금도 새로운 임무를 받아 마을을 나서는 길에 스승님의 배웅을 받고 있었다. > >"임무조를 더 늘릴 수 없어 미안하구나. >일족이 세상을 도울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니 힘내주거라." > >일족의 가장 높은 사람, 첫 번째 종의 지위를 가진 레서와 리제의 스승님. >그는 과거의 비극 이후 크게 줄어든 일족의 수로 인해 수백 년간 반복된 임무 활동을 중단시켰다. >그 후 레서와 리제를 비롯해 비극으로부터 살아남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시점에 >다시 탐색조와 임무조를 편성했다. >탐색조에는 체술은 부족하지만 영기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이를, >임무조에는 체술과 영기를 다루는 능력 모두 뛰어난 이로 편성했는데 >레서는 이미 어릴 때부터 탁월한 실력으로 임무조 후보가 되었고, >리제는 어느 날부터 눈에 띄게 성장하며 결국 레서와 함께 임무조로 편성되었다. > >"이렇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괜찮아요." > >레서의 말에 스승님은 웃음을 지었다. > >"허허, 또 그렇게 말하는구나. 너희들이 임무를 맡아주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란다." > >"근데 스승님 요즘 말이에요, 드디어 레서가 임무 말고 다른데 관심 가진 게 있어요!" > >갑자기 주제를 바꾸더니 신난 듯 리제가 말을 잇자 스승님도 기뻐하며 물었다. > >"오오, 레서도 이제 좀 보이는 게 생기나 보구나. 그래, 무엇이냐?" > >"그냥. 귀여워서. 쳐다보는 거 뿐이야 리제." > >"고양이요! 고양이만 보면 이런 표정으로 정신 못 차리고 쫓아간다니까요?" > >변명하듯 말하는 레서였지만 리제가 멍한 표정을 흉내 내며 정체를 밝혔다. > >"고양이라고? 허허, 그래 고양이는 귀엽지. 그런데 좀 다른 것들도 있지 않으냐. >옷이라던가, 장식품이나, 책 같은 것 말이다." > >스승님은 레서가 임무로 마을 밖에 나가는 김에 좀 더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밝아지거나 어떤 것이든 의욕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레서가 대답하길 머뭇거리자, 리제가 어깨동무를 걸며 말했다. > >"그래도 그런 것들은 제가 잘 구경시켜주고 있어요. >세상 물정도 제가 먼저 배우고 레서한테도 알려주면서요." > >그렇지? 하며 쳐다보는 리제에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레서. >그 둘을 보며 스승님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수긍했다. > >"그래, 둘이 잘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마침 이번 임무의 첫 번째 장소가 고양이를 모시는 >풍습이 있는 마을이란다. 탐색조 얘기로는 고양이가 아주 많다고 하니 레서가 좋겠구나." > >레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내려가는 걸 보며 스승님의 말이 이어졌다. > >"다만 법황청에서 인퀴지터가 파견되면서 풍습은 쉬쉬하게 된 모양이다. >이미 이교도로 몰려 죽은 자들이 많으니 마을의 영기를 잘 살펴보고 대응하거라." > >"네." > >레서가 먼저 대답했고, 리제는 계속 설명에 집중했다. > >"두 번째 임무 장소는 콜헨이라는 마을이다. 이곳은 이미 영기가 발생한 게 아니라, >최근에 강대한 영기를 가진 존재가 다수 모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 >"대량의 영기가 발생할, 큰일이 일어날 조짐이군요." > >스승님의 설명에 리제가 바로 그 의미를 알아듣고 말했다. > >"용병단에 모였다는 것 같구나. 무슨 일을 벌일 셈인지… 아무튼 발생하지 않은 영기를 >미리 흡수할 순 없으니, 두 번째로 배치해두었다. 자세한 건 가면서 지령서를 자세히 읽어라." > >"발생하지 않은 영기… 음, 알겠어요. 지령서를 이따 확인…." > >뭔가 생각하듯, 또 정리하듯 대답한 리제는 곧이어 출발을 알렸다. > >"그럼 저희 이제 슬슬 출발할게요? 갈까, 레서?" > >"응. 출발하는거로. 스승님. 그럼 다녀. 오겠습니다." > >"다녀올게요!" > >힘차게 말한 리제의 말을 끝으로 그들은 마을을 출발했다. >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 >그럴 때를 대비해 체술을 수련하는 것이지만 스승님의 눈에는 항상 십수 년 전의 >어린아이들로 보였기에 마지막까지도 걱정이 담긴 배웅 인사가 뒤에서 들렸다. >손을 흔들며 스승님을 뒤로하고, 두 사람은 첫 번째 임무 장소 하노크 마을로 향했다. > >며칠을 걸려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문득 리제가 혼잣말인 듯 아닌듯한 말을 중얼거린 적이 있었다. > >"발생하지 않은 영기… 애초에 발생하지 않게 막는 방법… >무고한 희생을 막는…." > >어느새 레서와 리제는 하노크 마을에 도착해 숙소를 잡고 마을을 살피고 있었다. >너무 큰 마을이라 둘러보는데도 온종일 걸릴 것으로 보였고, >스승님이 말한 것처럼 마을 이곳저곳에는 고양이가 많았다. >도착한 첫날에는 가볍게 마을을 둘러볼 겸 숙소를 나온 것이었지만 >리제는 어느새 사람들을 웃음 짓게 만들며 환심을 사고 있었고, >레서는 고양이의 관심을 끌어보려 노력하다 하루가 지나갔다. > >이윽고 시작된 영기 흡수 활동. >며칠간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며 리제가 알아낸 얘기로는 마을 분위기가 매우 흉흉했다. >보름 정도 전 법황청의 인퀴지터와 병사들 몇 명에 의해 하루 만에 >수십 명이 이교도로 몰려 즉결심판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 >고양이가 풍요를 가져온다는 오래된 전승에 따라 마을 곳곳에 세워진 >사당 형태의 건물에서 고양이를 보살피며 때로는 기도를 올리던 풍습. >이미 건물은 모두 불탔고 목숨을 잃은 자들의 영기가 터의 자연에 흡수되고 있었지만 >아직 곳곳에 흡수되지 않은 영기가 남아있었다. > >"수백 명까지는 아니라서, 터에 흡수되지 않은 영기가 많지는 않은 것 같아." > >리제가 남은 영기의 양을 살필 때, 레서는 영기가 가진 성질을 보고 있었다. > >"분노나 격렬한 느낌은. 전혀 안 느껴져. 그냥 따듯하지만 서늘한. 슬픈 느낌." > >"…." > >레서의 말에 리제는 잠시 침묵한 후 말을 꺼냈다. > >"있잖아, 레서. 지령서에서 본 것처럼 인퀴지터는 우릴 보면 바로 이교도로 심판할 거야." > >"응. 멀리서부터. 인퀴지터의 영기가 보이면. 마주치지 않게. 피하라는거였어." > >"그렇지…. 그랬었지." > >리제는 지령서의 내용을 확인하듯 얘기하더니, 잠시 후 다른 얘기를 꺼냈다. > >"사람을 지키는 것과 임무를 완수하는 것, 그중에 무엇이 먼저일까?" > >"…응?" > >리제의 갑작스러운 말에 레서는 곧장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일족의 임무로서 지령을 받고 임무를 완수해내는 나날의 반복 속에 >레서의 생각은 임무라는 것 하나에 집중되어 있었고, 어린 시절부터 >집중한 것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레서를 작은 세계로 >몰아가고 있었다. > >"흐흥, 아니야. 묻기 전에 나부터 잘 생각해봐야겠어." > >조금은 어색하게 얘기를 마무리하는 느낌이었지만, >레서는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알겠다고 할 뿐이었다. > > >그 후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마을의 상점 거리에서 고양이를 안아 든 한 노인이 위기에 처해있었다. > >"당신이 한 행동은 분명히 이교도의 증명이오." > >말한 자는 법황청의 인퀴지터. >고양이에게 풍요를 빌던 노인을 목격하고 즉결심판을 행하려던 참이었다. >노인이 어떤 말을 해도 인퀴지터의 입장에선 이교도의 증명이 늘어날 뿐, >전혀 설득되지 않았다. > >"법황님의 자비로 마을 전체에 미리 경고했음에도 여전히 이교도가 있다니." > >검을 빼 들며 말하는 인퀴지터와 두려움에 벌벌 떠는 노인. > >"당신을 즉결심판으로 처형하겠소." > >인퀴지터가 처형을 선언하며 노인에게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 >"안돼!" > >레서와 함께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리제가 어느새 달려가 >인퀴지터와 노인의 사이를 막아선 것이었다. >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 리제와 인퀴지터 간에 어떤 대화가 오갔지만 >레서는 혼란에 빠져 자세히 듣지 못했다. >그저 리제가 노인의 생명을 구하려고 한다는 것과 어째서? 라는 생각을 하던 중 >며칠 전 리제와의 대화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 >'사람을 구하는 것, 임무의 목적은, 결국 생명을 구하는….' >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도중에 인퀴지터와 병사들의 검이 리제를 향해 >쇄도했고, 리제가 가까스로 피하는 것이 시야에 들어오자 레서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리제! 인퀴지터를 이길 순 없어!' > >레서와 리제는 인퀴지터의 영기를 볼 수 있었고, 그것은 대적할 수 없는 강대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노인을 구하기 위해 뛰쳐나간 리제였고, 레서는 하나뿐인 친구이자 가족인 >리제가 그런 상황에 부닥쳤는데도 자신의 판단과 행동이 제대로 따라주지 못해 자책했다. >생각을 보류하고 무작정 달려가는 찰나, 리제의 오른손에서 희고 검은빛이 일렁였다. >그리곤 리제가 일족의 힘을 해방했다. >"끄아아아아!" > >리제가 지르는 비명과 인퀴지터를 비롯한 병사들이 지르는 비명이 울렸다. > >'저럴 수는…! 리제, 살아 있는 사람의 영기를 흡수한 거야?!' > >인퀴지터와 병사들이 쓰러지며 몸에서 영기가 빠져나와 리제의 오른손에 흡수되는 것이 보였다. >주변 사람들의 눈엔 갑자기 인퀴지터와 병사들이 쓰러진 것으로 보일 장면이었고 >다들 경악에 빠져 리제를 쳐다보고 있었다. > >"리제! 리제!" > >레서가 달려가 리제를 부여잡자, 앞으로 꼬꾸라질 뻔한 리제가 간신히 넘어지지 않고 멈췄다. > >"나… 무슨 짓을… 하하…." > >힘겹게 말하는 리제를 부축하며 레서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 >"미안. 흑. 내가 아무것도…." > >레서의 말을 막듯이 리제가 고개를 흔들었다. > >"내가… 멋대로… 미안해." > >아니라고 대답하려던 레서, 그때 레서의 눈에 리제의 영기가 다른 것과 뒤섞여 >요동치는 것이 보였다. 본 적 없는 영기의 상태였다. > >"일단 여기서 나가자. 마을로 돌아가야 해." > >걱정스러운 상태의 리제를 보며 조급해진 레서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리제를 업어 들곤 빠르게 하노크 마을에서 빠져나왔다. > > >올 때는 며칠이 걸려 왔던 길이었지만, >중간에 최대한 많은 길에 돈을 아끼지 않고 마차와 배를 빌려 이틀까지 단축할 수 있었다. >걸어야 할 때는 최대한 레서가 리제를 업으려고 노력했고, 리제도 부축을 받으면 >조금은 걸을 수 있었다. 혼자서 걷게 하면 넘어질 듯 비틀거렸고, 때때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대서 레서는 걱정과 함께 조급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그런 상태로 제대로 대화 한 번 나눠보지 못한 채 이윽고 그들은 일족의 마을에 도착했다. > >마을 광장으로 들어오며 레서가 연신 스승님을 찾아 외쳤다. > >"스승님! 스승님!" > >멀리서 보아도 리제의 상태가 이상해 보였고 레서의 목소리가 너무 다급했기에 >얼마 없는 일족의 인원이 모두가 뛰쳐나와 레서와 리제에게 달려왔다. > >"레서, 리제! 무슨 일이야!" > >사람들이 저마다 달려와 리제를 부축하자, 레서는 긴장이 풀려 어질어질해졌다. >이틀간 리제를 업고 오다시피 했기에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 >"레서! 리제!" > >멀리서 스승님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고, 레서는 스승님을 마중하듯 다가갔다. >그때였다.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있던 리제의 입에서 믿지 못할 말이 흘러나왔다. > >"이교도를 처단하라." > >조용히 바닥으로 깔리듯 내뱉어진 말에 주변에 정적이 일었다. > >"이건, 무슨?!" > >누군가 던진 한마디와 함께 리제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나 싶더니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레서가 그 소리에 놀라 뒤돌아보자 눈에 들어온 것은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그것은 마치 십수 년 전에 이곳에 일어났던 비극의 장면과 같았다. > >"인… 퀴지터의… 영기가 어떻게…." > >지금 리제의 몸을 뒤덮고 있는 것은 강대한 인퀴지터의 영기였다. >이틀 전 사건의 현장에서 봤던 것은 알 수 없는 영기가 섞였다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강대한 인퀴지터의 영기에 눌려 리제의 영기가 잘 보이지 않았다. > >"아… 아아…." > >체력도 정신도 이미 바닥난 레서로선 리제에게 일어난 변화에 대한 충격으로 >정상적인 사고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았다. >레서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인퀴지터의 의지와 힘이 담긴 리제의 공격으로 >어느새 대부분의 사람이 쓰러졌다. >가장 나이 많은 어른에서부터 아이를 안고 있던 어머니까지 모두. >남은 건 레서의 앞을 가로 막고 서 있는 스승님과 레서 뿐이었다. > >"레서, 아무래도 그날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구나. >그때는 원인을 알 수 없었지만, 이번엔 네가 알 수 있을 테지. >이제 곧 리제는 쓰러진다. 영기가 얼마 남지 않았구나." >스승님의 말을 듣고 레서가 정신력으로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충격음과 함께 스승님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져내렸다. >급히 몸을 받쳤지만 흥건히 흘러나오는 붉은 액체의 양은 레서를 절망으로 빠뜨렸다. > >"스승님, 안 돼요! 대체 왜 이런 일이!" > >울먹이는 레서에게 스승님은 자신의 생명이 끝나감을 느끼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 >"신의… 가르침이나… 일족의 이름보다… 쿨럭. 서로를 아끼고… >세상을 돕는… 그게… 우리란다. 쿨럭." > >"네! 알겠으니까! 돌아가시면 안…." > >"그렇게 살아가길… 좋은 사람들과…." > >레서의 품에서 스승님은 그렇게 눈을 감았다. >많지 않던 일족 모두와 함께, 일족을 이끌던 스승님까지 잃은 이 순간. > >레서는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었지만, 자신의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인 리제가 >앞에 있으며 상태가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스승님을 바닥에 눕히고 리제를 바라보자 스승님의 말처럼 그녀의 몸을 >가득 덮었던 인퀴지터의 영기와 또 다른 영기 모두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리제!" > >영기가 빠져나간 리제의 몸이 마치 먼지처럼 바스러지고 있었다. >레서는 리제에게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리제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레서를 느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 >"내가… 아니었어. 레서… 미안해. 모두에게도… 전부… 나 때문에…." > >"아냐! 처음부터 내가! 보고만 있지 않았으면!" > >레서에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쏟아졌고, 리제가 손을 들어 닦아주려 했지만 >뜻대로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 >"내 욕심이… 돌이킬 수 없는… 아…." > >제대로 말하기 힘든 리제의 모습에 레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 >"레서,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살…." > >"안돼, 리제! 안…." > >말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정말 잠깐의 대화밖에 나누지 못하고 >리제는 레서의 품에서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 > >--- >리제와 스승님, 그리고 일족 모두를 잃은 레서는 마을을 뒤로하며 다짐했다. > >'다시는 가만히 방관하지 않을 거야. >달라질 게 없더라도,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다짐하며 고향을 떠난 레서가 발걸음을 향한 곳은 콜헨 마을이었다. >일족의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마음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서 후회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리고 리제와 스승님이 마지막까지 레서에게 바랬던 것에 대한 응답. >레서는 많은 것들을 가슴에 안고 콜헨에 도착해 용병단을 찾았다. > >"여행 중이신가요?" > >'무녀? 법황청의, 모리안의 무녀인가.' >마을 중앙의 건물 앞에 서 있던 무녀가 레서에게 말을 걸었다. >레서는 최근의 일로 분명 법황청과 관계된 것엔 거부감이 들 거라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이 사람에겐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영기에서부터 뭔가 좀 다른 것이 느껴졌지만 잘 알 수 없었다. > >"콜헨에 용병단. 있다고 들어서…." > >거부감 없이 대답한 레서였지만, 어찌 보면 상당히 무례하다고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허리를 숙이고 우체통 위에 고양이만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 >"칼브람 용병단이라면 저쪽이에요." > >레서는 그제야 얼굴을 들고 무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 >"칼브람. 용병단. 음, 이름이 좋은 느낌…." > >무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레서는 용병단의 입구에 서서 옷을 가다듬었다. > >'리제, 지켜봐 줘. 이번 임무는. 모두를 지킬 테니까.' > >잠시 후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분류:마비노기 영웅전/캐릭터]]